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물량, 죽음의 10월"... 코로나 시대의 그늘, 택배노동자 '과로사'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물량, 죽음의 10월"... 코로나 시대의 그늘, 택배노동자 '과로사'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10.19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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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폭주로 택배기사 10월에만 3명 사망... 주 52시간, 산재 보호 사각지대

[법률방송뉴스]  “코로나 시대, 택배 노동자들의 죽음을 멈춰주세요.”  

오늘(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예방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나온 호소라고 합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택배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언택트 시대, 택배 호황의 이면엔 택배 노동자들의 힘겨운 '그림자 노동'이 있습니다. 

오늘 ‘LAW 투데이’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얘기 해보겠습니다. 

먼저 오늘 기자회견 현장에서 어떤 말들이 나왔는지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현장음]

"다함께 묵념하겠습니다."

죽음의 10월,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2020년 10월 택배 노동자들의 현실을 이렇게 지칭했습니다.

실제 지난 8일 CJ대한통운 소속 48살 김원종씨를 시작으로  10월에만 격무에 시달리던 택배기사 3명이 사망했습니다.

명백한 과로사라는 게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말입니다.

[전경호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그 전날 9시 반에 퇴근해서 집에 왔는데 그날 아침에 사고 당일 아침에는 '아빠 오늘은 더 늦을 거야'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 김원종씨) 아버님이 같이 일을 한번 나가셨는데 밥 먹을 시간이 없이 뛰어다니는 아들의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

지난 12일 사망한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장덕준씨는 불과 27살의 건장한 청년이었습니다.

태권도 3단의 20대 청년이 쿠팡 물류센터 야간근무 17개월 만에 속절없이 숨진 겁니다.

[전경호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을 도와주던 27살 고 장덕준님이 사망하셨습니다. 근무한 지 1년여 만에 몸무게가 무려 15kg이나 빠졌다고 합니다. 고인이..."

직장 동료에게 "너무 힘들다"는 문자를 보낸 한진택배 소속 36살 김동휘씨는 문자를 보내고 며칠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경호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물량입니다. 이 문자가 발송된 시간은 새벽 4시 28분입니다. 집에 가면 새벽 5시 반이다, 그날 첫 끼 식사하고 씻고 또 6시에 한숨도 못 자고 출근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유언 같은 마지막 문구가 가슴을 후벼 팝니다. 나 너무 힘들어요..."

"나 너무 힘들어요." 이는 단순히 택배 물량만 비교해 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진 지난 2월 이후 택배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동월 대비 적게는 3천만 개에서 많게는 무려 8천만 개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택배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에 해당돼 주 5일,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지 않아 말 그대로 살인적인 근무환경을 감내해야 합니다.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루 택배물량 4백 개를 배송하려면 분류작업을 포함해 18시간 걸리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거리로 따지면 하루 평균 20~30km쯤 택배 상자를 들고 뛰어다녀야 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 대책위의 설명입니다.

[송현석 / 민생경제연구소장]
"작년 동월 대비 적게는 3천만 개 많게는 8천만 개의 택배 물동량이 증가했지만, 택배 노동 현장에는 물류인력을 공급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큰 변화가 없습니다. 늘어난 노동강도를, 엄청난 노동시간을 지금 현재 택배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현실이고 그 결과..."

그 결과 올해에만 10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사망했습니다.

2016년 1명, 2017년 4명, 2018년 3명, 2019년 2명에 비하면 올해가 다 가지 않았음에도 벌써 10명이 사망한 겁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안 그래도 열악했던 택배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이 단기간에 얼마나 더 악화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김현정 / 우분투 사회연대연구소장]
"택배 물동량이 30% 이상 폭증하면서 택배회사들은 수천억의 이익을 남기고 있습니다. 반면에 그 이면에는 우리 택배 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으로 인해서 한 분 두 분 세상을 뜨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택배회사들은 이러한 택배 노동자들의 죽음의 대가로 기하학적인 실익을 얻는..."

이에 따라 택배기사들의 산업재해도 덩달아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상당수 택배 기사들은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택배 회사들이 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지위를 이용해 산재가 발생해도 산재 적용을 받지 않겠다는 '산재적용 제외 신청서'를 택배기사들로부터 미리 받아내는 일이 업계 관행처럼 자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김현정 / 우분투 사회연대연구소장]
"우리 특수고용노동자 50만명 중에 10명 중 8분은 산재적용 제외신청을 한다고 합니다. 공공연하게 계약을 체결할 때 보이지 않는 회사 측의 강요와 강제가 있었다는 얘기들이 공공연하게..."

심지어 산재적용 제외 신청서를 회사 측에서 대필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입니다.

[김현정 / 우분투 사회연대연구소장]
"며칠 전에 국정감사에서는 또 고 김원종씨의 산재적용 신청서가 대필됐다는 조작됐다는 의혹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부터 폭로됐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반드시 정확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에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적용 제외 신청 전수조사와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중한 처벌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또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예방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과 '전 국민 산재보험법' 제정 등도 아울러 정부여당과 정치권에 촉구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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