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등과 관련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최지희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최지희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토익 600점만 넘기면 대리가 될 수 있다! 남성 위주의 분위기 속 부조리가 만연한 1990년대, 토익 점수는 고졸 여성 노동자들이 승진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로 여겨집니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성별에 따른 노골적인 승진차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는 “차별”이라 함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또는 가족상의 지위, 임신,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달리하거나 그 밖의불이익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고, 같은 법 제10조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교육·배치 및 승진에 있어서 남녀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사이동의 유형인 ‘승진’과 ‘배치’는 주관적 평가를 근거로 하거나 인사권자의 의사결정이 개입되므로,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정당한 것인지 아니면 성차별적인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제1호 단서에서도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에는 성별의 차이를 두더라도 이를 차별로 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란 어떤 의미일까요? 「남녀고용평등 업무처리 규정」 제2조제3항에서는 ‘예술 그 밖의 예능 분야에서 표현의 진실성을 이유로 특정 성을 필요로 하는 경우 (예: 남성 역할을 위한 남성 배우·모델 등)’, 직무 수행상 탈의나 신체접촉 등이 발생하여 프라이버시 유지를 위해 특정 성을 필요로 하는 경우(예: 여성 목욕탕의 여성 목욕관리사, 여성 장애인·여성 환자의 여성 도우미 등), ‘ 사업장의 성격 또는 장소로 특정 성의 근로자가 사용자가 제공하는 시설 외에서 거주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적절한 대체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예: 여성 기숙사의 여성 사감 등)를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승진기준으로 특정 성을 명시한 것이 아니라면 승진에 있어 성차별이라 판단받기 어렵습니다. 포착하기 어려운 간접차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승진소요연수, 상위직급의 점유율 등의 통계적 방법이 고용상의 성차별을 판단하는 유용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구미 반도체 중견기업인 KEC 소속 노동자들의 경우, 남성은 보통 약 3년만에 승격한 반면 여성은 꼬박 7년이 걸렸고, 20년 이상 일한 생산직 108명 중 여성(52명)은 모두 사원급에 머물렀으나 남성 56명은 모두 관리자급으로 승진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승진차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에 따라 고용상 성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노동위원회 구제제도가 2022. 5. 19.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기존 법은 고용상 성차별 및 직장 내 성희롱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적절한 조치의무 위반 시 벌칙을 부과하고 있었지만, 개정법 시행으로 더 나아가 사업주로 하여금 해당 차별을 적극적으로 시정하도록 요구하고 이에 대해 근로자가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넌 여자라서 안돼”, “넌 남자라서 안돼”라는 말이 더 이상 들리는 않는, 성별이 아닌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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