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했던 교통사고가 최근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12살 손자가 숨지고 60대 여성 운전자였던 할머니는 크게 다쳤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아니냐는 말이 많은데, 직접 증거를 찾아 나선 유족들은 올해 초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김해인 기자가 취재를 위해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평일 오후 강릉의 한 교차로입니다. 

검정색 SUV차량이 신호에 맞춰 좌회전을 합니다.

학원을 마친 손자를 태우고 천천히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굉음을 냅니다. 

곧이어 이 SUV차량은 앞서가던 흰색 차를 들이받고야 맙니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흰 연기를 내뿜던 이 차량은 600m 가량 더 질주를 이어갔습니다. 

사고 직전 운전자의 당황한 음성이 블랙박스에 남았습니다. 

[고 이도현 군 할머니]
“이게 안 돼. 도현아, 도현아!“

왕복 4차로 도로를 가로지른 차량은 전봇대를 들이받고 지하 통로로 떨어집니다.

이 사고로 운전자 60대 할머니가 크게 다쳤고 뒤에 타고 있던 12살 손자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 이도현 군]
“남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된다. 바로 제가 제일 존경하는 세종대왕님의 명언입니다.”

운동과 음악, 역사를 좋아했고 약자를 대변하는 변호사를 꿈꿨던 고 이도현군,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전이 열렸던 12월 6일 새벽, 함께 축구를 보고 평소와 같이 등교하던 모습이 아버지에겐 마지막이었습니다.

사고 원인을 급발진으로 보고 있는 유족들은 장례 절차가 끝난 뒤 직접 CCTV와 블랙박스 영상 수집에 나섰습니다.

[고 이도현 군 아버지]
“왜 도현이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고 원인 규명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어머니가 평생 안고 가야 될 그 고통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려고. 어머니 잘못이 아니다...”

8년간 손자의 등하원을 맡아온 할머니는 자동차 정비 기록을 꼼꼼하게 기록해왔습니다. 

평소 차분한 성격인 할머니가 손자를 태우고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달렸다는 건 믿을 수 없다는 게 유족 측 주장입니다. 

[고 이도현 군 아버지]
“꾸준하게 9년 정도는 강릉에서 계속 운전을 하셨고, 아는 길만 다니셨던 분이라 속도도 내실 줄 몰라요. 80km/h 이상 밟아보신 적도 없으시고 워낙 차분하신 분이라 운전을 급하게 하시는 분도 아니시거든요.”

아버지는 갑자기 아들을 보낸 슬픔을 견디며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현장을 수십 번 찾았습니다.

[고 이도현 군 아버지]
"정말 수십 번 돌아다녔죠. 수십 번 왔다 갔다 하고..."

사고가 난 곳을 한참 바라보다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고 이도현 군 아버지]
"처음엔 너무 감정이 격해지고 눈물이 많이 났는데 지금은 그래도 그 전보다는 좀 많이 나아져서. 그런데  또 올라오는 감정은 어떻게 억누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약 2달이 지난 지금, 사고 현장의 심하게 기울어진 전봇대가 당시의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이들은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났다”고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조광희 / 카센터 대표]
“있을 수가 없는 굉음이죠. 그러니까 저희도 정비를 하면서 웬만한 소음에는 나와보지를 않아요. 저게(전봇대가) 휘고, 여기서 차 상태를 봤거든요. 그러니까 누가 봐도 큰일이 났다...”

[인근 시민 / 목격자]
“쾅 소리가 났지. 천둥 치는 소리지 뭐.”

[황재준 / 주유소 사장]
“거의 뭐 폭탄 터지는 소리였죠. (아이를) 꺼내주고 싶었는데 꺼내주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자동차 관련 소송을 주로 맡아온 하종선 변호사는 사고 소식을 듣고 직접 유족에게 연락했습니다.

하 변호사는 “명백한 급발진 사고”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종선 변호사 / 유족 측 변호인]
“참 아까운 어린 생명을 앗아가게 된 것은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이 급발진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는데...”

전문가들도 운전자의 실수가 아닌 급발진 현상으로 인한 사고라고 분석했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자동차급발진연구회장]
“급발진의 요소는 이 차에서 여러 가지가 다 겹쳐있어요. 이렇게 시간이 길 때는 운전자가 실수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습니다. 거의 희박하다...”

현재 국과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유족들은 지난달 10일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고 이도현 군 아버지]
“그냥 도현이가 너무너무 보고싶어요. 정말 하루하루. 내가 너무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현실이 사실 너무 힘들고. 그래서 사고의 원인 규명을 더 애타게. 뭐라도 도현이한테 해주고 싶어서 그렇게 지금 발로 뛰는 것 같아요.”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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