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행세 "나를 강간해 달라" 허위 상황극... 엉뚱한 여성 성폭행 당했는데 처벌 못한다?
여성 행세 "나를 강간해 달라" 허위 상황극... 엉뚱한 여성 성폭행 당했는데 처벌 못한다?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0.05.12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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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 채팅앱에서 허위 강간 상황극, 임의의 원룸 주소 가르쳐 줘
원룸 찾아가 실제로 성폭행... "상황극인줄 알아... 강간 고의 없어"

[법률방송뉴스] 한 남성이 랜덤채팅에서 여성 행세를 하며 다른 남성에게 “나를 강간해 달라”는 이른바 ‘강간 상황극’ 대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성폭행으로 이어졌습니다. 두 남성은 서로 ‘범행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LAW 인사이드’입니다.

남성인 A씨는 지난해 8월 불특정 다수인과 무작위로 온라인 채팅을 하는 앱에서 ‘35세 여성’이라는 가짜 프로필로 접속해 ‘강간 상황극’을 벌였습니다. 

“강간 당하고 싶다. 만나서 상황극을 할 남성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겁니다.

A씨는 이를 보고 연락해 온 B씨와 대화를 하다 임의로 원룸 주소를 가르쳐 줬습니다.

그런데 B씨는 실제 A씨가 가르쳐준 원룸 주소를 찾아 갔고, 해당 원룸엔 여성이 살고 있었고, 일이 엄청 꼬이느라 마침 친구가 오길 기다리던 이 여성이 B씨에게 문을 열어 준 겁니다.

그리고 B씨는 이 여성의 목을 밀치고 원룸에 들어가 이 여성을 그대로 성폭행했습니다. 

허위 강간 상황극이 실제 성폭행으로 이어진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피해 여성은 A씨나 B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습니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는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애초 허위로 강간 상황극을 유도한 A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주거침입 강간 교사 혐의로, B씨는 주거침입 강간 혐의로 각각 기소됐습니다. 

대전지법 형사11부 김용찬 부장판사 심리로 오늘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 대해선 징역 15년을, B씨에 대해선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하며 신상공개 명령도 요청했습니다.  

“낯선 B씨가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목을 밀치고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 강간해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불안, 성적 수치심, 자괴감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는 것이 검찰의 구형 사유입니다. 

검찰은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이런 고통을 당할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범행해 죄질이 나쁘다. 인간의 인격에 대한 존중이 없다”고 A씨와 B씨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A씨와 B씨는 “피해자에게 정말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도 강간 교사나 강간 범행 자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습니다.

A씨 변호인은 “강간을 교사한 게 아니라 상황극을 하자고 한 것이다”며, “피해자가 우연히 문을 열어줘서 강간하게 됐는데, 실제로 강간에 이르리라는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항변했습니다. 

B씨 변호인은 “B씨가 A씨에게 너무나 완벽히 속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강간 상황극에 합의했을 뿐 강간의 범의가 없었고, B씨의 도구로 이용당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우연한 일로 성폭행이 벌어졌고, 강간을 하려는 고의가 없었으니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변호사에 물어보니 “강간을 하겠다”는 ‘확정적 고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미필적 고의는 어떤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그 실행을 계속 했을 경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아파트 옥상에서 벽돌을 던지면 길가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인식하고도 벽돌을 던져 사람이 죽었을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성립하는 겁니다. 

"A씨의 경우 자신이 알려준 장소에 여성이 살고 있을 경우 강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걸 인지했으면서도 허위 상황극을 벌인 만큼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강간 교사가 인정된다"는 것이 법무법인 삼율 이호영 변호사(법무법인 삼율)의 설명입니다.

이호영 변호사는 또 "B씨의 경우도 여성의 저항 정도나 분위기, 본인이 원한 상황극이라면 즐기거나 좋아하는 기색이 있을 텐데 그런 점이 전혀 없는데도 계속 강간을 밀어부친 만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이게 상황극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강간을 했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강간이 성립한다는 겁니다.

A씨와 B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4일 오후 2시 열립니다. 법원이 강간 교사나 강간 유무죄를 어떻게 판단할지, 유죄라면 형량은 얼마나 선고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LAW 인사이드’입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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