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단속, 법적 안정성 해쳐... 합리적이고 명확한 법규정 마련하라"

[법률방송뉴스] 지름 6mm 정도 되는 작은 흰 플라스틱 총알을 쏘는, 흔히 ‘비비탄 총’이라고 하죠, 정식 명칭은 '에어소프트 건'이라고 합니다.

아이들만 가지고 노는 것은 아니고 이른바 '밀리터리 마니아'라고 불리는 성인들도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기도 하고, 서바이벌 게임에도 이 에어소프트 건을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정부와 엮일 일 없을 것 같은 에어소프트 건 동호인들이 단체를 결성해 정부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섰다고 하는데 무슨 일일까요. 

법률방송에서는 에어소프트 건 동호인들의 요구사항이 뭔지, 요구가 합리적인지 등 이들의 목소리를 연속해서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소식으로 뭐가 문제라는 건지 에어소프트 건 마니아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왕성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기도 남양주의 한 공방.

여느 공방과 달리 벽면 가득 정교한 모델건들이 잔뜩 걸려 있습니다.     

'밀리터리 덕후', 이른바 '밀덕'이라 불리는 밀리터리 마니아 최민성씨의 작업실 겸 공방입니다. 

[최민성 / '모델링 맥스' 대표] 
“이 권총은 벨기에의 FN M1900이라고 1900년대 만들어진 권총이에요. 안중근 의사께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때 쓰신 총으로 유명하지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때 쓴 총을 만들고 있다는 최민성씨는 '밀덕' 답게 말문이 열리자 봇물 터진 듯 총기 얘기를 쏟아냅니다.  

[최민성 / '모델링 맥스' 대표] 
"일본에서 유일하게 만들지 않는 총이 바로 이 FN M1900이에요. 이유는 뭐 정확하게 알 수 없는데, 아무래도 안중근 의사께서 쓰셔서 그렇지 않았을까..." 

최민성씨는 단순히 취미로 하는 아니고 다양한 에어소프트 건을 만들어 영화 소품으로 납입하는 등 업계에선 '모델러'라고 불리는 모형 총기 전문가입니다.   

[최민성 / '모델링 맥스' 대표] 
"실물하고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서... 이런 것도 납품을 하기도 하구요. 보통은 고증에 맞는, 그 영화나 시대에 맞는 총을 제작을 해달라는 주문에 맞춰서 제작을.."

최민성씨 같은 에어소프트 건 이용자들은 전국적으로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수집과 장식 용도로 에어소프트 건을 모으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레저 활동으로 각광 받고 있는 '서바이벌 게임'에도 이 에어소프트 건이 사용됩니다. 

[최민성 / '모델링 맥스' 대표] 
"이쪽은 총 자체도 특이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총 중에 이렇게 화려하게 작업한 거는 잘 없는 일이라 저도 하나 샘플로 가지고 있어야겠다 싶어서 이렇게 작업을..."

활기차게 에어소프트 건 얘기를 하던 최민성씨가 그런데 관련 법률이나 규제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분위기가 바뀝니다.

[최민성 / '모델링 맥스' 대표] 
"일단 규제라는 말을 하는 게 좀 애매하다고 저는 봐요. 일단은 에어소프트 건은 법적 테두리 자체가 없습니다. 법적 규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거지요."

일단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누구든지 총포와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을 제조·판매 또는 소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오히려 장난감이나 완구류에 가까운 에어소프트 건이 '완구법'이 아니라 총포법의 모의총포로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이 없다"는 최민성씨의 말은 에어소프트 건 관련 제대로 된 법이 없다는 일종의 반어법입니다.      

[최민성 / '모델링 맥스' 대표] 
"모의총포법은 공기총이나 실총에 준하는 그런 총에 대한 법률이고, 완구는 그냥 완구에요. 그래서 법이 없어요. 그러니까..."

여기에 총포법 시행령 '모의총포 등의 기준'은 최민성씨 같은 에어소프트 건 마니아들을 더 힘 빠지고 허탈하게 하고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금속 또는 금속 외의 소재로 만들어진 것으로서 모양이 총포와 아주 비슷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현저한 것"이라고 모의총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모양이 비슷하다', '악용될 소지가 현저하다'는 표현은 단속 주체의 주관에 따라 자의적인 법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안용희 / '에어소프트 정상화 포럼' 대표] 
"1차적으로 단속을 당하고 그 단속에 의해 재산적 피해를 입죠. 간단하게 보유하고 있는 에어소프트 건을 단순히 빼앗기고 거기에 벌금을 맞고..."

실제 이런 식으로 서바이벌 게임장을 행정당국이 총포법 위반으로 단속한 일이 그냥 단순 기우가 아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게 안용희 대표의 말입니다.

[안용희 / '에어소프트 정상화 포럼' 대표] 
"경기도 파주에서 그리고 무주에서 그렇게 실제로 정해진 장소에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집중 단속해서 그들에게 모두 범법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그런 일도..."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관련 법이나 제도 개선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류인규 변호사 / 법무법인 시월] 
"사실 소비자들 입장에서 법적 안정성 문제가 제일 큰 거 같아요. 계속해서 불안정한 상태에서 취미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거든요. 소비자들의 법적인 불안정성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은 필요한..." 

이용자들의 요구도 규제를 안 받겠다는 게 아니라 합리적이고 적절한 규제와 보호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안용희 / '에어소프트 정상화 포럼' 대표] 
"단속의 애매함,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게 합법인지 불법인지 모르는 애매함 속에 있는 항상 불안함이 있어요. 합리적이고 명확한 규제. 법을 좀 정확하게 만들어주고, 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테두리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게..."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b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