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사건' 범인 몰려... 20년 복역 후 2009년 가석방, 지난해 재심 청구
재판부 "수사기관 부실 수사, 법원 잘못된 판결... 사법구 구성원으로서 사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씨가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씨가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이춘재가 저지른 연쇄살인사건(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사건 발생 32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재심 선고를 하면서 과거 잘못된 판결로 윤씨가 옥고를 치르게 된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7일 윤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 및 제출 증거의 오류를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해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며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20년이라는 오랜 기간 옥고를 거치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윤씨에게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선고가 윤씨의 명예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 진술은 불법체포·감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얻어진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또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피고인의 신체 상태, 범행 현장의 객관적 상황, 피해자 부검감정서 등이 다른 증거와 모순·저촉되고 객관적 합리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범행을 시인한) 이춘재의 진술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증거와 부합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피고인은 무죄"라는 주문을 낭독하자, 윤씨는 재심 재판 전 과정을 도운 박준영 변호사와 김칠준, 이주희 변호사, 그리고 방청객들과 함께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재심 재판을 이끌어낸 수원지검 형사6부 소속 이상혁(43·사법연수원 36기), 송민주(36·42기) 검사는 검찰을 대표해 윤씨에게 다시 한번 사과했다.

법원이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듣고 무죄를 선고한 만큼 항소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항소가 없으면 사건은 그대로 확정된다. 

윤씨가 누명을 쓴 이춘재의 범행은 이른바 '화성 8차 사건'으로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세 중학생)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몰린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항소심과 상고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지난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1월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무죄가 확정되면서 윤씨는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보상도 받게 됐다.

형사 피의자 또는 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으면, 무죄 선고가 나온 해의 최저임금의 5배 내에서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별도로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형사보상금은 올해 최저시급인 8천590원으로 환산하면 하루(8시간 근무 기준) 최대 34만3천6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윤씨의 실제 복역일수는 7천100여일이고, 산재보상 산정 월평균 가동일수인 월 22일로 보상금을 추산하면 최대 17억6천여만원의 보상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 관계자들은 윤씨가 정신적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경우 20억~40억원가량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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