"주 3회 재판에 13시간 증인신문, 불공정 재판"... 임종헌 주장 따져보니
"주 3회 재판에 13시간 증인신문, 불공정 재판"... 임종헌 주장 따져보니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4.0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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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권 행사, 실체적 진실 발견 막는다"... 법조계도 인식은 같지만
법원은 '불구속 재판' 부담... 하염없이 늘어지는 재판 일정 고려해야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법률방송뉴스] "주 3회 이상 재판은 공정한 재판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변호인이 4일 열린 6차 공판에서 한 말이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피고인 측도 노력은 하지만, (증인신문을 하면) 오후 5~6시가 아니라 저녁 늦게 끝날 텐데 일주일에 3번은 불가능하다"며 "기록검토 등 대응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열린 임 전 차장 5차 공판은 현직 판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13시간의 신문 끝에 밤 12시를 10분 앞둔 시각에 재판부의 "모두들 수고하셨다. 퇴정하라"는 말과 함께 마무리됐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하루 종일 진행되는 재판 대응하는 데 얼마나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지 좀 파악하고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 3회 재판에 길어지는 증인신문, 어떻게 봐야 할까.

■ "주 3회 이상 재판, 방어권 행사 방해"

주 3회 이상 재판에 대한 불만은 다른 재판에서도 이미 여러 번 터져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채명성 변호사는 저서에서 "주 4회 재판을 하면서 12만 쪽이나 되는 검찰 기록을 파악하고 의견서를 작성하며 증인신문 사항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썼다. 이명박 전 대통령 변호인도 법정에서 "주 4회 재판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원이 주 3회 이상 재판을 진행하는 배경 중 하나는 구속 재판 기간인 6개월 내에 선고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에 있다.

형사소송법 제92조는 '구속기간은 2개월로 하며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2차에 한해 결정으로 갱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구속 재판은 최대 6개월까지만 가능하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향후 재판 일정이라든가 증인 일정이라든가 재판부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사 입장에서 피고인에 대한 불구속 상태 재판이 부담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여론'에 대한 우려다.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직접 여론전을 벌일 수도 있고, 6개월 내에 재판을 못 마쳐서 석방할 경우 여론의 질타가 재판부를 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건 재판부 입장에서 여론 때문에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주 3회 재판은 방어권 행사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피고인과의 충분한 의사소통, 증인신문 및 반대신문을 위한 서류 준비 등 실체적 변론을 준비할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주 3회 이상 재판을 하는 것은 법원 편의주의"라며 "그렇게 재판을 하면 실체적 변론 준비가 어려워 변론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불구속 재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속 재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 상태에서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해도 문제없을 것"이라며 "재판 기일을 주 1~2회로 한정해 피의자의 인권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 "길어지는 증인신문, 실체적 진실 발견 막아"

임종헌 전 차장 재판부인 윤종섭 부장판사는 이날 "지난 기일에 증인신문 일정이 길어진 건 사실"이라며 "그 점을 우려해서 재판 진행 등에 있어 많은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증인신문이 길어지는 이유는 우선 증인 소환이 이른바 '귀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의 경우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증인 수가 많은데다, 증거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다. 증인 소환 횟수가 늘어나면 재판은 무한정 길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재판 전체 일정 구도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법원과 검찰, 변호인이 상의해서 몇 명의 증인을 어떻게 부르겠다 하는 것과, '한 증인당 몇 시간 내에 끝낸다. 그 시간에 설사 끝내지 못할 경우 플러스 1시간만 주겠다' 이런 식으로 재판부가 지휘해 시간 제한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법원도 문제인식은 같이한다. 윤종섭 부장판사는 "증인신문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결과는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고 하는 것에 비춰봐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검사는 피고인 측에 유도신문으로 비출 수 있는 신문이나 같은 사항을 반복 추궁하는 신문은 지양하고, 피고는 꼭 필요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사 측 주 신문의 흐름이 끊이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임종헌 전 차장 재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한 무더기 증거 부동의'와 '200명 넘는 증인들의 재판 불출석' 등으로 1년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는 마지막 증인신문을 5월 21로 잡은 상태다. 임 전 차장의 구속 만기일은 5월 13일. 이후부터 임 전 차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가능성이 크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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