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군사법원, 해군 간부 2명에 각각 징역 8년·10년 선고
고등군사법원 "폭행·협박의 구체적인 증거 찾기 어렵다"
시민단체 반발... "해군 간부들 처벌" 청원에 18만명 동참

[법률방송뉴스] 여군 장교이면서 성소수자, 이렇게 말하면 그럴지 몰라도 그야말로 ‘소수자 중의 소수자’에 해당하는데요.  

성소수자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해군 간부 2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고등군사법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오늘(26일)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현장을 장한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건은 8년 전인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함정 근무를 하고 있던 여군 A 중위는 함정에서 직속상관인 B 소령과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갖게 됐습니다.

성소수자인 자신에게 B 소령이 "네가 남자를 잘 몰라서 그런 거다. 가르쳐 주겠다"는 말과 함께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A 중위의 주장입니다.

[김은경 / 젊은여군포럼 대표]
“함정이 다 격자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견고한 철문을 딱 닫으면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이런 10번, 12번의 추행이 벌어져도 동료들이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이 피해자 여군이 느끼는 고립감은...”

급기야 임신까지 하게 된 A 중위는 성폭행, 임신중절 등 피해사실을 함장인 C 대령에게 털어놓았다가 ‘상담’을 빌미로 C 대령에게마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사건 이후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던 A 중위는 근무지를 이탈하게 되고, 검거돼 여군 헌병 수사관에게 관련 내용을 털어놓으며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군인 강간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B 소령과 C 대령에 대해 1심 보통군사법원은 A 중위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0년과 징역 8년의 중형을 각각 선고합니다.   

그러나 2심 고등군사법원은 1심 재판부 판결을 뒤집고 지난 8일과 19일, C 대령과 B 소령에 대해 각각 모두 무죄를 선고합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게 고등군사법원 재판부 판단입니다.

[최란 /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장]
“군 복무·군 조직에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성폭력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피해자에게, 고등군사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저항했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없다고...”

상명하복이라는 군 조직의 특수성, 폐쇄된 함정, 거기다 여군 성소수자라는 개인적 특성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무엇보다 “남자를 가르쳐 주겠다”는, 겪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구체적인 진술이 있음에도 가해자들에 무죄를 선고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엉터리 판결’이라는 겁니다.

[이종걸 / 군관련성소수자인권침해 활동가]

“군대의 성폭력 조장과 은폐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이 사건의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약점 삼아 성폭력을 저질렀습니다...” 

관련해서 지난 9일 “부하 여군을 강간한 두 명의 해군 간부를 처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지금은 대위가 된 피해자 A씨의 동성 친구가 올린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해당 청원은 현재 18만명 넘게 동참했습니다.

군대 내 여군, 그 중에서도 성소수자는 그야말로 소수 중의 소수입니다.

하급심 판결이 엇갈린 성소수자 여군 사건에 대해 최근 들어 '성 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는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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