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속 제한 다른나라의 수십배, 별다른 근거도 없어... 탁상행정 전형"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은 지난주 장식이나 수집, 서바이벌 게임 등에 쓰이는 모형 총포 ‘에어소프트 건’ 관련해서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모호한 규제에 대해 보도해 드렸는데요.

‘총포와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것’ 등 법령 문구가 모호해 자의적·임의적 규제나 단속이 남발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늘은 에어소프트 건 관련한 불합리한 규제 두 번째 보도로 총알 속도, 탄속 얘기 해보겠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왕성민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서바이벌 게임장입니다.

흔히 ‘서바이벌 게임’이라 불리는 ‘에어소프트 건 경기’ 참가자들이 탄창에 비비탄을 넣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군복에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비비탄을 넣는 참가자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기까지 합니다. 

안전을 위해 비비탄 무게는 0.2g 미만으로 제한되고, 진짜 총과 구분하기 위해 에어소프트 건엔 눈에 잘 띄는 형형색색의 이른바 ‘컬러 파츠’를 부착합니다.

드디어 시작된 에어소프트 건 경기. 참가자들은 필드를 종횡무진하며 상대를 맞추는데 온 정신을 집중합니다.

크게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 별 문제없이 경기가 진행되는 것 같지만, 참가자들의 에어소프트 건은 현행법에 의하면 모두 ‘불법 모의총포류’로 단속 될 수 있습니다.

현행 총포안전관리법 시행령 모의총포 기준에 따르면 발사된 발사체의 운동에너지 파괴력이 0.02킬로그램미터를 초과하면 안 됩니다.

이를 에너지 단위인 줄(J)로 다시 쓰면 에어소트트 건의 탄속은 0.2J을 초과하면 불법 모의총포가 됩니다.

에어소프트 건 경기 동호인이나 업계 관계자들은 탄속 0.2J 미만 제한은 비현실적인 규제라고 입을 모아 항변합니다.

서바이벌 게임을 하려면 유효 사거리가 최소 20미터 이상은 나와야 하는데 0.2J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전병주 대표 / 에어소프트 건 사업자 조합]

"0.2J의 최대 사거리는 약 10~15m 정도 발사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15m가 날아간다고 해도 정확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구요. 실질적으로 서바이벌 게임에서 사용되는 유효 사거리는 20m 이상이 나와야 합니다. 20m 이상이 나오는 거와 정확하게 20m의 표적지에 명중을 시킬 수 있는 성능이 나와야 되는데요. 현재 0.2J 파워로서는 그런 것들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소한 게임에서 사용하려면 1J 이상의 파워와..."

실제 대만의 경우엔 에어소프트 건 탄속을 우리나라 규정의 100배인 20J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10J, 이탈리아는 7.5J, 캐나다는 5.7J로 모두 우리나라보다 수십 배는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가운데 에어소프트건 규제가 가장 강하다는 일본의 경우도 1J로 우리나라의 5배에 해당합니다.

비교법적으로도 우리나라의 탄속 규제가 과잉 규제 정도가 아닌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무엇보다 0.2J로 탄속을 제한한 이유나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비판입니다.

[전병주 대표 / 에어소프트 건 사업자 조합]

"그런 근거와 그런 것들을 계속해서 많이 알아보고 연구하고 있지만 그 근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근거나 자료나 공개된 것들이 없습니다."

실제 기자가 서바이벌 게임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9미터 거리에서 1J의 탄속으로 발사된 비비탄을 직접 맞아보았지만 부상은커녕 별다른 통증도 없었습니다.

[왕성민 기자]

"소리만 조금 크고 아까 전과 차이가 없습니다. 아프지 않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법원도 서바이벌 게임장 등 지정된 장소에선 임의로 에어소프트 건의 탄속을 높여 경기를 해도 위법성이 없다며 무죄로 풀어주는 게 현실입니다.

“현행 법령의 규제나 운동에너지 허용수치는 건전하게 에어소프트 건을 사용하는 여가활동을 위축시킬 정도로 엄격한 측면이 있다”는 지난 2018년 인천지법 판결이 대표적입니다.

앞서 대법원도 지난 1998년 관련 사건에서 “인명·신체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그 구조와 기능, 농도, 탄환의 특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평가해야 한다”며 총포법 위반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승재현 연구위원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사실 특정 장소에서 동호회원들이 동호회 활동을 통해 에어소프트 건을 사용하는 것을 모의총포 기준에 위반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과잉처벌로..."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불합리한 규제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에어소프트 건 사업 자체에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아 하소연 합니다.

우리나라 규제 기준인 탄속 0.2J에 맞춰 에어소프트 건을 생산한다면 어느 나라에서 이를 수입할 것이며, 수입 단가는 수입단가대로 올라간다는 하소연입니다.

[전병주 대표 / 에어소프트 건 사업자 조합]

"0.2J로 규제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기 때문에 생산 자체를 0.2J로 생산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한국의 규제에 맞춰서 수입을 하려면 추가 비용과 추가 시간이 소요가 되기 때문에 수입 비용자체가 높아지구요. 그걸로 인해서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에 비비탄 총을 구매할 수밖에..."

이에 수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에어소프트 건 경기 동호인들이나 업계 관계자들은 합리적 가이드라인이나 법규를 만들어 달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당국의 이렇다 할 반응은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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