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몰려 20년 복역한 윤모씨 재심 청구 2달 만에 신속한 결정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됐던 윤모씨가 지난해 11월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접수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됐던 윤모씨가 지난해 11월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접수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진범 논란을 빚어온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과거사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 재심 결정이 내려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14일 이춘재 8차 사건의 재심 청구인 윤모(53)씨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심을 열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춘재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는 취지의 자백 진술을 했다"며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재심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이 재심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재심 개시는 과거 수사기관의 수사는 물론 법원 판결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재심 요건도 까다롭다. 형사소송법 420조는 재심 사유로 ▲원 판결의 증거물이 위·변조 또는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판결의 기초가 된 조사에 참여한 자가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때 등 7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수사기관에 의해 진범의 진술이 확보되고, 그 과정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만한 자료가 구체적으로 나와 재심 결정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의 경우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 이춘재의 자백이 나온 것이 재심 결정에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또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점, 수사기관이 불법 체포·감금 및 구타·가혹행위를 한 점 등도 법원의 재심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 

재판부는 2월 중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입증계획 청취 및 증거와 증인을 채택하고, 3월에는 재심 공판기일을 열어 사건을 재심리한다는 계획이다. 현 재판부는 내달 법원 정기인사에서 인사이동을 할 예정이어서 정식 공판 진행은 새로 구성되는 재판부가 담당할 전망이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윤씨를 1989년 7월 검거해 범인으로 발표했고,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재판 과정에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에서 모두 기각당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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