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법자문사, 대한변협에 등록한 외국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변협, 외국변호사에 '변호사 배지'와 흡사한 배지 주는 것 논의
"국내 변호사로 오인 여지" vs "외국법자문사 처우 개선 필요"

▲유재광 앵커= 제51대 변협회장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변호사 업계와 후보들 사이 갑자기 ‘외국법자문사 배지’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왕성민 기자와 무슨 내용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왕 기자, 외국법자문사라고 하는데, 외국법자문사가 뭔가요. 

▲왕성민 기자= 네, 외국법자문사는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 법무부장관의 자격승인을 받고,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경우를 말합니다. 말 그대로 국내에서 외국법에 대해 자문을 해주는 사람이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외국법자문사'라고 해서 무슨 회사인줄 알았는데 회사가 아닌 사람이라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변호사’(辯護士) 할 때 ‘사’는 선비 사(士) 자를 쓰는데 ‘자문사’도 똑같이 선비 사(士) 자를 씁니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국가, 업계전문용어로는 ‘원자격국’(原資格國)이라고 하는데요. 원자격국과 관련된 법률사무를 국내에서 취급할 수 있는 자격사들입니다. 

외국법사무만 처리할 수 있고 국내법에 대해서는 자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변호사 자격증이 있음에도 ‘변호사’ 호칭은 쓸 수 없고 ‘자격사’라는 호칭을 쓰고 있습니다.  

▲앵커= 뭔가 좀 복잡한데 좀 더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시죠. 

▲기자= 네, 흔히 우리가 외국변호사, 국제변호사, 이런 말을 쓰는데 엄밀히 말하면 ‘국제변호사’라는 호칭은 없고 미국변호사, 프랑스변호사,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게 정확하고요. 미국 같은 경우는 각 주마다 변호사시험을 따로 주관하고 있어 미국 뉴욕주 변호사,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이렇게 부르는 게 더 정확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바로 외국법사무를 다룰 수는 없고, 외국법사무를 처리하려면 외국법자문사로 등록을 해야 합니다. 

즉, 소정의 심사를 거쳐 대한변협에 등록된 외국변호사들을 따로 ‘외국법자문사’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는 겁니다.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하지 않으면 외국변호사 자격이 있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외국법사무를 다룰 수 없고, 외국법자문사무소를 개설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예를 들자면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법원에서 특허소송을 벌인다, 또는 어떤 사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민을 알아본다, 했을 때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이 있다고 국내에서 법률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외국법자문사로 등록이 돼 있어야 법률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소정의 심사’라고 했는데 어떤 절차를 거치는 건가요.

▲기자=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우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해당 국가에서 3년 이상 법률사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어야 하고, 법무부는 ‘원자격국’이 자유무역협정 당사국인지 등과 금고이상 형사처벌 전력 등 결격사유가 없는지를 살핀 뒤 자격을 승인하게 됩니다. 

이후 대한변협의 별도 심사를 거쳐 변협에 외국법자문사로 등록이 되어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한 번 등록됐다고 끝이 아니고 5년마다 변협 재심사를 거쳐 등록을 연장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앵커= 까다롭네요. 그런데 이런 외국법자문사들이 국내에 얼마나 있나요. 

▲기자= 변협에 따르면 2020년 말 현재 182명이 등록돼 있으며 이중 120여명이 개업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는 29개입니다. 주로 DLA파이퍼나 셔먼앤스털링, 화이트앤케이스 등 글로벌 로펌의 한국사무소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앵커= 설명을 쭉 들었는데, 갑자기 이 외국법자문사가 왜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대한변협에서 최근 이들에게 신분증과 배지를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변호사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변협에서 만든 배지 시안을 보면 원 안에 저울이 있는 디자인이 현재 ‘변호사 배지’와 거의 흡사합니다. 

▲앵커= 배지를 주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기자= 변협 결정을 비판하는 쪽에선 두 가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단 외국법자문사에게 변호사 배지와 유사한 배지를 지급할 경우 이들이 국내 법률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처럼 오인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외국변호사들은 원자격국 법률사무만 제한적으로 다룰 수 있어 ‘변호사’가 아닌 ‘자문사’라는 호칭을 쓰고 있는데, 이를 떠나서 현장에서는 관행적으로 ‘변호사’로 호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변호사 배지와 흡사한 배지까지 지급하면 외관상 ‘변호사’로 오해할 소지가 높아진다는 겁니다. 
 
▲앵커= 또 한 가지는 뭔가요.

▲기자= 다른 한 가지는 절차와 관련된 건데요. 중대하다면 중대한 사안인데 변협이 별다른 의견 청취나 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입니다. 변협 안팎에선 현 변협 집행부가 회원들 의견 수렴도 없이 엉뚱한 일을 벌였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차기 변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비판에 가세했다고 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후보들 역시 이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여성변호사로는 처음으로 변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조현욱 후보는 지난 13일 변협을 찾아 ‘외국법자문사 배지 발급 논의를 즉시 중단하라’는 항의 공문을 제출했습니다. 

조현욱 후보는 페이스북에 “회원들에 대한 사전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이처럼 중대한 일을 추진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성토하며 "배지 문제는 변호사들의 자존심과 직결된 문제로, 지금 즉시 지급 논의를 중단해 달라"고 적었습니다.  

박종흔 후보도 14일 변협을 찾아 같은 취지의 항의 공문을 제출했습니다. 박종흔 후보는 보도자료를 내고 “외국법자문사에게 배지를 지급하면 외국법자문사와 변호사를 외견상 구별하기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변호사 업계에선 나름 중요한 문제고 반발이 상당한 것 같은데, 외국법자문사들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외국법자문사들은 아무래도 소수인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법자문사는 “국내변호사와 동일하게 변협에 등록비와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으로서 당황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 외국법자문사는 그러면서 “변호사 업계가 외국법자문사들을 포용해 주는 쪽으로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외국법자문사들도 국내 변호사들과 똑같이 변협에 등록비와 회비를 내고 있는데요. 회비를 떠나 변호사 명칭 사용 제한은 그렇다 하더라도 어쨌든 정식으로 변협에 등록된 법률 전문가인데 법인 설립도 제한되는 등 실무에서 여러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관련해서 한 중견 변호사는 “한국 변호사나 외국법자문사 모두 동일한 로이어(lawyer)인데, 이들의 처우개선에 변호사업계가 너무 무심한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외국법자문사의 지위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앵커= 네, 선거철이 되다 보니까 다들 더 예민한 것 같은데 합리적인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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