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 기수 시기 – 드라마 ‘뤼팽’의 경우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 기수 시기 – 드라마 ‘뤼팽’의 경우
  • 이재민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 승인 2021.02.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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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와 독자들이 궁금증을 가질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재민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이재민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저는 영화관에 가는 것을 즐겼습니다. 특히 좀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어두운 영화관에서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로 대형 스크린을 마주하고 앉아 영화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 잠시나마 정신적인 긴장을 해소하는 한 가지 방법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근 1년 동안 영화관에 간 것은 딱 1번뿐입니다. 그마저도 상영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했고, 어딘지 긴장감이 서린 것 같은 분위기가 답답하게 느껴져서 예전처럼 편안하게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넷플릭스가 아주 요긴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관에서와 같은 몰입감은 느껴보기가 어렵고 개인적으로 선뜻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끌리는 작품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좀 물리려던 차에 ‘뤼팽’ 첫 시즌을 보게 되었는데 상당히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뤼팽이라는 캐릭터와 주연 배우 모두에게서 꽤 신선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주인공은 어디든 곧잘 들어갑니다. 범행 계획을 짜기 위해 청소부로 일하며 루브르 박물관을 구석구석 살피고, 필요로 하는 정보를 알고 있는 기자의 도움을 청하기 위해 주인도 없는 집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기도 하며, 취재원을 가장해서 신문사 깊숙이 심지어 안내를 받아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타인이 지배·관리하는 주거 또는 건조물 등에 들어가서 타인 소유의 물건을 훔쳐 나오면 절도죄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침입죄와 절도죄의 경합범이 됩니다. 특히 이러한 범행이 야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별도로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하고, 그 과정에서 문이나 담 등을 손괴하면 ‘특수절도죄’가 성립합니다. 그리고 일단 초대받지 않은 상태에서 불순한 의도를 품고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기만 하면, 이후에 생각이 바뀌어 그냥 나오거나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주거침입죄는 성립하게 됩니다.

실제로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대중음식점에 도청장치를 설치할 목적으로 손님을 가장하여 들어간 경우에 주거침입죄의 성립이 인정되기도 하였습니다(소위 ‘초원복집 사건’).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라 하더라도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들어간 것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주거침입죄가 언제 성립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호법익이란 법률에서 특정한 행위를 금지하거나 강제함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법적인 이익, 가치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살인죄의 보호법익은 사람의 생명입니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에 관하여는 논의가 있으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 구성요건이라는 것이 다수의 입장입니다. 이는 다소 관념적인 것으로서 일례로 법원은 부부 일방의 동의를 받아 상간자가 부부 공동의 주거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몸의 일부만이 주거 안으로 들어간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즉 침입자가 주거 안으로 한 발을 들여놓기만 했다거나 머리를 들이밀어 넣었다면 이때 주거침입죄는 성립하는 것일까요? 이 경우에도 거주자가 종래 향유하고 있던 사실상의 평온한 상태는 깨어졌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주거침입죄의 성립이 인정됩니다. 판례는 “야간에 타인의 집의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면 피고인이 자신의 신체의 일부가 집 안으로 들어간다는 인식 하에 하였더라도 주거침입죄의 범의는 인정되고, 또한 비록 신체의 일부만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해하였다면 주거침입죄는 기수에 이르렀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가령 창 밖에서 실내를 향해 무섭게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인데, 신체의 일부만이 주거 안으로 들어간 경우에 곧바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침입’이라는 표현에 최소한으로 부합하는 행위가 있고, 이로써 이미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이 깨어졌다면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함이 타당할 것입니다.

이재민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webmaster@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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