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개발특혜·대북송금 의혹... 역대 최장 영장심사 가능성
檢, 의견서 1600쪽 작성... 검사사칭 관련 녹취파일도 준비
법정 321호, 박근혜·양승태 거쳐간 곳... 이재명 거취 주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법원이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갔습니다.

이 대표 거취는 오늘(26일) 밤이나 내일(27일) 새벽 나옵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 중입니다.

우산을 쓰고 법원 후문에서 내린 이 대표는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 '민주당 측 인사가 이화영 씨에게 진술번복 요청한 사실 알고 있느냐',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 등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8시 30분쯤 당원과 지지자들 배웅을 받으며 녹색병원에서 나와 법원으로 향했습니다.

이 대표는 병원 앞에서도 지팡이를 짚은 채 의원단과 지지자들에게 짧게 인사만 했고, 입장문 발표 등은 없었습니다.

현직 제1야당 대표가 검찰 구속영장 청구와 국회 체포동의안 통과로 법원에 출석하는 건 헌정사상 처음입니다.

구속 여부에 따라 검찰은 수사 성패가, 이 대표에겐 정치 명운이 달린 만큼 이날 법원에선 양측의 진검승부가 치열할 전망입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공모해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준 혐의를 받습니다.

이들이 수익을 올리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입니다.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는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자신의 방북비용 등 800만달러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받습니다.

또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접촉, 자신의 '검사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유리한 내용의 허위 증언해 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습니다.

검찰은 이번 영장심사에서 1600쪽 분량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의견서를 통해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심사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10시간 6분이란 최장기록을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90만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하루 앞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달된 탄원서에는 정세균·문희상·임채정·김원기 등 전직 국회의장 4명과 민주당 국회의원 161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전달된 탄원서.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요청 탄원서에 89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직 국회의장 4명과 국회의원 161명도 참여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법에 낸 탄원서. 법률적 효력이 있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형사소송법에 따른 구속 요건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 △주거가 일정치 않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도주할 염려가 있을 때 등 세 가지입니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구속할 수 있는데,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를 집중 소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 측은 이른바 검사사칭 사건 위증교사 혐의를 내세워 증거인멸 시도 가능성을 주장할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한 이 대표 육성 파일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기록 유출 자료 등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이 말하는 증거인멸 우려는 꿰맞추기 주장이고, 위증을 교사했단 녹음 파일은 전체를 들어보면 사실대로 말해 달라는 맥락이라고 맞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날 심사 결과는 체포동의안 통과로 이미 격화한 야권 지형에 대변곡점을 줄 전망입니다.

이미 체포동의안 가결표를 던진 '배반자' 색출에 들어간 친명계는 이 대표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이 대표를 결사옹위하며 비명계를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당권을 쥐고 있는 친명계는 이 대표가 실제로 구속되면 징계를 통해 내년 총선 공천(공직선거후보자추천) 배제 등 실질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대표가 구속되지 않아도 '찬성표' 자체에 배신자 프레임을 씌워 배척할 공산이 큽니다.

친명계 안에선 벌써 '옥중 공천'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출발하고 있다. (공동취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출발하고 있다. (공동취재)

한편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심문받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거물급 인사의 명운이 갈렸던 곳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0일 9시간에 걸쳐 영장심사를 받았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으러 법원에 출석한 대통령으로 기록된 바 있습니다.

당시 법원은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이 인정된다"며 다음날 새벽 3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도 이 법정에서 국정농단 관련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았습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은 발부됐으나,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은 기각됐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2019년 1월 이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고 구속됐습니다.

사법부 수장 출신이 구속 수감된 첫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2020년 삼성 합병·승계 의혹으로 321호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았는데, 당시 법원은 8시간 30분 심문 끝에 "구속할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를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씨도 이곳을 거쳐 구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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