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를 산업재해라 부를 수 없습니다"... 국회 앞으로 간 예비 청년 노동자들
"산업재해를 산업재해라 부를 수 없습니다"... 국회 앞으로 간 예비 청년 노동자들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0.02.11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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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산업재해 자료 수집·공개 원천 차단... 재개정해야"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얼마 전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보도해 드린 바 있습니다.

개정안은 21일부터 시행되는데 법 시행을 열흘 앞두고 미래의 청년 노동자들이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재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현장에 신새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구호]

“노동자 죽이는 산업기술보호법 국회는 책임져라!”

“책임져라! 책임져라! 책임져라!”

안전모에 작업복을 입었지만 아직은 몸에 익어보이진 않는 앳된 얼굴의 20대 청년 5명이 국회 앞에 모였습니다.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재개정을 요구하기 위해섭니다.

[김수연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

“김용균 노동자와 황유미 노동자의 이름은 익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산업재해 피해자분들이 계십니다. 이제는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 때문에 우리가 겪은 산업재해를 산업재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산업재해를 산업재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게 무슨 말일까.

이들이 문제 삼는 조항은 먼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제14조8항입니다.

해당 조항은 적법한 경로로 취득한 정보라도 산업기술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당시 해당 법안 개정안은 삼성전자 백혈병 산업재해 관련 정보공개 소송 와중에 국회의원 단 1명의 반대도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해당 조항은 산업현장의 안전문제 등에 대한 공익 제보나 문제 제기를 원천 차단하는 독소조항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한승헌 /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

“피해자들의 산업재해에 대한 입증과정은 이전보다 더 힘겨워 질 것입니다. 자신의 산업재해에 대해 알려내는 것도 산업기술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범법자가 될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지 특정집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의 가족이, 나의 친구가 그리고 내일의 내가 겪게 될 문제입니다.”

제14조8항과 함께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는 비공개로 할 수 있도록 한 제9조2항도 이들이 꼽는 대표적인 독소 조항입니다.

개념도 불분명한 ‘국가핵심기술’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워 작업환경보고서 등 산업안전이나 보건, 산업재해와 관련한 자료 요구나 수집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산업재해 처리에 가장 중요한 증거물인 작업환경보고서 등을 요구하는 것조차 차단해 노동자의 산업재해 증명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는 주장입니다

[한승헌 /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

“국가핵심기술은 선정기준 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물론 어떤 유해물질이 노출된 환경인지 기업 외에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는 노동자와 해당 업장 인근의 지역주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알권리를 명백히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또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 산업재해로 숨진 고 김용균씨 사망 이후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 무엇이 달라졌냐고 정부와 국회를 성토했습니다.

[김대건 /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

“여전히 발전소에서는 비산된 석탄가루로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작업하는 기계조차 보이지 않는 노동환경에서 노동자들은 매일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어야 합니다. 청년들은 묵묵히 작업장을 지켰습니다.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했습니다. 자기 꿈을 위해서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위해서 일터로 왔던 사람들이 언제까지 다치고 죽어야 합니까.”

이들은 지난해 일본의 경제보복 국면에서 ‘산업기술보호’라는 명분에 잘못 휘둘려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독소 조항이 포함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처리된 만큼 국회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번 국회에 안 되면 다음 국회에서라도 반드시 법안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를 국회가 찾아 달라는 것이 이들 청년 예비 노동자의 한결같은 요구입니다.

[김대건 /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

“국회는 왜 죽고 다치는 국민들을 외면하고 있습니까.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채 죽어가는 국민들이 있습니다. 그간 쌓아왔던 노력들을 무너뜨리는 이번 법 개정에 대해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국회는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산업기술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는 계속해서 입법개정 운동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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