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 여부 대표적 사례, 오히려 '중상해'로 구속... 판사 "결혼하면 해결"

▲유재광 앵커=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혀를 깨물어 일부를 절단케 한 뒤 중상해 유죄를 선고받은 여성이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합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입니다. 남 변호사님, 일단 어떤 사연인지부터 볼까요.

▲남승한 변호사= 74살 되신 최말자씨라고 하시는 분입니다. 18살이던 1964년 5월 6일경에 집 근처에서 그 당시 가해자 21살이던 노모씨와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노씨가 느닷없이 최 선생님을 쓰러트리고 입을 맞추려고 달려들었습니다.

성폭행을 시도하려고 했던 것이고 최 선생님의 입 안에 자신의 혀를 집어넣었는데, 최 선생님은 저항하는 과정에서 ‘이대로 숨 막혀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노씨의 혀를 깨물어서 저항했습니다.

그래서 노씨의 혀가 한 1.5cm 정도 잘린 것인데요. 이 사건과 관련해서 도리어 최 선생님께서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입니다.

▲앵커= 이게 정당방위가 아닌가요.

▲남승한 변호사= 당시에는 경찰이나 검찰, 그리고 법원 모두 정당방위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경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최 선생님은 “나는 잘못이 없다. 이게 정당방위라고 생각한다”고 수없이 항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검사는 오히려 “혀를 절단시켜서 불구로 만들었다”며 중상해 혐의로 최 선생님을 구속기소했습니다. 법원의 경우에도 중상해죄를 유죄로 인정해서 종국적으로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요.

최근 재심을 청구하기로 하면서 한겨레신문하고 인터뷰하며 “내가 피해자인데 왜 가해자로 돼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고요. 이 분은 6개월간 구속도 됐고요. 집행유예가 선고되긴 했지만 그것은 최종적인 형이었고, 실제로는 구속돼서 재판을 받으면서 한 것이어서 "오히려 내가 6개월 동안이나 구속돼 있었다"고 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무죄다” 이렇게 검사에게 계속 말했는데 오히려 검사가 “못된 년” “가시나가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다” 이렇게 윽박지르고 강압적으로 조사를 했다는 게 최 선생님의 하소연입니다.

▲앵커= 상대 가해자, 노씨는 어떻게 됐었나요, 구속이 됐었나요.

▲남승한 변호사= 이 사람은 우리가 일단 생각하기에 성폭행미수, 강간미수가 인정될 거 같은데 강간미수로 경찰이 조사를 해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올렸는데요. 검찰은 강간미수에 대해서 아예 기소 자체를 안했습니다. 구속도 안 됐구요.

노씨라는 사람은 “내 혀가 잘려서 억울하다” 이러면서 오히려 친구들을 모아서 최 선생님의 집, 최 선생님은 구속돼 있었죠, 최 선생님 집에 찾아가서 행패를 부리고 칼을 꽂기도 하고 했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그냥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로만 기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상당히 이상하긴 합니다.

▲앵커= 이게 아무리 수십년 전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재심을 청구한다고요.

▲남승한 변호사= 이 일이 있고 난 뒤에 최 선생님 같은 경우 집에서 쫓겨나듯이 살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드러나고 이러는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판사도 피해자, 여기서 '피해자'는 노씨를 얘기합니다, "중상해 피해자와 결혼할 생각은 없느냐. 결혼하면 해결되는 일인데” 이런 식의 얘기를 했다고 하고요, 주변에서도 비슷한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집안의 권유로 결혼을 하긴 했는데 그 이후 아들을 낳은 지 얼마 안 돼서 이혼하고 나중에 와이셔츠 공장, 노점상 이런 것을 전전하면서 홀로 밥벌이를 해왔고요. 63살 정도 된 2009년 무렵부터 중고등학교 과정을 밟고 지난해 8월 방통대를 졸업했습니다.

졸업논문으로 여성의 삶과 역사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 자신이 겪은 일을 정리했고요. 이번에 한국여성의전화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하기로 한 것입니다. 6일 부산지법 앞에서 여성의전화와 기자회견을 열고 재심을 청구할 계획입니다.

▲앵커= 이게 재심을 청구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재심 청구 사유가 사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만만하게 인정되지가 않습니다. 재심 청구 사유는 크게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경우하고 잘못된 재판이 있는 경우를 들 수가 있는데요.

이 경우에는 수사과정에서의 위법성이 발견된 경우 정도 말고는 재심 사유가 없습니다.

법리적으로 정당방위로 판단할 것을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거나 이런 것은 지금 우리가 느끼기에는 가장 그게 억울해 보이는데 그것은 재심 사유가 아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수사과정의 위법성을 따져야 하는데요.

이게 어떤 위법성이 있는지 최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면 불구속 상태로 있다가 검찰 수사 단계에서 갑자기 구속이 됐고 그 과정에서 최 선생님은 영장도 못 봤고요. “왜 구속됐는지 이유도 몰랐고 충분히 설명하거나 제시도 안 해서 이게 불법이 아니냐”라는 것이 최 선생님의 법률지원단, 김수정 변호사를 비롯한 여성 변호사들이 지원하고 계신데요, 그 법률지원단의 설명입니다.

관건은 당시 수사기록을 찾아내야 하는 것인데요. 재심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게 수사기록을 확보하는 것이긴 합니다.

인혁당 사건 재심 사건 같은 경우 수사기록이 나중에 조금씩 확보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수사기록이 워낙 방대하고 이랬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이고요. 이 사건은 너무 오래됐기 때문에 검찰 사무의 서류 보존하는 규칙 이런 것에 의하면 보존기간이 다 지나버렸습니다. 그래서 기록이 안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는데요.

그런데 이 사안을 저희가 대학 다닐 때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 사례의 대표적인 예로 공부를 했던 사례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도 크게 화제가 됐었던 판결이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까 “이게 의미가 있어서 기록이 남아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재심을 청구한 변호인단이 기대하고 있는 내용들이긴 합니다.

조금 더 말씀드리면 공부할 때에도 잘 이해가 안 되는 판례 중의 하나였는데요. 그래서 교수님들 중에 조금 더 진보적으로 가르치는 교수님들은 “이것은 정당방위를 불인정한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적어도 과잉방위로까지는 인정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이 사례를 들면서 흔히 하는 얘기가 “정당방위에서의 방위 행위는 소극적이어야 한다”, “피해야 한다” 이런 식의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것은 그것에 배치되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정당방위로 인정이 안 된 것인데, 바뀌어야 하는 판례 같습니다.

▲앵커= 이게 재심 청구 사유가 인정돼서 재심이 개시되면 쟁점이나 전망을 해보면 어떻게 될까요.

▲남승한 변호사= 무죄를 다투는 것인데요. 무죄를 다투면서 정당방위와 관련된 쟁점은 사실은 쟁점이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변호인단으로서는 정당방위도 주장하겠죠. 그런데 지금 변호인단에서 언론을 통해서 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수사과정에서의 위법성을 주로 문제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사과정에서 위법하게 구속되고 위법한 증거가 있었다면 무죄가 선고돼야 하는데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그러려면 수사기록이 확보가 돼야 하는데 판결이 확정되면 법원에 있던 기록이 검찰로 넘어가면 검찰에서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기록을 폐기합니다. 그래서 폐기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서 그것이 가장 어렵지 않을까 싶고요.

기록이 공개되는 경우에도 기록이 남아있는 경우에도 위법성을 그 기록을 뒤져서 찾아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이게 요즘도 이런 게 정당방위로 인정이 안 되나요.

▲남승한 변호사= 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노씨의 강간미수가 인정 안 됐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죠. 요즘 같으면 이런 사안이 강간미수로 인정이 안 될 가능성이 없고요. 더군다나 저항하는 과정에서 혀를 깨물어야 했을 정도니까 최 선생님 같은 경우 상해도 입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미수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노씨는 강간치상 같은 것으로 처벌됐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것 자체를 인정 안 하던 시대니까 정당방위는 더더욱 인정 안 한 것인데요. 요즘 같으면 일단 노씨가 강간치상으로 처벌받게 될 것 같고요. 그렇게 되면 최 선생님의 정당방위 문제는 아무래도 쉽게 인정될 수 있고, 노씨가 자기의 처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 중상해 고소 같은 것을 하지 않거나 합의하거나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안은 거꾸로 오히려 최 선생님은 구속되고 노씨는 불구속 상태에 있으니까 오히려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고 행패를 부리고 나서도 오히려 합의를 한 것은 오히려 최 선생님의 부모였습니다.

최 선생님의 부모가 자기 딸이 6개월 간이나 구속돼 있고 하니까 오히려 노씨에게 사정해가면서 돈을 주고 합의를 하게 되는 그런 억울한 사정이 생겼는데요. 처벌받은 거 말고도 그런 상황만 생각해도 억울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정당방위가 됐든 강간이 됐든 이런 것과 관련해서 강간을 인정하는지 여부, 정당방위를 인정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히 개선돼야 하고 요즘 많이 나아지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말씀하신 대로 좀 바뀌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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