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을 수의로 알고"... '포로 체험 훈련' 중 질식사한 특전사 장병의 죽음과 국가, 법원
"군복을 수의로 알고"... '포로 체험 훈련' 중 질식사한 특전사 장병의 죽음과 국가, 법원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8.08.02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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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포박하고 얼굴에 두건 씌워 '포로 체험 훈련' 하던 중 장병 2명 질식사
고등군사법원 "감독 부주의 때문이라 보기 어렵다" 훈련감독 장교들 무죄 선고
대법원 "원심 판결 옳다" 무죄 확정... "국가를 위한 죽음에 아무도 책임은 없나"

[법률방송뉴스] 지난 2014년 9월, 특전사 장병 2명이 이른바 ‘포로 체험 훈련'을 하다 질식사한 사건 기억들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건으로 당시 21살 조용준 하사, 23살 이유성 하사가 꽃같은 나이에 안타까이 유명을 달리했는데요.

당시 훈련을 감독했던 김모 중령 등 2명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오늘(2일) 나왔습니다.

오늘 '앵커 브리핑'은 ‘안되면 되게 하라. 사나이 태어나서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특전사 얘기 해보겠습니다

한 중년의 여인이 묘비를 붙잡고 오열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9월 2일 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에서 포로 체험 훈련 중 숨진 당시 21살이었던 조용준 하사의 어머니가 아들의 묘비석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는 겁니다.

누구보다도 튼튼하고 건강했던 이제 겨우 21살 된 생떼같은 아들의 죽음.

조 하사는 당시 23살이었던 이 하사 등과 함께 손과 발을 포박 당하고 얼굴엔 두건이 씌어진 상태에서 독방에 감금돼 포로 체험 훈련을 받았습니다.

적에게 체포된 상황을 가정한 극한의 공포 등을 극복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훈련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조 하사 등은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교관들은 통상 포로 체험 훈련 과정에서 나오는 반응으로 인식했던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후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이 하사와 조 하사는 급하게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모두 사망했습니다. 사인은 질식사, 숨이 막혀 숨을 못 쉬어 고통스러워하다 죽음을 맞았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당시 훈련을 지휘 감독했던 특수전사령부 민군작전처 소속 김모 중령과 김모 소령 등이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을 맡은 특전사 보통군사법원은 훈련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김 중령과 김 소령에게 벌금 1천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2심인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그러나 “이들의 부주의가 특전사 하사의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오늘 나왔는데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도 "원심 판결이 옳다"며 김 중령 등에 대한 무죄를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공소 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업무상 주의의무와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특전사 포로 체험 훈련 히스토리를 좀 말씀드리자면, 우리 특전사는 네이비씰이나 그린베레 같은 미군 특수부대를 벤치마킹해서 이른바 ‘고문 저항 훈련,이라는 걸 해오다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4년 중단됐다고 합니다.

그러다 전인범 특전사령관 시절인 지난 2014년, 중단 10년 만에 ‘포로 체험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부활했습니다.

군 안팎에선 2014년 당시 전인범 특전사령관이 여단장들과 영화 ‘브라보 투 제로(Brovo Two Zero)’를 시청하다 “우리는 포로로 잡혔을 때 살아오는 훈련은 시행하지 않고 있지?” 물었고, 이에 13공수여단장이 “우리 여단에서 발전시켜 보겠다” 해서 시작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사고 당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포로 체험 훈련을 재개했다 사고가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군인권센터 등을 통해 강하게 제기됐었습니다.

실제 당시 숨진 조 하사 등의 얼굴에 씌어진 주머니는 제대로 숨은 쉬어지는지 검증도 하지 않은 그냥 문방구에서 산 신발주머니였고, 훈련 현장엔 의료요원도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당시 교관 1명은 훈련 도중 내연녀와 통화를 하느라 훈련을 소홀히 하는 등 이게 ‘특전사 훈련' 맞나 싶은 정황이 한 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13공수여단장은 이후 소장으로 진급했고, 전인범 특전사령관은 2016년 ‘보국훈장 국선장’을 수여받고 특전사령부 연병장에서 한미연합사령관, 주한미8군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원한 특전맨’이라는 칭송 속에 성대한 전역식을 갖고 전역했습니다.

전인범 중장은 이후 문재인 캠프에 안보자문위원으로 합류했다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발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 등 이런저런 구설에 휩싸여 결국 문재인 캠프를 자의 반 타의 반 탈퇴하기도 했습니다.

특전사 요원, 대한민국에서 튼튼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21살, 23살 청년들이 군에서 훈련을 받다 질식사했는데 ‘법적으로는’ 아무도 책임이 없다는 현실. 현실 같지 않은 ‘현실’.

아들을 잃은 조 하사와 이 하사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는 감히 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사나이 태어나서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라는 특전부대 신조. 국가에 목숨을 맡긴 특전사라 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죽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빕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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