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손익성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손익성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최근 개봉한 영화 <데시벨>과 관련하여 최원일 전 천안함장이 자신의 SNS를 통하여 심경을 토로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최 전 함장이 언급한 영화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폭탄테러의 위협을 둘러싸고 폭탄 설계자와 전직 해군 부함장이 벌이는 액션영화입니다.

<데시벨>의 개봉을 앞두고 일부 설정이 천안함 피격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을 연상케 하는 등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자, 최 전 함장은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좌시할 수 없다. 만약 문화예술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또다시 심리적 어뢰를 쏜다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은 물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후 최 전 함장은 자신의 SNS을 통하여 <데시벨>의 관림후기를 밝히면서 “직접적인 천안함 음모론에 대한 표현은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언급하면서 <데시벨>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상영을 금지해달라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진행된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상영금지 가처분은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 대하여 사건 당사자, 피해자 등이 명예훼손을 주된 이유로 하여 신청되는 경우가 다수이나 법원의 판례를 비추어 볼 때 그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법원이 상영금지 가처분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금지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과 제2항에서 찾을 수 있을 텐데요.

서울남부지방법원 2011. 6. 1.자 2011카합297 결정의 내용 중 일부를 살펴보면 ‘사법부에 의한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헌법상 검열금지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용된다.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 등 가처분은 위와 같은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에 해당하고,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금지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그와 같은 경우에도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표현행위는 가치가 피해자의 명예에 우월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하고, 또 그에 대한 유효적절한 구제수단으로서 금지의 필요성도 인정되므로 이러한 실체적인 요건을 갖춘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사전금지가 허용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상엽영화 등에 있어서 실제 상황과 배치되는 사실묘사로써 그 모델이 된 인물의 인격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영화 내용을 실제상황과 혼동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면 영화 자체의 상영금지 또는 영화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수정을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인용할 수 없다는 것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우리 법원의 기본적인 태도이고(서울고법 2005. 1. 17.자 2004라439 결정) 이러한 이유로 실제 인격권 침해 또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드물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상영 자체의 금지를 명하는 상영금지 가처분은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으로서 가처분 결정이 있는 경우 제작사로서는 본안소송에서 다투어 볼 기회조차 없이 창작물을 일반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봉쇄당할 위험이 크다는 점 역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을 엄격하게 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재밌는 사실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하여 개봉한 영화 <사냥의 시간>에 대한 국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었는데, 해당 가처분 신청의 이유는 인격권 침해나 명예훼손이 아니라 <사냥의 시간>에 대한 해외판매 대행계약의 효력을 둘러싼 다툼이었다는 점입니다.

<사냥의 시간>의 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는 콘텐츠판다와 해외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리틀빅픽쳐스는 넷플릭스를 통한 독점 공개를 결정하면서 콘텐츠판다와의 해외판매대행계약을 해지하였는데 콘텐츠판다는 리틀빅픽쳐스의 계약해지행위를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국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법원이 콘텐츠판다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결국 일반적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은 가처분을 통하여 보호되어야 할 권리로서 인격권, 명예권 또는 프라이버시권과 가처분을 통하여 침해되는 권리인 표현․예술의 자유 간의 이익형량이라 할 것인데, 우리나라가 헌법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인격권 등 침해를 이유로 한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의 인용결정이 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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