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기피 신청 지난달 최종 '기각'... 윤종섭 부장판사 이례적 유임
기피 신청 기간은 수감기간에서 제외돼... 임종헌 전 차장에겐 '가혹'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5월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이후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해 재판이 중단됐다. /연합뉴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5월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이후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해 재판이 중단됐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중단됐던 사법농단 사건 재판이 277일 만에 재개된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속행공판 기일을 3월 2일로 지정했다.

임 전 차장 공판은 지난해 5월 30일 이후 중단됐다. 임 전 차장이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의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가 재판을 편향적으로 진행한다며 지난해 6월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의 재판부 기피 신청은 그러나 1심과 항고심, 재항고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재항고심을 맡은 대법원은 지난달 "법리와 기록 등에 비춰봐도 원심 판단에는 헌법·법률·명령·규칙 등 위반의 잘못이 없다"며 임 전 차장의 신청을 최종적으로 기각했다.

이에 따라 임 전 차장은 계속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의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 인사 대상에서 빠져 그대로 이 재판부에 남았다.

일반적으로 재판부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임 전 차장의 신청에 대한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재판부가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법관 인사는 통상 2~3년이 순환주기인데, 지난 2016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 부임한 윤종섭 부장판사가 지난 2월 법원 인사에서 전보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도 이유로 꼽혔다. 윤 부장판사처럼 서울중앙지법에서 5년 연속 근무자가 나온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또 구속 피고인의 인권문제 때문에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길어도 1개월 이내에 결정된다는 점에 비춰, 대법원이 지난해 9월 재항고심을 맡은 이후 6개월이나 결정을 내지 않은 점도 이례적인 것으로 해석됐다.

재판부 기피 신청 기각 결정은 임 전 차장에게는 가혹한 결과다.

법관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즉시 모든 소송 절차가 중단된다. 구속 기간도 정지된다. 지난 2018년 10월 구속된 임 전 차장은 당초 지난해 5월 발부된 2차 구속영장 기간이 지난해 11월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소송이 중단된 기간은 구속 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그는 계속 구치소에 머무르고 있다. 사실상 수감 기간이 연장된 셈이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 관련자 중 현재까지 수감돼 있는 사람은 임 전 차장이 유일하다.

그 사이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부장판사 5명은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재직시 임 전 차장과 공모해 기록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았던 유해용 전 부장판사,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정운호 게이트’ 수사 내역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를 받은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모두 통상적 업무범위를 넘어서지 않은 행위라는 법원 판단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이러한 판결 기조는 임 전 차장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재판개입과 관련해서는 법원행정처 차장 역시 사건에 관여할 권한이 애초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일선 판사 뒷조사를 시키고, 중요 사건 재판부 동향을 파악하도록 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법관의 해외파견 자리를 얻어내고, 상고법원 신설 추진 등 법원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직권을 남용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하거나 법관 인사에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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