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무성, AI 리걸테크 관련 가이드라인 공개
가이드라인 발표 후 국내 법조계, 리걸테크 업계 반응 등

▲신새아 앵커= 대한민국 변호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변협과 국내 리걸테크 선발주자 로톡 간 법률플랫폼 갈등은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죠.

이런 가운데 일본 법무성이 최근 AI를 활용한 법률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국내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를 바라보는 법조단체와 리걸테크 기업의 시각은 어떤지, 양측의 의견을 신예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2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법조계 직역단체와 리걸테크 기업 간 갈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법률서비스 플랫폼과 법조 시장이 자본에 종속될 것이라 우려하는 법조단체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이은성 제1정책이사 / 대한변호사협회]
“각종 사설플랫폼 같은 경우에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변호사들에게도 정액제 요금만 받고 있다, 최대치 광고비가 정해져 있다, 라고 주장하는데 처음에 그런 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다음에 독과점 구조를 만들고 그게 결국 수임료의 상승으로 당연히 이어질 것이고 그러면 모든 피해는 최종적으로 소비자, 즉 국민들에게 전가가...”

당장은 편리하고 좋을지 몰라도 점차 변호사 간 광고료에도 경쟁이 붙을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수임료가 지나치게 올라가므로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라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와 유사한 법 구조를 이루고 있는 일본은 최근 AI 리걸테크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AI 등을 이용한 계약서 등 관련 업무지원 서비스 제공과 변호사법 제72조와의 관계에 대하여'라는 이름의 가이드라인입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변호사 자격이 없는 자가 보수를 얻을 목적으로 △구체적인 법률상 다툼이 있는 사건에 관해 △법률상 전문지식에 근거해 견해를 얘기하는 경우, 일본 변호사법 제72조에 따라 위법 행위가 됩니다.

즉 다시 말하면 법률상 다툼이 없는 기업 간 계약 체결 시 무료로 AI 서비스를 이용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위법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또한, 가이드라인 조건에 모두 해당하더라도 변호사가 AI 서비스를 이용해 결과를 받은 후 수정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다고 제시했습니다.

일본 변호사법 제72조는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보수를 얻을 목적으로 행정청에 대한 불복신청사건 및 일반 법률사건에 관하여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들의 주선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할 수 없다. 단,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별도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AI를 활용한 계약서 작성 및 오류 심사 서비스가 법조시장에서 활발히 사용돼왔고, 이 서비스가 일본 변호사법 제72조에 위반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이에 일본 규제개혁추진회의가 명확한 기준 제시를 요구하자 일본 법무성이 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겁니다.

관련해서 지난 6월 변협은 일본 법무성과 ‘한일 양국의 리걸테크 대응과 규제 정책’을 논의하면서 관련 정책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습니다.

로앤굿 민명기 대표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과정을 주목했습니다.

민 대표는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리걸테크 기업을 초청해 공청회를 갖는 등 리걸테크 이슈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침을 만든다”며,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결과에 있어 국내 법조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답했습니다.

법조계에선 “이번 가이드라인과 최근 리걸테크 업계와의 갈등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면서도 ”주목할 부분은 있다“고 의견을 내놨습니다.

[반형걸 변호사 / 법률사무소 그들로]
“AI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법률사무에 개입하고 세밀한 법적 사무를 한 경우 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리걸테크와의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어 보이지만, 이득을 취할 목적에서 금품, 향응, 광고 등 제3자에게 돈을 지급하거나 다른 서비스 가입조건으로 법률사무를 하게 되면 변호사법 위반의 여지가 있다, 이득을 취할 목적에 대해서는 시사점이 있다...”

또한 해당 가이드라인을 국내에 적용하려면, 보다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법무법인 서린의 김기원 변호사는 “가이드라인은 어떤 사례는 위법, 어떤 사례는 합법이라는 식의 설명을 하고 있다”며 “모든 상황에 합리적이고 정교한 기준이라고 보기 어려워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편리한 삶을 위한 혁신인가, 법조시장을 장악하려는 ‘사무장 로펌’인가.

변협과 리걸테크 업계 간 갈등은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 법무성의 이번 AI 가이드라인이 앞으로 국내 법조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올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신예림입니다.

 

 

 

[취재: 신예림 / 영상취재: 김태호, 안도윤 / 그래픽: 김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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