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소비자에 불리한 구조.. 해외선 제조사 결함 '인정' 판결 잇따라"

[법률방송뉴스] '볼보, 공포의 질주' 볼보 반자율주행차 급발진 추정 사고 관련 연속 기획보도입니다. 

볼보 측의 입장은 "운전자 의지 없인 주행이 불가하다"며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어떻게 봐야할까요.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이른바 'ADAS'라고 불리는 최신 자율주행 기술이 장착된 볼보 반자율주행차의 급발진 추정 사고 영상입니다.

4개의 사거리를 시속 120km로 질주한 뒤 어떠한 감속 시도도 없이 국기게양대를 그대로 들이받아 운전자는 전치 20주의 중상해를 입었습니다.

[전지혜(가명) / 경기도 판교]
"이거, 이거, 안 돼! 안 돼! 안 돼! 아악. 아악. 아악!"

법률방송 취재진이 사고 차종과 같은 차종 차량을 직접 시승해 봤습니다.

최신 사양이 장착된 차답게 운전대에 이런저런 각종 버튼들이 눈에 띕니다. 그 가운데엔 '반자율주행 모드' 버튼도 있습니다.

[볼보 차량 딜러·기자]
"조작은 여기서 다 하시는 거예요. 누르셔서 지금 속도 플러스, 마이너스로 조절하시고 앞차와 내 차와의 간격 조절하시고..."

반자율주행은 앞차와 일정간격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도로 위 제한속도를 읽고 속도를 조절하는 '자동 속도제한 기능' 등 스스로 속도를 높이거나 줄일 수 있는 기능이 기본입니다.

[볼보 차량 딜러·기자]
"(그거 있나요? 앞에 차가 있으면 AEB인가? 갑자기 브레이크 밟는 거 있잖아요, 그거 돼 있는 건가요?) 네, 네. 레이더로 인해서..."

여기에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차선을 스스로 바꾸는 '자동 긴급 조향장치'나 충돌 위험 시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 '자동 긴급 제동장치' 등도 ADAS 반자율주행차의 핵심 기능입니다.

다만, 아직 완전자율주행 단계엔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는 신호등이 많은 시내 도로보다는 자동차전용도로나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 기능이 유용하게 쓰인다는 것이 딜러의 설명입니다.

[볼보 차량 딜러·기자]
"(어디서 보통 자율주행 기능 되나요?) 도심 고속도로요. 신호대기가 없는 가다 서다를 계속 반복하거나 일직선으로 가실 수 있는 그런 데서는 설정하셔서 이용하실 수 있으세요. 올림픽대로라든지 아니면 강변대로 아니면 고속도로..."

하지만 전지혜씨가 사고가 난 도로는 올림픽대로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가 아닌 어린이보호구역이 위치한 주택가 이면도로입니다.

제한속도 시속 30km 구간에서 급출발을 해 단 한 번의 감속 시도도 없이 굉음을 내며 가속해 사거리 4개를 그대로 통과해 질주했습니다.

점멸신호에서 정지선에 맞춰서 정지하는 등 평소 운전 모습과 비교하면 이번 사고 영상은 같은 운전자가 운전을 했다고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입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집사람 성격이 차분하고 그래서 운전도 얌전하게 하는 상황이었고요. 사고 전에 평소에 운전할 때 신호 잘 지키고 되게 얌전하게 운전하는..."

전지혜씨 측이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한다는 법률방송 관련 질의에 볼보 측은 지난 13일 다섯 문장짜리 짧은 입장문을 보내왔습니다.

입장문에서 볼보 측은 "고객 피해 발생에 위로 말씀 드린다"며 "현재 정확한 사유 파악을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급발진을 예단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해명입니다.

볼보 측은 그러면서 "해당 고객 모델 변속기는 기계식 기어레버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변속을 하지 않을 경우 주행이 불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변속레버가 주차인 P 상태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급발진 했다'는 피해자 주장을 사실상 부인하며, 운전자 과실 가능성을 언급한 겁니다.

ADAS 오작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볼보 측은 "자율주행 기술이 아닌 특정한 조건에서 작동하는 운전자 지원 기술로 당시 상황이 해당 기술이 작동할 수 있는지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번 상황에서 운전자가 가속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볼보 측의 답변입니다.

피해자 측의 합의 제안을 거부한데 대해선 "합의 요청이 있었으나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정확한 원인 규명을 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고객 우려를 명확하게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볼보가 자랑하는 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관장하는 핵심은 ECU(Electronic Control Unit)이라고 불리는 '전자제어장치'입니다.

관련해서 볼보 딜러는 이런 내용을 잘 모르는 듯 메인 컴퓨터에 대해 다소 엉뚱한 얘기를 합니다.

[볼보 차량 딜러·기자]
"(메인 컴퓨터라는 게 있어요?) 컴퓨터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레이더로 거리를 인식해서..."

딜러가 언급한 레이더와 카메라가 눈 역할을 한다면 ECU는 사람으로 치면 두뇌 기능을 하는 장치입니다.

이 메인 컴퓨터가 오작동을 해서 출발하면 안 될 때 출발했고, 가속해선 안 될 때 가속을 했고, 정작 속도를 줄여야 할 땐 줄이지 않아서 사고가 났다는 것이 피해자 측의 주장입니다.

이는 운전자 전지혜씨 평소 운전 모습, 급출발을 전후해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은 점, 이후 전개된 사고 양태 등을 감안하면 명백한 급출발 사고인데 볼보 측이 '눈 가리고 아웅'을 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하종선 변호사 / '볼보 급발진 의혹' 법률대리인]
"속도제한 표지가 있는데, 그러한 것을 이 차량이 인식을 하지 못하고 계속 오히려 더 속도를 높이면서 급발진 돌진을 해간 것이죠. 그러한 점에서 이거는 자동차 제조사의 지배영역에 있는 차량을 제어하는 메인 컴퓨터에 문제가 있었다..."

이번 사건 관련해 피해자 측의 합의 제안을 거부한 볼보 측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선임해 법률대응에 나섰습니다. 

급발진 추정 사고가 나도 일단 차량 결함을 부인하고, 운전자 과실 가능성을 주장하며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 전가하는 자동차 회사의 '익숙한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필수 교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히는 구조로 돼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리한 구조여서 소비자의 운전 잘못이고 전방주시 태만 등 해서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고 있기 때문에..."

반면 미국 등 해외에선 지난 2014년 ECU 소프트웨어 결함을 인정하는 첫 판결을 시작으로,

일본 혼다자동차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리콜 실시 등 자동차 제조사의 급발진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들과 이에 따른 차량 리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필수 교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반자율주행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홍보하는 것이지 모든 책임에 대한 것들은 운전자가 진다는 기본 베이스를 깔고 하는 거예요. 운전자가 현혹되면 안 됩니다. 언제든지 이 사건 관련된 사고는 등장하고 사망 사고도 등장할 거예요."

취재진은 볼보 측에 조사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ADAS 기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의 오작동 가능성, 리콜 계획 여부 등에 대해 추가 질의를 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듣진 못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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