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폭행 등 없어... 강간미수 성립 어려워"
"주거침입 미수범도 기수범과 동일하게 처벌"
주거침입, 징역 3년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여성 10명 가운데 6명 범죄 발생할까봐 '불안'

[법률방송뉴스] 어제오늘 사이 '신림동 강간미수'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크게 퍼졌습니다. 동영상엔 '1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는데 동영상 속 남성이 오늘(29일) 경찰에 긴급체포 됐습니다.

이 남성은 동영상 제목처럼 '강간미수'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심층 리포트'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6시 20분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입니다.

한 여성이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모자를 쓴 남성이 복도 뒤에서 나타납니다.

여성이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 남성은 손을 뻗어 문이 닫히는 걸 막아보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문은 닫혀 잠겼습니다.

이에 이 남성은 잠시 얼음처럼 가만히 서 있더니 노크를 하고, 손잡이를 잡아 흔들어보기도 합니다.

돌아가는가 싶더니 다시 돌아와 문 앞에 서서 못내 미련이 남는 듯 1분가량 현관문과 복도를 배회합니다.

1분 25초짜리 CCTV 영상은 어제 오후 6시 30분쯤 '신림동 강간미수'라는 제목으로 트위터에 올라왔고, 5만회 넘게 공유됐을 정도로 삽시간에 온라인에 퍼졌습니다.

누리꾼들은 "1초만 늦었으면 강간 범행이 발생할 뻔했다"며 공분했고, 동영상 속 여성은 어젯밤 112 신고를 했습니다.

동영상이 급속하게 퍼진데 당황한 남성은 오늘 오전 7시쯤 경찰에 자수했고, 경찰은 이 남성을 긴급체포해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30살의 해당 남성 A씨는 일단 동영상 속 여성과 일면식도 없는 전혀 모르는 사이로 드러났습니다.

일단 강간미수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이 올라오긴 했지만 A씨를 강간미수 혐의로 처벌하긴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이와 관련 A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입건한 경찰은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폭행과 협박 등이 동반돼야 하는데, 현재 확보한 CCTV 영상만으로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은의 변호사 / 이은의 법률사무소]
"이게 지금 사실은 강간을 하려던 건지 강도를 하려던 건지 살인을 하려고 했던 건지 사실 모른단 말이에요. 의율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실제 집안까지 침입하진 못했어도 A씨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데엔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입니다.

공동주택 계단이나 현관 앞도 주거지로 봐야한다는 이론이 있고, 주거침입은 미수범도 기수범과 동일하게 처벌하기 때문입니다.

[이조로 변호사 / 법무법인 태일]
"복도 같은 경우도 공공이 출입할 수 있는 장소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그냥 방문 목적이라든지 그런 것으로 출입을 하면 주거침입이 안 되는데 범죄 목적으로 예를 들어 물건을 훔치려고 한다든지 강도를 한다든지 한다고 하면 그때는 주거침입죄가 되죠."

그러나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해도 CCTV 속 남성의 침입 목적 입증이 쉽지 않아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칠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은의 변호사 / 이은의 법률사무소]
"당연히 입주민들이 그 사람 들어오는 것을 바라지 않을 테니 들어가면 주거침입이지만 예를 들어 술을 먹고 자기가 남의 아파트 복도에 서 있었다고 주거침입이냐, 이런 것을 다툴 수 있기 때문에..."

형법 제319조 주거침입 조항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조로 변호사 / 법무법인 태일]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겠죠. ‘물건을 훔치러 왔다’ 그렇게 말하겠죠. ‘강간미수 했다’고 하면 죄가 터 커지니까..."

관련해서 청와대 홈페이지엔 오늘 "신림동 강간 미수범을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혼자 자취하는 딸을 둔 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여성들은 상시 성폭력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솜방망이 처벌을 거둬 달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이런 불안감은 통계로도 나타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 혼자 사는 여성 1인 가구는 2015년 261만여명, 2016년 272만여명, 2017년에는 282만여명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리고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은 범죄 발생과 관련해 응답자의 57%가 '불안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 10명 가운데 6명은 자신에게 범죄가 일어날까봐 불안을 느끼고 있고 혼자 사는 여성의 경우엔 이 불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8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여성들은 사회 불안 요소 1위를 '범죄 발생'이라고 꼽아 '안보 불안'을 1위로 꼽은 남성들과 큰 대조를 이뤘습니다.

이런 불안감을 가라앉힐 수 있는 강력한 여성 대상 범죄 근절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