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택배 소속 40대 택배기사, 회사 갑질 유서 남기고 극단적 선택
"후임자 못 구해 퇴사도 못 해...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적 연대 필요"

[법률방송뉴스] 회사의 갑질에 시달리던 40대 택배기사가 “억울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법률방송에서는 그제 잇따르고 있는 택배기사들의 과로사와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해 보도해 드렸는데요. 오늘(21일) ‘LAW 투데이’는 이어서 택배 노동자들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절영우면(絶纓優面), 끈 떨어진 광대 가면, 아무데도 의지할 곳 없는 처지를 이르는 말인데요. 택배기사의 안타까운 죽음, ‘뉴스 사자성어’로 시작하겠습니다.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소속 택배기사 김모씨가 남긴 유서입니다. 모두 석 장, 펜으로 직접 썼습니다.

유서는 “억울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일단 벌이가 애초 생각보다 적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구입에 전용번호판까지 (준비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실은 200만원도 못 버는 시급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택배기사를 ‘소장’으로 지칭해 “한 달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이다. 이런 구역은 소장을 모집하면 안 되는 구역임에도 소장을 모집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만들어 팔았다”는 것이 김씨의 말입니다.

그래놓고 지점장과 부지점장은 택배기사들이 수익이 줄든 말든 아무런 신경도 안 쓰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기에 투자할 돈은 있으면서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 중고로 150만원이면 사는 것을 사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김씨가 본 회사의 모습입니다.

김씨는 그러면서 부지점장이 화나는 일이 생겼다고 하차 작업 자체를 끊고 소장을 불러서 자기가 먹던 종이 커피잔을 던지며 화를 내는 등 이런저런 ‘갑질’을 당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관심은 없으면서 한계 이상을 바란다”는 게 김씨의 말입니다.

김씨가 가장 좌절한 건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아마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든지, 자기들이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은 선택은 없었을 것”이다는 게 김씨의 유서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일방적으로 그만두게 되면 손해배상을 물리는 계약서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관련해서 김씨는 로젠택배에 입사하는 과정에 권리금 300만원과 보증금 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후임자를 구해오지 못하면 권리금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합니다.

이에 김씨는 자신의 택배차량에 ‘구인광고’를 붙이고 운행했지만 후임자를 구하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10월 20일 새벽 동료에게 유서를 카톡으로 보내고, 그 새벽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로젠택배 측은 “퇴사 시 후임자를 데려와야 하는 조건은 계약서에 명시된 것”이라면서도 "김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갑질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1년 전쯤 지인 소개로 경기도에서 일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내려온 김씨는 객지에서 혼자 쓸쓸히 생활하며 부족한 수입에 차량 할부금 등 생활고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절영우면’(絶纓優面) 끊을 절(絶), 갓끈 영(纓), 광대 우(優), 얼굴 면(面), 끈이 끊어진 광대가면이라는 사자성어입니다.

조선 인조 때 홍만종이 지은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말로 끈 끊어진 광대가면처럼 제 힘으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진 사람을 이릅니다.

여기서 ‘사방 어디에도 의지할 바를 모르는 처지'를 끈 끊어진 광대가면, 절영우면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뜻으로 ‘목석난부’(木石難傅)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무에도 돌에도 붙을 데가 없다는 뜻으로 천지간에 가난하고 고단하여 의지할 데가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절영우면, 끈 떨어진 광대가면.

김씨의 유서는 “회사는 제가 죽어도 관리 직원에게 책임을 다 떠넘기려 할 것”이라며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시정조치를 취해주면 좋겠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볼펜으로 석장짜리 유서를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쓰며 이 40대 택배 노동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누구를 떠올렸을까요. 어떤 마음과 심정으로 다른 곳이 아닌 '자신이 근무했던' 택배회사 터미널을 찾아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요.

목석난부, 절영우면. 나무에도 돌에도, 천지간에 아무데도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에 손을 내미는 것. 사회적 연대와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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