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과 페로, '굶어 죽이기형' 처해진 감옥의 늙은 아비에 딸이 젖을 먹이는 그림
임종헌 "일견하면 영락없는 포르노, 그러나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이 진실 아냐"

[법률방송뉴스] 오늘(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첫 정식 재판이 열렸습니다.

구속 117일만에 처음 외부에 모습을 나타낸 임 전 차장은 재판정에서 17세기 바로크화가 루벤스의 명화 ‘시몬과 페로’를 언급하며 혐의를 전부 부인하고, 검찰과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했습니다. 

현장을 장한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호송차에서 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푸른 수의를 입고 포승줄을 찬 채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혐의 ‘키맨’으로 지목받아온 인물입니다.

직업을 묻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임 전 차장은 “변호사”라고 답변했고 주소를 묻는 질문엔 “서초구...” 하다가 최근 등록 주소가 변경됐다며 말을 흐렸습니다.

이에 재판장이 변동된 주소를 법원에 알려야 한다고 지적하자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재판장은 선배 법관에서 피고인이 된 임 전 차장을 향해 착잡한 어조로 “앉으세요”라고 말했고, 이어 본격적으로 공판이 전개됐습니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손배소송 등 재판 거래와 대법원 정책에 반하는 법관 사찰 및 불이익, 법원 비리와 비위 축소·은폐 등 임 전 차장이 받는 혐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낭독했습니다.

검찰 공소사실 낭독이 끝나자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장을 모두 받아봤냐”고 임 전 차장에 물었고, 임 전 차장은 “받아봤다”고 답변한 뒤 재판부 허가를 받아 자신의 소회와 입장을 밝혔습니다.

임 전 차장은 먼저 “30년간 저는 최선을 다해 사법부를 위해 일했다. 사법부가 적폐청산 대상으로 내몰려 마음이 무겁다”는 말로 현재 상황에 대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임 전 차장은 이어 “양승태 사법부가 검찰이 단정하듯 터무니없는 사법적폐 온상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 법원 행정을 담당한 법관들에게도 선의가 있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법원행정처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사실상 경계가 분명치 않다”, “국회와 법무부, 검찰, 외교부 등이 단순하거나 녹록치 않다. 사법부를 위해 원만한 관계를 설정하고 국가기관 상호 이해 협조 구하는 역할을 행정처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가 정치권력과 유착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닌 프레임이다”라는 것이 임 전 차장의 진술입니다.

임 전 차장은 그러면서 “공소사실 일부는 사법행정권 이탈 남용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법관 소신과 양심을 꺾고 행정처 의중을 강제 관철하지 않았다. 형법상 직권남용이라는 검찰 논리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요약하면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이나 재판 동향 파악 등 일부 부적절한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법행정이라는 행정처 통상 업무와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설사 부적절한 문건 작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실제 강요나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임 전 차장은 그러면서 루벤스가 그린 ‘시몬과 페로’라는 제목의 그림을 언급하며 무죄를 호소했습니다.

시몬과 페로 그림은 로마 시대 ‘굶어 죽이기’ 형에 처해진 시몬이라는 노인의 딸이 감옥을 찾아가 아버지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시몬과 페로 그림을 일견하면 영락없는 포르노다. 그러나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다” 는 게 임 전 차장의 말입니다.

임 전 차장은 그러면서 “그간 검찰의 일방적인 여론전은 끝났다. 오늘 재판은 사실관계가 드디어 백일하에 처음 드러나는 사실심 첫 재판이다”고 말해 앞으로 재판에서 검찰과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을 예고했습니다.

임종헌 전 차장 공소사실 상당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혐의와 겹쳐져 임 전 차장 재판이 양 전 대법원장 재판 예고편이 될 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임 전 차장이 앞으로 재판에서 어떤 진술과 법리를 들고 나올지 법원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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