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회사 대표 갑질 폭로’ 전 직원은 어떻게 명예훼손 유죄 ‘전과자’가 되었나
'스타트업 회사 대표 갑질 폭로’ 전 직원은 어떻게 명예훼손 유죄 ‘전과자’가 되었나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0.10.11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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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폭로했다 민·형사 고소당해 심신 피폐... 개인 문제 아냐, 반드시 이겨야"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이번 주 유명 콘텐츠 제작업체 ‘셀레브’ 대표 임상훈씨의 ‘갑질’을 고발했다가 거꾸로 민·형사 고소를 당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A씨 얘기를 전해드렸는데요.

A씨의 sns폭로가 2018년 4월, 임상훈씨의 고소가 2018년 5월이니까 벌써 2년 4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A씨를 돕고 있는 페미니즘 프로젝트 그룹 ‘셰도우 핀즈’ 관계자와 명예훼손 재판 1심 패소 뒤 2심부터 무료 변론을 맡고 있는 양태정 변호사와 이런저런 뒷얘기들을 더 들어봤습니다.

신새아 기자가 만나 봤습니다.

[리포트]

매일 매일 쥐어짜듯 해야 하는 강도 높은 근무환경과 그럼에도 수시로 쏟아지는 대표의 폭언과 압박, 울며 겨자먹기로 가야 하는 회식 술자리 등등.

2018년 4월 어느 날 A씨의 폭로에 스타트업 업체 셀레브 대표 임상훈씨는 바로 “온갖 가시 돋친 말로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준 것도 사실”이라고 사과하며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셀레브 사건’은 그러나 끝이 아닌 다른 악몽의 시작이었습니다.

사과 한 달도 못 돼 임상훈 씨가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A씨를 고소하고, 5천만원의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겁니다. 

[테오즈 / 셰도우 핀즈 활동가]

“(대표가) 바로 사과를 했고 해서 그냥 그 때는 이렇게 일이 커질지 모르셨던 것 같아요. ‘다 인정했구나’ 뭐 별 생각이 없었다고 저한테 말씀해주셨고. 고소를 한 것부터 거기부터 이해가 안 가셨던 거죠. 당황하셨던 것 같고 2년이 지났기 때문에 2년이라는 시간으로 되게 악화돼 온...”

명예훼손 혐의 수사와 기소, 1심 재판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A씨는 지치고 피폐해졌고, 급기야 우울증까지 얻었습니다.

용기를 낸 직장 갑질 폭로.

그럼에도 세상은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고, 자신만 외롭게 고통 받고 있다는 생각은 A씨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테오즈 / 셰도우 핀즈 활동가]

“피해자분도 가장 두려워했던 사항도 이 사건이 2년이나 지났는데 아무도 이것을 기억하지 않고 자기만 이상한 사람 될까봐... 그리고 (주변에서도) ‘그 때 사과하고 사퇴한 그것으로 끝난 거 아냐’ 그 정도만 기억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뒤에서 형사고소랑 민사고소를 건 것을 거의 모르시더라고요.”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2년 넘게 싸워왔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 8월 A씨에 대해 명예훼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가라오케’를 ‘룸살롱’으로 표현한 점, 다소 강제성을 띠는 방식으로 술을 마시긴 했지만 ‘모두 소주 3병 이상’ 마신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인정한 겁니다.

“술자리에서 음주를 강요한 적이 없다“는 등의 셀레브 직원들의 법정 증언이 재판부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A씨의 진술을 뒷받침해 줄 증인이나 참고인은 한 사람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거나, 못 나왔습니다.

[테오즈 / 셰도우 핀즈 활동가]

“놀랍게도 이 사건의 모든 피해자들 중 그 누구도 이 원사건에 대해서 고소를 한다거나 법적 조치를 한 게 없어요. 그리고 저희 피해자분 측의 증인들은 감히 법정에 나오지 못했어요. 이게 업계가 얼마나 좁으면 그런 외부적인 시선을 아직도 인식을 많이 하시는 것 같고...”

페미니즘 프로젝트 그룹 셰도우 핀즈가 A씨 1심 패소 판결 소식을 듣고 A씨와 연대해 돕기로 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이게 A씨 개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테오즈 / 셰도우 핀즈 활동가]

“이 선고 자체가 일단 납득할 수 없고 이 업계가 이런 식으로 내부고발을 하는 사람의 사건을 이렇게 두면 그 누구도 그 업계 내에 성차별, 성희롱, 갑질에 대해서 말하지 못할 것이다. 개인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거예요, 이미.”

이에 1심 패배를 딛고 심기일전하기 위해 셰도우 핀즈는 공익제보센터 ‘굿로이어스’ 양태정 변호사를 찾았고, 양 변호사는 그렇게 A씨의 항소심 변호인을 맡았습니다.

[양태정 굿로이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A씨 항소심 변호인]

“셰도우 핀즈 활동가분들로부터 내부고발자분이 고소를 당하셔서 이런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도와주실 수 있냐고 연락을 받았는데 내부고발자분하고 만나서 말씀 들어보니 그 분 진정성이라든가 용기에 저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변호를...”

양 변호사는 1심에서 패소한 A씨를 만났을 때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양태정 굿로이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A씨 항소심 변호인]

“다른 노동자들 권익을 위해서 한 건데 그 후로부터 오히려 받는 것은 수사 결국 벌금형이라는 처벌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굉장히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 계시고 거의 자포자기 하고 있던 차에 그래도 주위에서 ‘더 판단을 받아 보자’ 라고 생각이 들어서 항소를...”

항소심에서 양 변호사는 먼저 1심 재판부가 허위사실 적시라고 판단한 ‘룸살롱’ 등 일부 표현에 대해 중요한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므로 일부 표현을 문제 삼아 전체 내용을 다 허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집중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해당 SNS 글은 비방이 아닌 직장 갑질 폭로라는 공익적 목적인만큼 위법성이 조각돼야 한다는 점도 집중 부각했습니다.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무죄탄원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280장 넘게 받아 재판부에 제출한 것도 이 같은 취지와 재판 전술입니다.

[양태정 굿로이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A씨 항소심 변호인]

“이렇게 이 내부고발자의 페이스북 게시물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그 페이스북 게시글로 인해서 스타트업 내부에 있던 직장 내 문제가 있던 것에 개선하는 데 있어 좋은 영향을 줬고 공감을 하고 있다는 이것은 공익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서...”

지난달 18일 변론을 열고 양측의 의견을 청취한 항소심 재판부는 사실관계 자체엔 양측의 이견이 없어 명예훼손 성립에 대한 법리 검토를 거쳐 오는 23일 선고를 내릴 예정입니다.

[양태정 굿로이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A씨 항소심 변호인]

“이런 내부고발자가 고초를 겪고 있고 어떻게 보면 이제 부당한 처벌을 받게 될 위기에 있다는 것으로 인해 법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충분히 (1심과) 다른 판단이 나올 것으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된 형사재판도 재판이지만 손해배상 5천만원을 청구한 민사소송은 어떻게 보면 현실적으로 더 급한 발등의 불입니다.

민사소송에선 매사에 부정적인 이른바 ‘프로불편러‘로 모는 ’낙인찍기‘라는 산을 넘어야 합니다.

[테오즈 / 셰도우 핀즈 활동가]

“‘프로불편러’, 굉장히 불만이 많았고 뭔가 자기가 컴플레인 할 게 있으면 바로 대표에게 전화를 많이 하는 사람, 그리고 되게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러 가지 예를 들었는데 그분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프레임이 그거에요. 이분은 모난 사람, 이 사람은 회사에 협조적이지 않았고...”

민사든 형사든 힘들고 어려워도, 어려워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이 문제는 더 이상 A씨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셰도우 핀즈 관계자는 거듭 강조합니다.

[테오즈 / 셰도우 핀즈 활동가]

“그런데 이제 환경이나 사건의 마무리가 이런 식으로 나버리면 (내부고발이) 위축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고 이제 업계 내에서 남은 사람들, 여자 직원들은 또 다시 제가 좋아했던 언니들, 존경했던 여자 선배들이 그런 식으로 사라지는 것을 너무 많이 봐가지고 이것은 더 이상 개인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잘못된 현실과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명예훼손 재판 항소심 재판부가 전향적인 판단을 내려달라고 양태정 변호사는 촉구합니다.

[양태정 굿로이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A씨 항소심 변호인]

“통상 이 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공익신고나 내부고발이 있으면 상대방 측에서는 거의 전형적으로 이런 명예훼손이라든가 ‘비밀침해 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고소를 합니다. 일종의 이런 내부고발자들을 핍박하는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는 데요. 사실 보통 그런데 다른 공익신고자나 내부고발자분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항소심 재판부가 좀 다른 판결을 해주기를... ”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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