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관리주체 ‘기업’과 '경영책임자'로 규정... "중대재해 기업범죄로 처벌해야"

[법률방송뉴스] 구조화한 ‘위험의 외주화’와 OECD 산재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 그리고 솜방망이 처벌. 어제(10일)도 당진 현대제철소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던 외주업체 노동자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습니다.

매일 6~7명의 노동자가 퇴근해서 집으로 가지 못하는 현실, 이런 가운데 정의당이 오늘(11일)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습니다.

정의당의 기자회견과 발의된 법안 내용을 어제 민주노총 집회를 취재한 신새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정의당이 오늘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강은미 의원 대표발의로 발의했습니다.

제출된 법안은 먼저 "대형재해 사건은 특정한 노동자 개인의 위법행위가 아니라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하는 이윤 중심의 조직문화, 재해를 실수에 기안한 사고로 간주해버리는 사회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법안은 이에 “이같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가 개인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위험을 제대로 예방하고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기업범죄’임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부담해야 할 사고처리비용이 예방을 위한 투자비용을 압도하도록 만들어야 함. 이를 통해 기업 등이 경제적·조직적·제도적으로 철저히 안전관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입법이 필요함“이라는 것이 법안 제안이유입니다.

[강은미 의원 / 정의당]

“대형 인명사고와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해결하려는 우리사회의 의지는 단순한 경각심 타령이나 시늉에 그친 양형기준이 아닌 엄격한 입법으로 완결되어야 합니다. 21대 국회는 죽음의 행렬을 막아달라는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에 바로 응답해야 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지난 2017년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없이 20대 국회 회기 종료로 폐기된 바 있습니다.

[배진교 의원 / 정의당 원내대표]

“지난 20대 국회에서 고 노회찬 의원님이 대표발의했던 이 법안은 3년 2개월 동안 논의 한 번 제대로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저는 한 가지만 분명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법이 기업의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마치 살인죄가 사람의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이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기능하듯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또한...”

강은미 의원 안은 고 노회찬 의원 안보다 법안 내용이 한층 강화됐고 더 구체적입니다.

일단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나 형법은 안전관리 주체를 ‘안전관리자 중심’으로 보면서 사고를 ‘행정범’ 내지 ‘과실범’으로 처벌합니다.

이에 비해 강은미 의원 안은 안전관리 주체를 ‘기업’과 '경영책임자'로 못박고 안전사고로 인한 중대재해를 ‘기업범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처벌대상도 현행 법령은 ‘행위자 중심’으로 주로 결정권이 없는 노동자나 하급 관리자만 주로 처벌하는데 비해 강은미 의원 안은 ‘결정권자 중심’으로 경영책임자와 기업을 처벌대상으로 적시하고 있습니다.

강은미 의원 안은 특히 등기이사가 아니어도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도 처벌 대상으로 함께 적시하고 있습니다.

처벌수위도 한층 강화됐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 사망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이하 벌금,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는 5년 이하 징역인데 비해 강은미 의원 안은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천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하한형을 정해 세게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강은미 의원 안은 또 상해의 경우에 현행 산안법 사망 처벌과 같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했고, 2명 이상 사상 사고일 경우 가중처벌 하도록 했습니다. 

회사 최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실효적인 안전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엔 시민·노동단체 관계자들이 동참해 법안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 고 김용균씨 어머니]

“저희 아들 용균이가 사고를 당한지 벌써 1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들은 ‘시키는 일 다 해서 죽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원하청이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놓여진 아들은 처참하게 사고를 당할 수밖에...”

강은미 의원 안은 또 산안법이 법인은 10억 이하 벌금인데 비해 법인 처벌을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 벌금 부과로 역시 하한형으로 했습니다.

강은미 의원 안은 특히 중대재해 관련 현행법엔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도입해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인 경우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고, 입증 책임도 사업주·법인, 또는 기관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나아가 중대재해 처벌에 영업정지나 허가 취소, 공계약 배제, 자금 공모금지 병과를 가능하도록 해 회사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상윤 대표 / 건강과 대안]

“한국 정치가 이 불평등 문제, 산재산업 문제를 정치적 해법으로 해결해주시길 바랍니다. 정의당의 법안 발의를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정의당 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들도 국회에서 할 일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법안을 발의한 정의당은 ”2020년 올해 안에 반드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에 호응할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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