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형사소송법 조항 '위헌'이지만 법 공백 고려 '헌법 불합치' 결정
"영장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 있을 때만 영장주의 예외 허용돼야"
"2020년 3월까지 현행 형소법 조항 인정"... 그 전에 대체 법 조항 만들어야

[법률방송]

‘범인’이라고 하면 어떻든 ‘나쁜 사람’ 이미지를 풍기는데, 아무튼 어떤 특정 건물에 현행법을 위반한 용의자가 숨어있습니다.

이 용의자를 잡기 위해 수사당국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 건물을 수색한다면 이는 정당한 공무집행일까요, 위법한 수색일까요.

형사소송법은 그래도 된다는 건데,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헌법재판소 결정이 오늘(26일) 나왔습니다.

‘헌법 불합치’라는 게 헌재 판단입니다.

헌재 결정 내용과 향후 영향 등을 박지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2013년 12월, 전국철도노조는 ‘철도산업 발전방안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입니다.

이에 경찰은 민주노총에 은거하고 있던 전국철도노조 위원장 등을 체포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을 수색합니다.

민주노총 조합원 A씨 등은 경찰을 폭행하며 경찰 수색에 저항했고, 경찰은 A씨 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합니다.

A씨 등은 "애초 경찰의 사무실 수색이 헌법상 영장주의를 위반한 불법 수색이었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서울고법은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기합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대상 법조항은 형사소송법 제216조.

해당 조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체포현장에서의 압수, 수색, 검증은 영장 없이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오늘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주거의 자유와 관련해 영장주의를 선언하는 헌법의 취지에 비춰보면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때에만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해당 조항은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헌법상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난다“는 것이 헌재 판단입니다.

헌재는 다만 “단순 위헌을 결정할 경우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해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허용할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하게 된다“고 (위헌이 아닌 잠정적) 헌법불합치 결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일단 2020년 3월 31일까지 해당 형소법 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테니 그 전에 해당 조항을 대체할 수 있는 법 조항을 만들라는 주문입니다.

헌재의 오늘 판단은 ‘긴급 체포’라는 수사상 필요성보다는 ‘영장 없이 체포되지 않을 권리’를 우선한 결정입니다.

헌재의 오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0년 3월 31일까지 영장 없이 수색, 체포할 수 있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 조항을 마련해야 합니다.

법률방송 박지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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