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2급 한글도 모르는 피해자에 '처벌불원서' 받아서 제출
법원, 감금죄 등 혐의 염전업주 처벌불원서 참작 집행유예 석방
"부실한 재판으로 피해"... 국가 상대 손배소 냈지만 패소

[법률방송]

‘신안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부실한 재판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이 오늘(18일) 나왔습니다. 

원고 패소했는데, 상식과 원칙, “평균적인 법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판결이라고 합니다. 

김정래 기자의 심층 리포트입니다.

[리포트]

사건은 지난 2014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남 신안군 신의도 염전에 감금돼 사실상 노예 생활을 했던 장애인들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집니다. 

가해자였던 염전 업주는 감금죄 등으로 구속기소 됐지만 1심인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납니다.

당시 형량 산정에는 피해자 박모씨의 지장이 찍힌 ‘업주의 처불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 불원서가 참작됐습니다.

지적 장애 2급인 박씨는 염전에서 무려 15년이나 노예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염전 업주의 아들이 선고 사흘 전 그런 박씨를 찾아가 처벌불원서를 받아서 재판부에 제출한 겁니다.

박씨 변호인은 이 처벌 불원서가 박씨의 뜻에 반해 작성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지적 장애 2급에 한글도 모르는 박씨를 속여 처벌불원서를 받아 제출했는데, 재판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처벌불원서의 효력을 인정했다는 겁니다.

항소심 재판부도 양형 사유를 일부 달리하긴 했지만, 1심과 같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염전 업주를 풀어줬습니다.

이에 박씨 변호를 맡은 최정규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국가를 상대로 부실재판으로 인한 피해 1억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1심 법원은 오늘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재판에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바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재판부 법관들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였다거나, 법관의 직무수행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요약하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만큼의 잘못은 없다는 겁니다. 

박씨 측 최정규 변호사는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정규 변호사 법무법인 원곡 법률사무소]
“그렇다면 적어도 그 처벌불원서가 지적 장애인의 진정한 의사가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했어야지 된다, 라고 저희는 주장했는데 아쉬운 판결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앞서 최정규 변호사는 지난 3월 변론 종결 뒤, 박씨 재판을 진행하며 느꼈던 소회를 자신의 블로그에 남겼습니다.     

“재판부 과실로 인한 국가배상청구사건 첫 변론기일 진행 및 변론종결... 재판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

“우리는 적어도 이런 사람이 ‘평균적인 법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희망한다.”

"그 처벌불원서에 기재된 내용이 지적 장애인의 진의일까, 왜곡된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법관을...“ 이라는 것이 최정규 변호사가 남긴 글입니다.

최 변호사는 그러면서 염전 업주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선 “아무리 상대방 피고인 변호인이 전직 목포지원장 출신이더라도...” 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박씨측 대리인 최정규 변호사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이 재판은 1심 판결로 끝날 재판이 아니”라며 판결문을 받아 보는 대로 판결문 내용을 꼼꼼히 검토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률방송 김정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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