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취객이 난동 부려도 과도한 공격 용서 안 돼"
변호인 "현장 출동 소방관 맞고만 있어... 정당방위"
재판부 "폭행 내용 등 종합하면 정당방위 넘어서"

[법률방송뉴스] 욕설을 하며 주먹을 휘두르는 취객을 제압하는 과정에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소방관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전북 정읍소방서 소속 34살 소방공무원 A씨는 지난해 9월 19일 저녁 7시 40분쯤 심장 통증을 호소하는 119전화를 받고 긴급 출동했습니다.

출동 장소는 정읍시 상동의 한 초등학교 근처로 당시 50살 B씨는 1시간 거리에 있는 전북대학교 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A씨와 구급대원 2명은 그러나 심전도와 혈압, 맥박 검사 등 생체 징후 측정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자 A씨에게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술에 취해있던 B씨는 자신의 요청이 거부당하자 갑자기 돌변해 욕설을 하고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A씨는 이를 제압하다 B씨의 발목을 부러뜨린 상해 혐의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됐습니다.

재판부는 하지만 A씨가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무죄를 호소하고 B씨는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고려해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습니다.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는데 재판에선 A씨의 제압으로 발목 골절이 발생했는지와 정당방위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B씨의 어머니는 “소방관이 아들의 발목을 찼다”고 진술했고 검찰도 “A씨가 쓰러진 B씨 위로 올라가 가슴을 16초 동안 짓누르는 등 자신을 방어하는 선을 넘어서는 과도한 공격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A씨 변호인은 사건 당일 B씨가 귀가하는 CCTV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며 "발목 골절상을 입은 사람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걸을 수 없다. 사건 현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골절상을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맞받았습니다.

이에 변호인은 A씨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전면 무죄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하지만 “당시 B씨가 난동을 부렸다는 사정만으로 A씨의 공격 행위가 용서된다면 소방대원이 취객을 공격해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이 사건은 정당방위가 아닌 반격 행위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변호인은 다시 “현장 출동한 소방관들은 주취자들로부터 맞고만 있다. 국가대응력이 멍들고 있다. 오늘 판단이 대한민국 모든 공무원이 악성민원 폭탄으로부터 벗어나 오로지 국민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할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호소했습니다.

어제 오전 11시에 시작된 재판은 자정을 넘겨 새벽 2시 반까지 무려 15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을 정도로 격론이 벌어진 끝에 배심원단은 결국 상해 유죄 평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전주지법 제3형사부 방승만 부장판사)는 배심원단 평결을 받아들여 A씨에 대해 검찰 약식기소 벌금 100만원보다 무거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 행위와 B씨 골절상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된다. 당시 여러 가지 정황, 폭행 행위의 경위 및 내용 등을 종합하면 A씨의 행위는 정당방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경찰이나 소방관이라고 사람 때려도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경찰이나 소방관이라는 이유  만으로 술 취한 사람들한테 맞고만 있어야 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 아닌가 합니다.

애초 경찰이나 소방관한테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마인드 자체가 문제인 것 같은데, 조폭 같으면 어디 덤빌 엄두나 내겠습니까.

암튼 공권력이 맞고 다니는 일 없게 합리적 가이드라인 마련과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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