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근로 '노예계약' 택배기사는 유령노동자... ‘입직 신고’ 절반도 안 돼
강제근로 '노예계약' 택배기사는 유령노동자... ‘입직 신고’ 절반도 안 돼
  •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 승인 2020.10.2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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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상 '퇴직 자유 제한' 금지, 강제근로는 '노예계약'으로 무효"
"회사 강박에 의한 '산재적용 제외 신청' 취소 가능, 산재 받을 수 있어"
"산재보험료 안 내려고 노동부에 근로신고도 안 해... 처벌은 솜방망이"

▲유재광 앵커= 택배기사 열악한 근무환경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로젠택배 소속 택배기사 유서에 따르면 일을 그만두기도 쉽지 않았다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택배기사 김씨는 일을 그만두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리점 쪽은 김씨에게 후임자를 구하지 않으면 퇴사할 수 없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김씨는 한동안 자신의 택배차에 '구인광고'도 써 붙이고 다녔다고 전해졌습니다. 

후임자를 데려오라 한 것은 회사 들어갈 때 지급한 권리금 300만원을 챙겨주기 위한 일종의 ‘배려’라는 게 회사 주장인데요. 지점 관계자는 “김씨는 오는 11월에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었고, 퇴사시 후임자를 데려와야 하는 조건은 계약서에 명시된 것”이라며 “대리점의 갑질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에 택배연대노조는 “대리점이 택배기사와 계약을 할 때, 그만두려면 후임자를 찾아 인수인계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거나, 후임자를 구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만두면 한 달 이후에나 지급되는 수수료를 아예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애초에 쉽게 그만둘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후임자를 데려와야 그만 둘 수 있다는 건데 이런 계약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로계약을 '노예계약'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근로기준법에서는 '강제근로 금지'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조에 따라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는 것은 금지되고요. 이 경우, 근로계약서상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항에 한해서 무효가 되게 됩니다. 

모든 근로자에겐 퇴직의 자유가 있으며 퇴직의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간의 의사합치가 된 날에 퇴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의사합치가 되지 않는다면 민법이 적용되어 사직의 의사표시를 제출한 후 30일 이후에 퇴직의 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손해배상을 이유로 임금을 미지급하는 것은 위법하며, 손해배상은 별도로 해결할 문제이며 임금 미지급은 관할 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 및 민사소송을 통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또 지속적으로 퇴직을 허용하지 않고 근로자를 협박하여 근로를 강제할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강제근로에 해당되는데 이 경우에는 형사적 처벌 또한 가능합니다. 

▲앵커= 그런데 유서에 '소장'이라고 표현이 되어 있던데 소장의 지위 같은 게 어떻게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김씨는 로젠택배 강서지점에 일정한 보증금과 권리금을 내고 구역을 사서 '소장'으로 일했습니다.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고 일한 것인데요.  그럼에도 김씨의 유서에는 '관리자들이 소장을 30분 일찍 출근시켰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는데요. '소장'은 명칭일 뿐 김 씨는 사실상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노동자로 일한 셈인 겁니다. 

▲앵커= 유서에 따르면 갑질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데, 산재가 인정될까요. 

▲윤수경 변호사=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다수가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되는 문제도 자주 거론됩니다. 현행법상 택배기사를 포함한 14개 특고 직종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본인이 신청하면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데요. 지난 8일 숨진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원종 씨도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했습니다.

본인이 신청을 했다면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인데, 김씨의 신청서는 관련 업무를 대행한 회계법인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택배기사들 경우 산재를 당해도 산재 적용을 안 받겠다는 산업재해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경우가 60%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게 사실상 회사 압박이나 심지어 회사가 신청서를 대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신청서가 효력이 있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본인이 아닌 회사가 대필한 경우에는 당연히 그 효력이 없게 됩니다. 산재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필과 관련해서 근로복지공단은 19일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에 본인 신청 확인, 자필 기재란에 자필 작성과 서명은 필수요건이기 때문에 본인 신청 확인 자필 기재란에 자필 작성 그리고 서명이 누락된 경우에는 민원서류 보완 요청 및 반려 대상이라는 결론을 내려서 고 김원종씨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가 무효”라고 선언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와는 다르게 회사의 압력에 의해서 서명했다고 하면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효력이 문제가 됩니다. 우리 민법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그 유효와 무효를 강박을 당한 사람이 결정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 경우라고 하더라고 선의 또는 무과실의 제3자에게는 주장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강박의 경우에는 형법상 사기죄나 공갈죄, 협박죄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필 신청서에 관한 강박에 의한 신청서인 경우에 그 효력이 없음을 주장해서 산재적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산재 적용 관련 또 다른 이슈가 하나 더 있는데요. 고 김원종씨는 택배일이 시작한지 3년이 넘었지만 숨지기 불과 1달 전인 지난달 10일부터 일한 것으로 신고가 돼 있다고 합니다. 3년 넘게 입직 신고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앵커= '입직 신고'가 뭔가요. 

▲윤수경 변호사= 한마디로 일을 한다고 노동부에 신고하는 것입니다. 산업재해보험법상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계약한 사업주는 노무를 제공받은 날을 기준으로 그 다음 달 15일까지 입직신고를 반드시 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전국에 5만여명으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중 입직이 신고된 사람은 2만4천845명에 그쳤습니다. 이는 절반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 

실제 지난 12일 사망한 한진소속 택배기사 고 김동휘씨도 1년 이상 택배 일을 해왔지만 입직신고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요. 이렇게 입직 신고를 안하는 이유는 사업주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산재보험 가입을 꺼리기 때문인데요. 입직신고를 하면 산재보험도 자동으로 가입됩니다. 이를 피하고자 택배기사들의 입직 신고조차 건너뛰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결국 을의 위치에 있는 택배기사들 절반은 일을 하면서도 일을 한다는 신고도 되있지 않은 '유령 노동자'고, 그나마 입직 신고가 된 택배기사들의 60%는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울며 겨자먹기로 제출하고 있는 겁니다. 입직 미신고와 산재 적용 제외 신청이라는 이중의 덫에 걸려 산재 보호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존재하되 없는 유령 노동자인데, 입직 신고 안하면 처벌 같은 건 없나요. 

▲윤수경 변호사= 있긴 한데 완전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산재보험법에 따라 특고 노동자의 입직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부과하는 과태료는 1건당 5만원에 불과합니다. 

▲앵커= 이거 그럼 뭐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윤수경 변호사= 일반 입직 미신고 처벌을 행정규제인 과태료가 아닌 형법상 처벌인 벌금으로 바꾸고 액수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리고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125조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이 법(산재보험법)의 적용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공단에 이 법의 적용 제외를 신청할 수 있다"고 돼 있는 특례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회사가 회유나 압박 같은 꼼수를 부려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작성하도록 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 차단하자는 취지인 겁니다. 

▲앵커= 일률적으로 무조건 산재 적용 제외 신청을 폐지하면 부작용 같은 건 없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직종별로 업무 형태가 다르다보니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무조건 산재보험 적용제외 철폐를 강제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개인사업자와 프리랜서 등으로 분류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어떻게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보호해야 할지 직군별로 세심한 논의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설문조사 보니까 택배기사 절반 정도가 업무 중 상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는데, 이렇게 산재 사각지대에 계속 방치할 일은 절대 아닌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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