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손해배상·계약해지 추진... LH "검토 중 결정된 것 없어"
유명무실 감리제도·카르텔 여전... 불법 재하도급 단속도 부실
전문가 "알면서도 못 바꿔"... 법조계 "실효적인 특별법 필요"

[법률방송뉴스]

▲앵커

여러분이 살고 계신 곳은 안녕하십니까.

이른바 '순살 아파트' 파문이 확산하면서 지역마다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혁신 정도의 변화가 없으면 고질병을 고치기 힘들 거라고 합니다.

알면서도 못 고치는 건설업계 비리와 이번 사태 책임 소지를 석대성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VCR

서민과 저소득층을 두 번 울린 LH 부실공사 사태.

실태가 드러난 건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였습니다.

뼈대 없는 건물을 치킨에 빗댄 ‘순살 아파트’ 파문이 커지자 긴급 점검에 들어간 LH.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 91곳 전수조사 결과,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예견된 일이지만, 모두 외면했습니다.

LH가 최근 5년간 부적법 행위를 한 건설업체와 건설사 관리자에게 벌점을 부여한 건 279건.

이 가운데 33%는 설계도서와 다른 시공을, 14%는 현장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벌점을 받았습니다.

10%는 자재 등의 적합성 검토를 소홀히 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전수조사나 대책수립 등의 조치는 없던 겁니다.

[피해 입주민 부모] (음성변조)
"신혼부부 (청약) 됐다고 좋아했는데... 부실공사 문제까지 있으면... 젊은 애들 힘들어서 어떡해..."

사건이 터진 후 정리할 쟁점은 크게 세 가지.

하지만 어느 하나 녹록한 게 없습니다.

먼저 정부는 보강 공사를 우선 추진하되, 필요하면 손해배상과 계약 해지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LH는 정부의 손해배상 공언이 난감한 모양새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 (음성변조)
"손해배상은 현재 저희 검토 중인 사항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된 게 없습니다."

정부가 구체적 대책 없이 급하게 명단부터 공개하니 이런 혼란을 불렀단 비판이 나옵니다.

법조계는 배상액 산정 기준을 정하기 까다로운 것, 지체상금률과 별개로 유·무형 손해를 추가 보상받긴 어렵단 걸 짚습니다.

[김예림 변호사 / 법무법인 심목]
"하자 보수에 소요되는 비용이 손해배상액이 될 텐데 입주자들은 그 정도 손해배상을 원하진 않잖아요. 집값 하락이나 여러 가지 정신적 위자료 이런 것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부분 관련해선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기가 어렵죠."

두 번째는 유명무실 감리 제도와 카르텔 문제입니다.

무량판 공법을 적용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해서도 안전 점검에 나서겠단 정부.

시공 하자가 발견되면 문책하겠단 엄포를 내놨지만, 여론은 한마디로 '너희부터 잘하라' 분위기입니다.

특히 독립적 위치에 있어야 할 감리회사는 LH 전관을 앞세워 사업을 사실상 독식하고, LH는 부실한 관리·감독을 방관하고 있단 평가입니다.

LH는 일단 철근 누락 아파트 15개 단지의 설계와 시공, 감리와 관련한 업체와 관계자를 모두 고발했습니다.

아울러 불법 재하도급도 단속하겠단 방침이지만,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입주민으로 귀결합니다.

[LH 관계자] (음성변조)
"건설사고조사위원회 발표에서 책임 (소지를) 어느 정도 정리해줬잖아요. 그 이후 GS건설에서 전면 재시공하기로 해서... 그 이후에는 입주민 배상 관련 내용은 아직 검토 중이고,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세 번째, 정치적 책임 여부입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4일)
"그들만의 이권 놀음에 빠졌고,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받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우리나라 주택건설 정책의 구조적 측면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때입니다."

또 한 번 '이권 카르텔'을 들고 나온 국민의힘.

문재인 정부 실책이란 점을 부각하며, 야권을 압박 중입니다.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4일)
"수사할 부분은 수사를 의뢰하고, 그럼에도 또 국정조사를 해야 된다면 저희는 국정조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명피해가 없으면 미약한 행정처분과 가벼운 처벌수위.

학계는 대대적 수술 없인 알아도 못 고친다고 지적합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과 교수]
"이번 문제만 해도 국토교통부도 자유로울 수 없고 아시다시피 노조부터 건축사, 기술사 등 각 권역별로 나타나는... 개선 방안은 의식 개혁밖에 없죠. 우리나라 전체가 하나씩 하나씩 바꿔갈 수밖에 없어요."

개선 의지 첫 증거로는 특별법 제정이 제시됩니다.

[김예림 변호사 / 법무법인 심목]
"하자 담보 책임에 따라서 하자 보수를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청구 할 수 있거든요. 지금 현행법상으로는 국토부에서 얘기하는 손해배상권을 더 넓히거나 계약해지 요건을 완화하는 자체가 어렵다고 보시면 돼요. 현행법 적용하는 건 별로 실효성이 없을 것 같고, 특별법 같은 걸 만들어서..."

대한민국 헌법 35조 3항 '국가는 주택개발 정책 등을 통해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남들처럼 살고 싶지만, 부실 건물이 안긴 상실감과 박탈감.

양심을 판 대한민국 건설시장이 후진국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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