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교통사고 내고 도망했을 때만 뺑소니 성립
고의로 사람을 쳤을 때는 특수상해 또는 살인미수
살인·강도, 범죄 실행의 착수만으로도 미수범 처벌

[홍종선 기자] '영화 속 이런 법', '사바하', 우리가 이 금화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너무 괴롭습니다. 내 인생 불행의 시작이 언니와 한 뱃속에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래서 집을 나서면서 어떻게 보면 나 아니면 밥줄 사람이 없어 걱정이 된 건지 언니에게 주는 밥에 독약을 뿌립니다. 그리고 도망을 가는데, 멀리 가기 전에 후회가 되어 다시 달려가 농약 든 밥을 치워버렸습니다.

언니는 아직 안 먹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바꿨는데도 죄가 될까요.

[이조로 기자] 죄가 됩니다. 먹었으면 사망했을 것이 아닙니까. 살인죄가 되는 것이고, 먹으라고 바로 집어갈 수 있는 자리에 뒀으니 살인의 실행의 착수, 범죄 실행의 착수가 있기 때문에 살인 미수, 아직 사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미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홍종선 기자] 이 가출한 우리의 금화를 납치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영화 속 계속해서 사라지는 소녀들이 사실 교주의 영생과 관련된 연쇄살인 사건입니다. 그래서 테이프로 묶고 땅을 파서 땅에 묻으려고까지 했습니다. 묻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죄를 받아야 하지 않나요.

[이조로 변호사] 이것도 살인미수가 되느냐, 살인 예비음모가 되느냐의 문제입니다. 금화를 묶어 놓고 땅을 파는 자체를 살인의 실행의 착수로 볼 것인가, 아닌가가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실행의 착수로 보면 살인미수가 되고, 실행의 착수로 보지 않으면 살인 예비음모로 처벌됩니다. 보통 예비음모죄는 처벌되지 않는데 살인죄나, 강도죄 같은 강력범죄의 경우는 예비음모도 처벌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실행의 착수로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땅을 판 행위는 살인의 예비음모, 그걸 실행의 착수로 보면 살인미수로 볼 수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또 하나 질문 들어갑니다. 정나한의 죄가 또 하나 있습니다. 자기를 추격해오는 박 목사를 죽일 생각으로 이번에는 땅을 파는 정도가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박 목사 차 앞으로 간 다음 후진해서 박습니다.

그리고 와서 차를 부수고 그 안에 있던 박 목사가 모은 서류까지 무단으로 훔쳐 가버립니다. 죄가 한 두 개가 아닌 것 같은데 조목조목 짚어주시죠.

[이조로 변호사] 죄가 많이 됩니다. 예를 들어 차를 박으면 차는 위험한 물건, 흉기이기 때문에 특수폭행 또는 특수상해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박 목사가 2주 이상의 상처를 입었다고 하면 특수상해, 그 이하라면 특수폭행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차가 부서졌으니 재물손괴, 아까 말씀드렸듯이 특수재물손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박 목사가 수집한 자료를 훔쳐갔으니 절도가 될 수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우리 박정민, 정나한의 죄가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는데 제가 하나 더 추가 시도해보겠습니다. 하여튼 교통사고 내놓고 구조하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이것은 뺑소니 아닌가요.

[이조로 변호사] 보통사람들이 뺑소니라고 많이 하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뺑소니가 되기 힘듭니다. 보통 뺑소니를 ‘도주차량운전죄’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제가 운전을 하고 가다가 상대방 운전자와 부딪친다거나 해서 고의나 과실로 사고가 나면 뺑소니의 경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로 상대방 운전자에게 상처를 입힌 다음 구조를 해줘야 하는데 구조를 하지 않고 도망가는 범죄가 뺑소니입니다.

뺑소니가 되려면 고의로 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과실로 입혔을 때 뺑소니가 되는 것이지 고의로 입혔을 때는 특수폭행이나 특수상해가 성립됩니다. 지금 같은 경우는 고의로 뒤로 후진했으니 뺑소니가 되기 어렵습니다.

만약 가다가 잘못해서 부딪쳐서 박 목사가 상처를 입었는데 구조하지 않고 갔다면 뺑소니가 될 수 있지만, 지금 같은 경우 고의로 뒤로 후진해서 다치게 했으니 특수폭행이나 특수상해, 재물손괴, 절도, 이런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지 뺑소니는 성립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홍종선 기자] 오늘도 중요한 것 배웠습니다. 고의성이 없어야 뺑소니고, 고의성이 있으면 그 중 전치 2주 이하면 통상적으로 특수폭행, 2주 이상이면 특수상해죄가 되는 거군요. 또 쏙쏙 들어옵니다.

어느덧 이야기하다보니 벌써 마지막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늘 이조로 변호사께 여쭈는 겁니다. 영화 ‘사바하’ 재밌고 촘촘한데 쉬운 영화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한다고 느끼셨습니까.

[이조로 변호사] 저 같은 경우 이 영화는 신흥종교에 대한 이야기인데, 종교의 믿음, 생각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보통 우리가 어떤 사물을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매직아이가 생기는데, 환상이 보이잖아요. 그럴 때는 다른 곳을 봤다가 그곳을 다시 보면 매직아이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눈에만 매직아이 현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도 매직아이 비슷한 현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신흥종교 이야기 같은 경우에도 한 생각을 골몰하면 새로운 환상을 보고 독단, 독선에 빠지지 않나.

그래서 생각이나 사고의 경우 신념이 되면 행동으로 옮겨지는데 제대로 된 행동으로 옮겨지려면 생각의 경우 사회와 교류해야하는데 자기들끼리만 교류하니 한쪽에 치우쳐서 잘못된 믿음으로 가고 그 믿음이 잘못된 범죄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홍종선 기자] 오늘도 명언이 나옵니다. ‘생각의 매직아이’ 저는 인간의 탐욕을 생각해봤습니다. 이 영화 속 교주, 죽지 않겠다고 자신의 영생불사를 위해 사바하 살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때 태어난 전체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16년을 연쇄살인을 이어온 것입니다.

인간을 인간이 아니게 하는 것이 탐욕이 아닌가 하는 탐욕의 무서움을 생각해본 영화였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나눌게요. 고맙습니다.

2019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의 감독상은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감독 알폰소 쿠아론에게 주어졌습니다. 가깝게는 5년 전 우주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 준 ‘그래비티’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탔죠.

‘007: 퀸텀 오브 솔로스’,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같은 블록버스터 액션도 쿠아론이 하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준 새로움도 있었고, ‘위대한 유산’이나 ‘칠드런 오브 맨’ 같은 명작도 그의 연출작입니다.

꼭 세계적 감독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신작 ‘로마’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주 많은 이야기를 품은 좋은 영화입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사랑과 헌신이 서로 다른 남을 가족으로 만들어 주는 것인지 생각해 보며 이 ‘로마’를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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