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과 ‘가라오케’ 혼동이 중대한 사실 오인?... 명예훼손 ‘비방 목적’ 인정 법리는
‘룸살롱’과 ‘가라오케’ 혼동이 중대한 사실 오인?... 명예훼손 ‘비방 목적’ 인정 법리는
  •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 승인 2020.10.07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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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적시한 내용이 진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경우 비방할 목적 부인돼"
'셀레브 대표 갑질 폭로' 1심 명예훼손 유죄... "공익 목적 내부고발 감안해야" 목소리

▲유재광 앵커=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업체 셀레브의 직장 갑질 폭로 명예훼손, 1심 판결문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앞서 관련 내용 전해드렸는데, 간략하게 정리해볼까요

▲윤수경 변호사(법무법인 게이트)= 셀레브라는 인터넷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던 A씨가 지난 2018년 4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회사 대표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5가지인데요.

야근 및 장시간 근무 강요, 욕설과 폭언 등 부당 대우, 업무 실적 안 나오면 연봉 삭감 협박, 회식에서 소주 3병 이상 음주 강요, 여직원을 룸살롱에 데려가 여성 종업원 이른바 '초이스' 강요, 이렇게 5가지입니다. 논란이 일자 대표였던 임씨는 SNS에 사과의 글을 올리고 대표 자리에서 퇴진했습니다.

▲앵커= 근데 사과하고 퇴진한 뒤 해당 글을 올린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는 거잖아요.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서울동부지법에서 1심이 진행됐는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유죄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5가지 중 소주 3병 이상 강요한 점과 여직원 룸살롱 여성 종업원 초이스를 하게 한 점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파도타기를 하거나 게임 하면서 벌주를 마시게 하는 등 다소 강제성을 보이는 음주는 있었지만 소주 3병 이상 강권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룸살롱의 경우에도 여직원들을 가라오케에 데려가 여성 도우미를 착석시킨 적은 있지만, 룸살롱이 아닌 가라오케였고 여직원들이 여성 도우미를 초이스하라고 한 적은 없다는 것이 1심 판시였습니다. 피고인의 글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된 사실을 드러냈다고 판결문에 적시를 해서 직장 내 갑질 폭로라는 공익적 목적의 글이었다는 A씨 측 주장도 기각됐습니다.

▲앵커= 보통 명예훼손 재판에서 주요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면 일부 세부 내용이 틀린 거 가지고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지 않나요.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적시한 내용이 '진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에 적시한 내용이 '진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정보통신망법상의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때 적시한 내용이 진실인지 허위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대법원은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대법원 판례를 감안하고 보면, 강제성을있는 방식으로 술을 마셨지만 소주 3병 이상은 아니어서 허위사실 적시다, 이거 어떻게 봐야 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이 사건을 담당했던 1심 법원은 일부 상세한 부분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간의 과장된 표현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를 하면서, 즉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는데요. 일단 A씨는 본인이 3병 이상 먹어서 3병 이라고 썼는데 표현이 '모두 3병 이상'이라고 돼 있기 때문에 '모두'가 아니어서 허위라는 게 1심의 판단입니다.

담당 판사는 "직원들과 회식을 할 당시 속칭 '파도타기'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벌주를 마시게 하는 등 다소간의 강제성을 띠는 방식으로 술을 마신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하지만 피고인 이외에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던 3명의 직원들은 모두 술자리에서 음주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일부 허위' 표현이 기재됐다는 점을 들어서 "A씨 글이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된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보일 뿐 일부 상세한 부분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는 데 불과하다거나 다소간의 과장된 표현이 있는 경우로서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판례는 허위사실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기준으로 하고, 다소 과장이 있더라도 허위로 보지 않는데, 이번 사안의 경우 음주를 강요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3병 이상이라는 표현은 허위가 아니라 다소 과장한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게 웃기던데 '룸살롱이 아니라 가라오케다. 여성 도우미가 앉긴 앉았지만 여직원들이 초이스 한 게 아니니 허위다' 이거는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개인적으로 룸살롱이든 가라오케든 여성을 상품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A씨 역시도 그런 취지로 고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요. 다만 A씨가 주장했던 룸살롱에 가서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해서 옆에 앉도록 해야 했다는 내용은 A씨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것을 전한 표현입니다. 이 점 때문에 재판부가 허위사실로 판단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담당 판사는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하도록 하는 것은 경험칙상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이를 그대로 글로 적시한 점에 비춰서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글이 허위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앵커= 1심은 또 직장 내 갑질 폭로라는 공익적 목적의 글이었다는 주장도 기각하고 비방 목적이었다고 판시했는데, 이거는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됩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명예훼손 성립요건인 비방할 목적에 대해서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 판례는 공공의 이익과는 상반되는 의도라고 보는데요.

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공무원 등 공인인지 아닌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이고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그리고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번의 경우에도 A씨가 단순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내용을 전혀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의도 없이, 단순히 전 직장의 대표를 명예훼손할 의도였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근무환경이나 다른 직원들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번 사건과 1심 판결 개인적으론 어떻게 보시나

▲윤수경 변호사= 임씨가 처음부터 A씨를 고소한 건 아닙니다. 임씨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습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임씨는 A씨의 글이 일부 허위라고 하면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5월에는 A씨에게 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임씨는 민사재판에 회사 직원들을 인터뷰한 형식의 녹취록을 재판 증거로 제출했는데요. 전 동료였던 A씨와 관련된 진술들로 재판과는 무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언론의 주목을 받은 내부고발자들이 관심이 지나간 뒤에 2차 가해에 놓이기 쉬운 상황인데요.

비난을 못 이겨 사과했던 가해자들도 사태가 잦아들고 나면 내부고발자를 법정에 불러들이곤 하는데요. 내부고발 사건의 경우 공론화되어도 피해자를 홀로 피해자로 남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직장 내 성희롱에 엄격한 법과 함께 EEOC(고용기회평등위원회)가 중간에서 소송을 대리하고 분쟁을 조율하면서 피해자에게 강력한 지지기반을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이런 제도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이게 2심에서 1심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1심은 5가지 사실 중에 2개를 허위사실로 인정하면서 A씨를 유죄라고 해서 2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는데요. A씨가 전체적으로 고발했던 목적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사적인 목적으로 고발했다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1심 판결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앵커= 2심 판결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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