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없는 '공짜 노동' 분류작업, 택배기사 과로사 주범... 제도 개선 필요"

[법률방송뉴스] 올해 들어 사망한 택배노동자들만 11명, 지난 몇 년간 한해 평균 두서너 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로 택배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이 얼마나 열악해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데요.

택배기사들의 이런 열악한 노동 환경과 처우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오늘(21일)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강남 물류센터 현장시찰을 나갔는데, 어떤 말들이 나왔는지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오늘 오전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기사들의 '분류작업'이 한창입니다.

레일을 타고 끝도 없이 밀려오는 배송 물품들에서 운송장에 적힌 주소를 하나하나 확인해 각자 맡은 구역의 물품을 골라내야 합니다.

물품을 분류하고 쌓고, 트럭에 다시 나르고,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한시도 한눈팔 틈이 없습니다.

국회 환노위 위원들이 찾은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은 국내에서 자동 분류 시스템이 가장 잘 돼 있는 곳입니다.

작업현장을 지켜본 국회 환노위 위원들은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힘들겠구나'를 실감했다는 반응입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
"오늘 CJ대한통운에 와서 보니까 우리가 사실 더 열악한 데를 갔어야 하는데 오늘 와서 보니까 이쪽은 자동화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자동화시스템이 갖춰져 있음에도 이렇게 다섯 분이나 돌아가셨는데 '더 열악한 데는 얼마나 더 힘들까'라는 부분들을 피부 깊숙이 느끼고..."

실제 하루에 몇 시간씩 걸리는 물품 분류작업은 택배기사들의 노동강도와 작업 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주요인입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
"또 택배기사님들이 오전 6시 반에 출근해서 12시, 1시까지 대기를 하면서 본인들이 계속 차에다 싣기 위한 분류작업을 하고 있는 것들을 봤어요. 이분들 얘기는 싣는 것은 본인 차량에 실어야 하지만 그 전 단계 부분을 대기하고 또 분류하는 과정들이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다고 해서..."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해진 배달 물품을 소화하기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해 몇 시간씩 분류작업을 해야 하지만 분류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엔 별다른 임금이나 수당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수입이 일 한 시간이 아닌 배달 건수에 비례해 수수료가 책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택배기사들이 물품 분류작업을 '그림자 노동', '공짜 노동'이라고 자조하는 이유입니다.

[전경호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이(사망한 고 김동휘씨) 문자가 발송된 시간은 새벽 4시 28분입니다. 4시 28분에 같이 일하는 터미널의 팀장에게 '어제도 새벽 2시에 퇴근했다. 한진(택배)에서 나 돈 많이 벌라고 이렇게 물량 넘기는 거 이해는 하겠지만 나 이러다 정말 모르겠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그리고 마지막 유언 같은 마지막 문구가 가슴을 후벼 팝니다. '나 너무 힘들어요' 이게 택배노동자들이 처해있는 현재의 실정입니다."

택배기사들은 분류작업을 도와줄 별도의 아르바이트를 쓰거나 가족들이 품앗이처럼 분류작업을 거들어주기도 합니다.

농사일에 매달리듯 온 가족이 택배 노동에 나서는 일도 생기고 있는 건데, 생활고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를 포함해 엄청난 작업량에 시달리다 숨진 택배기사가 올해만 벌써 11명에 이릅니다.

특히 코로나로 택배 물량이 폭증하며 피로가 누적되면서 이번 달에만 벌써 4명의 택배기사가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송현석 / 민생경제연구소장]
"늘어난 노동강도를, 엄청난 노동시간을 지금 현재 택배노동자분들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현실이고 그 결과 열 분의 안타까운 생명이,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빠, 누군가의 형님이 명을 달리하는 이런 안타까운 현실이..."

지난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기사들이 총파업을 결의한 주 이유도 바로 이 분류작업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는 게 택배기사들의 호소인데, 당시 인력을 증원하기로 노사정 합의가 있었지만 아직 별달리 달라진 건 없다는 것이 택배기사들의 하소연입니다.

[김현정 / 우분투 사회연대연구소장]
"정부의 주도로 지난 추석 때 급작스러운 물동량 증가로 인해서 분류작업에 대한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고 김원종씨가 근무하던 곳에서는 인원이 투입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인께서는 그(분류작업 아르바이트) 40만원을 아끼기 위해서 분류작업을 직접..."

현장시찰을 통해 택배기사들의 고충을 청취한 환노위 위원들은 열악한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국회 차원의 제도적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
"앞으로 우리 환노위는 상임위 차원에서 법을 제정하든 개정하든 그렇게 하기로 힘을 모았습니다. 조금 더 지켜봐 주시고 더 이상 노동자들이 장시간 근로로 인해서 사망하시거나 건강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
"우리 국회 차원에서 향후에 정부하고 협의해서 정부도 아마 국토부하고 우리 환노위하고 같이 해야 되겠습니다만 제도적인 해결책들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이런 가운데 CJ대한통운은 잇단 택배기사 사망과 산재적용 배제 신청서 대필 등과 관련해 언론의 쏟아지는 관심과 취재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박근희 /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
"별도로 홍보팀장이 있으니까 홍보팀하고 얘기를 하세요. (직접 말씀은 안 하시는 건가요.) 할 거라고. 당연히 우리 기사님들이 돌아가신 데 대해 제가 책임을 통감하고 유감표명을 했죠."

어제 열린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국감에서도 산재적용 제외 신청서 대필 등에 대한 질타와 함께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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