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조, 황당한 '유령주식'... "주식 매도 삼성증권 직원들, 점유이탈물횡령죄 적용 가능성"
112조, 황당한 '유령주식'... "주식 매도 삼성증권 직원들, 점유이탈물횡령죄 적용 가능성"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8.04.09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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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직원 16명, '유령주식' 501만주 2천억원어치 매도
"배달사고 등 회사에 확인 안 해... 점유이탈물횡령 성립"
금융감독원, ‘공매도’ 실태조사... 삼성증권, 행정제재 받을 듯

[법률방송=유재광 앵커] 있지도 않은 주식을 내다 판 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매 논란,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습니다.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장 기자, ‘삼성증권 유령 매매‘, 이건 어떤 사건인가요.

[장한지 기자] 지난 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 2천18명에 대해 현금배당 28억1천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전산 입력 실수로 주당 1천 원이 아닌 1천 주를 입고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원’ 대신 ‘주’로 배당이 잘못 지급된 건데요. 쉽게 말해 우리사주 100주를 보유한 직원의 경우 주당 1천원씩 10만원을 줘야하는데, 삼성증권 10만 주를 줘버린 겁니다.

이렇게 삼성증권이 잘못 지급한 주식 수는 실제 상장주식 수 8천930만주 보다 31배나 많은 28억 주, 전날 종가기준으로는 무려 112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앵커] 112조원이요.

[기자] 네, 시가총액 3조4천727억원의 30배에 넘는, 실물로는 존재하지 않은 컴퓨터 상에만 존재하는, 말 그대로 ‘유령주식’이 만들어진 건데요.

삼성증권은 당일 오전 9시 39분쯤 직원들에게 사고 사실을 전파한 뒤, 9시 45분, 착오주식 매도금지를 공지하고 10시 8분, 전체 임직원 계좌에 대한 주문정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앵커] 그런데 뭐가 그렇게 문제가 된 건가요. 

[기자] 네, 삼성증권이 임직원 계좌에 대한 주문정치 조치를 내리기 전, 그러니까 유령주식이 잘못 지급된 오전 9시 35분에서 10시 5분, 30분 사이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유령주식 501만주, 약 2천억원어치를 주식시장에서 내다 팔면서 문제가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앵커] 어떻게 문제가 커진 건가요. 

[기자] 네, 일단 삼성증권 내부 직원들이 주식 수백만주를 한꺼번에 내다 파니까 시장에서는 이게 무슨 일인가 해서 일반 개미 투자자는 물론 기관 투자자까지 삼성증권 주식을 투매했구요. 이 때문에 이날 오전 한 때 삼성증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까지 급락하는 등 시장이 휘청거렸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은 어제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구제하겠다, 그리고 잘못 들어온 주식을 매도한 해당직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임직원 16명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대기발령 외에 법적으론 어떤 책임을 물을 수가 있나요. 

[기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잘못 들어온 주식을 내다 판 임직원에게 ‘점유이탈물 횡령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데요. 

점유이탈물 횡령죄는 쉽게 말해 잘 못 들어온 남의 물건이나 돈을 내가 처분하거나 써버렸을 경우 성립하는 범죄인데요. 대표적인 게 계좌에 돈이 잘못 들어온 이른바 ‘착오송금’ 입니다. 내 계좌에 돈 들어왔다고 함부로 쓰다간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요.

이번 유령주식 매도도 이 경우에 준해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한마디로 ‘잘못 들어온 주식’ 인지 일종의 ‘배달 사고’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앵커] 궁금한 게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권리 있는 자의 점유를 이탈한 물건, 즉 그게 돈이든 물건이든 ‘실체’가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엔 실체 자체가 없는 말 그대로 ‘유령주식’ 인데, 그래도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건데요.  

[기자] 이 부분에 대해선 의견이 조금 엇갈리기도 한데요. 일단 주식이 잘 못 들어온 시점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게 유령주식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을 것이고, 다른 데로 갈 주식이 나한테 잘못 들어왔구나 라고 추론하는 게 합리적일 겁니다.

이 경우 해당 주식을 ‘실체’ 있는 주식으로 판단했을 거고, 잘못 들어온 건지, 어떤 주식인지 회사에 확인 없이 실제 매도 행위가 이뤄져 금전적 이익을 취득한 만큼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입니다. 방효석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방효석 변호사 / 법무법인 우일]
“의심이 듦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회사에 확인하지 않고 그것을 팔아 버렸다, 라면 의심의 계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판 것이니까 미필적 고의가 있다, 라고 볼 수 있죠.”

[앵커] 삼성증권 회사 차원의 책임은 없나요.

[기자] 네, 금융감독원은 오늘(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공매도’ 전반에 대한 실태 조사와 개선 방안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요. 삼성증권에 대한 일정 수준의 행정 제재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종건 변호사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이종건 변호사 / 법무법인 동인]
“삼성증권이 금융회사이다 보니까 금융회사로서의 어떤 외부통제 관점의 그런 부분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들고, 아마 금융감독원 쪽에서 행정적인 제재는 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삼성증권은 2012년에도 무차입 공매도로 과태료를 맞았다고 하는데, 유령주식을 임직원에 잘못 보낸 건 보낸 거라 치고 어떻게 이런 있지도 않은 유령거래가 주식시장에 버젓이 매도가 가능한지 제 상식으론 정말 이해가 안가네요. 뭔가 개선책이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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