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A씨, 20km/h 서행하다 차량 이상함 감지
빨간불 그대로 통과... '브레이크 딱딱하게 굳어"

▲신새아 앵커= 안녕하십니까. 'LAW 포커스' 신새아입니다. 나의 실수도 아니고 남의 실수도 아닌 교통사고가 있다면 짐작이 가십니까.

바로 도로 위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차량 '급발진 사고'인데요.

올해 5월 급발진 의혹 기획보도 했던 장한지 기자, 이번엔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80 급발진 의혹 사고를 들고 왔다고요.

▲장한지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단 사고 블랙박스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주거래 은행에서 업무를 마친 A씨는 조수석 뒷자리에 앉은 남편과 함께 집으로 향했습니다.

서행하며 좁은 골목길을 나와 우회전을 한 A씨.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들이 건너는 걸 기다린 뒤 다시 천천히 주행하기 시작합니다.

시속 50km의 2차로 도로에서 시속 20km로 달리며 천천히 가고 있는데, A씨는 인근 초등학교 육교 앞에서 차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합니다.

결국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A씨와 그의 남편이 타고 있던 차는 멈추지 못했습니다.

[반주일 / 제네시스 G80 급발진 의혹 피해자 가족]
"어머니가 '차가 좀 이상하다' 싶어서 약간의 진동도 있는 것 같고 엔진 소음도 평소랑 다르게 들리는 것 같고 어머니 (사고당시에 대한) 말씀이 브레이크가 딱딱해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듣지를 않는다..."

정지신호를 그대로 무시한 뒤 차량은 점점 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집에 가려면 터널 오른쪽 길로 빠져야 하지만 실패합니다.

[반주일 / 제네시스 G80 급발진 의혹 피해자 가족]
"가속되면서 브레이크도 안 되는 상태이고 그래서 어머니가 은행에서 어머니 집으로 가려면 부모님 집으로 가려면 우회전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차가 통제가 안 되니까 원래 안 다니시던 길로 직진을..."

터널을 지난 시점엔 시속 70km까지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면 정지할까 싶어 그대로 받아 보지만 멈추지 않습니다. 중앙선을 침범하고, 이제 역주행하기 시작합니다.

사거리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그대로 지나쳐 버리고, 횡단보도도 가볍게 무시합니다.

이미 제어는 불가능해진 상황. 

앞서가던 차를 피하려 역주행을 시작하자, 달려오던 흰색 차량을 부딪치고 중앙분리대를 다시 부딪친 뒤 버스를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반주일 / 제네시스 G80 급발진 의혹 피해자 가족]
"터널을 빠져나와서 차가 앞에 있으니까 부딪히지 않으시려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시는 게 블랙박스에 그대로 찍혀있고 그래서 중앙분리대도 넘으시고 왔다 갔다 하시면서 마지막에 결국 버스와 추돌하고 멈춘 상황이거든요. 그것을 보면 한 1km 정도는 달리셨던 거예요."

차량은 '수리 불가' 판정으로 폐차하기에 이르렀고, 운전자 A씨는 해당 사고로 요추 압박 골절 등 부상을 입었습니다.

문제는 뒷자리에 타고 있던 남편 B씨입니다.

병원 소견서에 따르면 B씨는 우측 상완골 골절, 좌측 고관절 골절 및 탈구, 우측 다발성 늑골 골절, 외상성 우측 혈흉, 하지 마비 등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단기간 동안의 회복 가능성은 낮은 상태로 추후 지속적인 재활치료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의사의 말입니다.

[반주일 / 제네시스 G80 급발진 의혹 피해자 가족]
"평온하게 노년을 보내셔야 하는 어머니, 아버지인데 거의 한 가정이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피해이고 지금 더 큰 문제는 아버지가 회복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회복가능성이 별로 없고 평생 병원에서 저렇게 지내시다가 결국 돌아가셔야 하나..."

A씨는 운전경력 27년의 베테랑 운전자입니다.

하지만 해당 사고를 담당한 동작경찰서는 CCTV 판독조차 하지 않고 수사종결보고서를 통해 "운전자의 브레이크 조작 미숙" 판단을 내렸습니다.

[반주일 / 제네시스 G80 급발진 의혹 피해자 가족]
"국과수에서 중립적인 보고서를 줬으면 경찰 판단도 중립적이어야 하잖아요. 운전자가 잘못했는지 차량 결함인지 알 수 없다는 게 국과수 결론인데 경찰 수사종결 보고서는 '운전자 조작미숙이다'하고 끝난 거예요. 별점하고 벌금내리고 끝난 거죠."

"운전자 조작 미숙이 아님"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마치 "운전자가 스스로 조작 미숙했다"고 인정해버린 꼴이 된 수사종결 보고서.

이에 A씨 가족은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1억3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반주일 / 제네시스 G80 급발진 의혹 피해자 가족]
"급발진을 소송을 해서 인정받은 사례가 드물다,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누군가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이런 똑같은 피해들이 계속 발생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문제를 소송으로 끌고 가서 세상에 조금 더 알리는 것이 고통당하고 계시는 아버지에 대한 최소한의 자식 된 도리라고 생각이 들어서..."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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