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부린 노인 제압한 남성 경찰 "상해죄" 입건
검찰 수사 결과 정당방위 인정... 정당방위 성립요건은?

[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누군가 나에게 해를 가하는데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최근 흉기로 공격하는 상대방을 밀쳐 넘어뜨린 남성이 검찰 수사에서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는데요.

언뜻 보기에는 당연한 결과 같지만, 사실 처음에 이 남성은 상해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었습니다.

알다가도 모를 정당방위 기준, 신예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한 노인이 편의점 점주 A씨에게 다가와 흉기를 휘두릅니다.

흉기에 찔린 A씨는 재차 공격을 시도하는 노인을 발로 밀쳐 쓰러뜨린 후 흉기를 뺏었고, 노인은 뒤이어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경찰이 A씨 역시 폭행 혐의로 입건한 겁니다.

A씨는 피해자인데도 오히려 수사를 받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가 이미 흉기에 찔려 도망가기가 어려웠던 점, 흉기를 빼앗은 후 추가 행위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경찰 판단을 뒤집어 정당방위로 인정했습니다.

다행히 A씨의 억울함은 해소됐지만, 우리나라 정당방위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실제로 A씨가 흉기를 휘두른 남성을 제압한 것은 정당방위가 인정됐지만, 플라스틱 의자로 내려친 남성을 넘어뜨린 데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즉, 상해 혐의는 인정되나 그 정도가 경미해 기소하지 않은 겁니다.

정당방위 내용을 담은 형법 제21조에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벌하지 않는다’고 쓰여있습니다.

풀어보면, 상대방의 위협행위가 끝난 후에는 더 이상 대응하면 안 되고, 방어하는 것을 넘어서 상대방에게 과도한 공격을 가해도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방어 행위를 할 만큼의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어길 시 과잉방위, 쌍방폭행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형법에서 이 까다로운 요건들을 모두 충족해 정당방위로 인정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구승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일로]
“법원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입니다. (정당방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상당한 지에 대해서는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된 법익의 종류 등 엄청나게 많은 요건을 요구하다 보니까...”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완화된 해석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박상흠 변호사 / 법무법인 우리들]
“문제가 된다고 보는 것은 (첫 번째로)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면 정당방위로 보지 않습니다. 두 번째, 방어행위로 가해자가 3주 이상의 상해를 입게 되면 정당방위가 안되도록 해석하는데 어느 누가 방어하면서 저 사람이 전치 3주가 되지 않도록 계산하면서 방어를 할 수 있겠습니까?”

실제로 과거 판례를 살펴보면 정당방위로 인정된 사례는 약 14건에 불과합니다.

내용을 보아도, 1970년 군중들로부터 무차별 구타를 당하자 소지하고 있던 손톱깎이 칼을 휘둘러 상해를 입힌 경우, 2010년 상대방 일행의 구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상해를 가하게 된 경우 등 상대방보다 약한 방어를 했을 경우에만 인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자신의 생명을 위협받을 때 총기를 사용해 방어할 수 있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으로 정당방위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흉기 난동 범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도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최근.

국민들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정당방위 기준에 국민참여재판 확대, 법 적용 완화, 입법적 검토 등 방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정구승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일로]
“정당방위처럼 위법성 조각사유로 무죄를 주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책임을 감경해 주는 새로운 조항을 만들어서 국민들의 인식에 맞출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완화된 적용이 있어야 할 거고, 수사기관에서는 완화된 법 적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재판부에서 그럴 것 같지는 않아서 입법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

그러나 모호한 정당방위 기준 속, 자신을 지키려다 순식간에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시민들은 그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현실입니다.

법률방송 신예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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