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사 때마다 '선거사범' 혐의 수천명
비방전이 고발전으로... 기민해진 법조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뻔히 알고도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고발에 대해 무고죄로 고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22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여야가 비난전에 이어 소송전 양상도 보이고 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선거와 관련한 크고 작은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1월까지 입건된 22대 총선 선거사범은 113명. 매 선거 때마다 수천명이 선거사범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지는 것도 수백명인데요.

또 어떤 법적 다툼이 일어날지, 사법부와 법조계도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들어갑니다.

◇ 말 한마디가 중요한 시점... 여야 지도부 '소송의 정치'

지난 8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한동훈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무고 혐의로 고발했다며 "대충 안 넘어가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앞서 민주당은 권향엽 전 청와대 비서관 공천을 '사천'이라고 주장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한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했는데요.

민주당이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에 현역 서동용 의원을 배제한 채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 배우자실 출신의 권 전 비서관을 공천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이를 '사천(私薦)'이라고 지적한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동시에 "(민주당이) 사천의 끝판왕을 보여주겠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비판한 한 위원장도 고발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민주당은 권 전 비서관이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와 아무런 사적 인연이 없으며, 대선 당시 선대위 배우자실 부실장으로 임명됐을 뿐 비서도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대표 역시 "집권당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느라 정신없다"며 "(권 전 비서관은) 23년간 민주당 당직자였고, 문재인 정부 인사비서관을 지낸 분"이라고 애둘렀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권 전 비서관이 김씨를 수행하며 찍은 사진이 대거 공개된 이상 이런 해명은 거짓이라고 주장합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은 전주혜 의원은 "권 전 비서관은 당선을 목적으로, 김씨를 수행한 사실이 있음에도 '수행하지 않았다'고 거짓 해명했고, 이 대표는 배우자에 대한 수행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부인하며 권 전 비서관의 거짓 해명에 동조하는 회견을 했으므로 공범 관계"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이 대표를 비롯한 권칠승 수석대변인, 김승원 법률위원장, 서영교 의원 등 민주당 인사를 함께 무고죄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는 한 위원장 이 대표 등 국민의힘과 민주당 관계자 18명을 정당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배임 횡령, 업무상 배임 횡령),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는데요. 헌법적 근거가 없는 '위성정당'을 창당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 대통령도 정부도 졸지에 '피고인'... 법조계 분주해질까

이 대표는 또 당내 공천 논란과 관련해 "여당의 엉터리 지적도 문제지만, 이걸 확대 재생할 뿐 아니라 여당의 허위·가짜 주장의 근거를 만들어주는 일부 언론의 잘못된 행태도 정말 심각하다"며 대규모 법적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을 수면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의도로 풀이되는데요. 이렇게 양당 지도부를 겨냥한 고소·고발은 중앙당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을 윤석열 대통령 처가 소유 토지 근처로 변경했다'는 취지로 말한 이 대표의 주장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고발에 나섰습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돈봉투 수수' 의혹을 언급한 이 대표를 지난달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는데요. 이 대표는 일단 정 의원이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된 점을 확인한 뒤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과 정부를 겨냥한 소송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토론회 명목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며 불법 관권선거를 자행하고 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전주을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자신에 대한 법무부의 해임 징계 처분에 대해 "정치적 해임"이라고 주장하면서 행정소송을 예고했습니다.

해임 처분 시 3년간 변호사가 될 순 없지만, 정치 활동에는 제약이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본선 가기 위한 처절한 싸움... 헌재도 '총선 모드'

같은 정당 안에서도 후보 간 비방이나 당에 대한 불만이 쌓이다가 결국 법적 대응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전북 전주병 지역에서 출마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경선 중인 김성주 의원으로부터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당했는데요.

정 전 장관은 앞서 시민 200여명 앞에서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나이를 '20대'라고 응답해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논란을 불렀습니다. 다만 정 전 장관 측도 "언론사 보도는 악의적"이라며 "반론보도 요구,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위자료 청구 소송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공천 심사비를 돌려달라는 소송도 있었습니다.

경남 창원 성산 지역구에 출마한 배종천 무소속 예비후보는 지난달 말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상대로 공천 심사비 200만원과 특별당비 90만원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하는 소액심판청구의 소를 창원지법에 낸 바 있습니다.

배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공관위가 현역 강기윤 의원을 단수 추천하자 이에 반발해 탈당했는데요. 배 예비후보는 "공정한 공천 심사는 물론 경선도 없었다"며 "공천 장사하는 국민의힘은 심사비와 당비를 반환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선거에서도 분주할지 여부도 관심입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16년 1월 서울 종로구 예비후보였던 정인봉 당시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은 국회가 선거구 획정을 입법 시한 안에 하지 못해 헌법에 규정한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선거일을 미뤄야 한다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는데, 헌재는 후일 이같은 내용의 입법부작위 위헌 확인 청구를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기각했습니다.

한편 20대 총선과 관련해선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가 당내 경선 후보자 심사에서부터 탈락해 총선 후보자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는 선거 기탁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결정도 내렸습니다.

비슷한 문제는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도 나왔는데요.

당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공천 심사에서 탈락해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를 기탁금 반환 사유로 규정하지 않은 구 공직선거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습니다.

헌재는 "앞서 지역구 총선 예비후보자의 기탁금 반환 사유로 정당의 공천 심사에서 탈락하고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를 규정하지 않은 구 공직선거법 57조 1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예비후보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봐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21일 22대 총선 자문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빈 사무총장, 노 위원장, 김필곤 상임위원. (사진=연합뉴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21일 22대 총선 자문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빈 사무총장, 노 위원장, 김필곤 상임위원. (사진=연합뉴스)

◇ '해마다 논란' 선거사범·가짜뉴스 단속 총력

국민을 대신해 국가 운영의 의사결정에 대신 참여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중대한 선거. 공명정대한 총선이 되도록 기관과 기업도 움직이고 있는데요.

먼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자동 동보통신의 방법을 이용한 문자메시지 전송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 시·도와 구·시·군 선관위의 예방·단속 활동을 강화했습니다.

경찰은 각 지역에서 선거사범 수사 상황실을 가동시키며, 유관 기관과의 협조 체제 구축으로 선거법 위반 사례를 단속 중입니다.

최근 유튜브에는 유명 정치인 2명이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비난하고 특정 정당을 조롱하는 영상이 올라왔는데요. 영상 속 정치인의 얼굴과 목소리는 실제 정치인과 똑같았지만, 선관위가 확인해 보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이미지 조작)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딥페이크 영상을 5∼10분 만에 판가름하는 탐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는데, 총선을 앞두고 이를 활용해 조작 영상 단속에 나설 방침입니다.

국내 1위 검색 플랫폼 네이버도 총선 체제에 돌입합니다.

네이버는 총선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는 오는 22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이름 자동 완성'과 '검색어 제안' 기능을 제한합니다.

이용자가 후보자 이름을 오타로 검색해도 정확한 후보자명을 검색어로 제안하지 않습니다. 이 기간 후보자의 네이버 인물 정보 대신 선관위에서 받은 후보자 이름·사진·출생·직업·학력 등 정보를 제공할 방침입니다.

현재 네이버 뉴스 댓글은 실명 인증 계정에 한해 24시간 동안 20개까지 쓸 수 있는데요. 기사당 댓글은 삭제 댓글을 포함해 3개만 쓸 수 있도록 규제합니다.

지난달 28일부터는 선거 관련 허위댓글 신고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카카오도 자체 '선거 서비스 운영' 원칙에 따라 가짜 뉴스 등 허위 정보에 대응합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음 뉴스 메인 페이지에 선관위의 허위정보 신고센터 배너를 노출하고, 허위 정보나 법을 위반한 건에 대해선 이용자가 조치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며 "이번 선거 때도 동일하게 운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불공성 선거보도 경고·주의를 받은 기사를 모은 페이지도 선거 특집 페이지에 제공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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