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국군포로, 김정은 상대 손배소 첫 승소... 법원 "강제노역 2천100만원씩 배상"
탈북 국군포로, 김정은 상대 손배소 첫 승소... 법원 "강제노역 2천100만원씩 배상"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07.0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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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후에도 못 돌아오고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노동력 착취 당했다"
김현 변호사 "배상금 받을 수 있다, 경문협 북한 저작권료 공탁금 추심"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노역을 하다 탈북한 한모(가운데)씨와 변호인단 김현(오른쪽) 전 대한변협 회장 등이 7일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노역을 하다 탈북한 한모(가운데)씨와 변호인단 김현(오른쪽) 전 대한변협 회장 등이 7일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노역을 했던 국군포로들이 탈북한 뒤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한 최초의 손해배상 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향후 유사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7일 한재복(86)씨와 노사홍(91)씨가 북한 정부와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한씨와 노씨에게 각각 2천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한씨 등은 "1950년 6·25 전쟁에 국군으로 참전했다가 북한군의 포로로 잡혀 정전 후에도 송환되지 못하고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며 "못 받은 임금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해 1인당 1억6천8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지난 2016년 10월 냈다.

이들은 지난 2000년 탈북해 국내로 돌아왔다. 한씨는 "1951년 포로로 붙잡혀 휴전협정이 맺어진 뒤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북한이 놓아주지 않았다"며 "탄광 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한씨 측 법률대리를 맡은 김현 변호사(전 대한변협 회장)는 "정전 이후 국군포로 8만명이 억류돼 강제노동을 했고, 2000년과 2001년 집중 탈북해 총 80명이 한국에 왔다"며 "이들의 억울함을 보상받기 위해 강제노동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북한과 대표자 김정은에게 제기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노동력 착취 목적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충분한 음식을 제공하지 않은 채 노예처럼 부리는 강제노동은 노예제를 금지하는 국제관습법과 강제노동 폐지를 규정하는 국제노동기구 29조 조약에 위배된다"며 "우리 민법 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형사적으로도 반인도적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인식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위안부 판결과 같이 그동안 한씨 등이 권리행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시효 문제가 적용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법원은 한씨 등의 소장을 접수한 지 2년 8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어 심리한 결과 북한과 김 위원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북한 정부와 김 위원장에게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릴 방법이 없어 소장을 공시송달한 뒤 사건을 심리했다.

다음은 김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손해배상금 받을 수 있다, 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한 20억원 추징명령 신청"

- 이렇게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거나 혹은 승소한 경우가 있나.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 이번 판결의 의의를 말한다면.

"첫번째는 대한민국 법정에서 북한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인정된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그 다음으로 국내법상 북한은 국가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변호인단은 북한을 ‘비법인 사단’으로 간주해 소송을 냈고 그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또 북한은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는데, 대한민국 법원이 국군포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아가 강제노역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까지 인정했다는 점이다. 북한과 김정은이 공동 피고로서 같이 연대책임을 지게 됐다는 점도 의의가 있다."

- 유사한 소송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지.

"그렇다. 탈북 국군포로가 80명인데 지금 23명이 생존해 있다. 나머지 생존자 21명이 똑같은 소송을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신 분 57명의 유족들도 아마 같은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 실제로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나.

"북한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대한민국 법원이 인정한 것이니 받을 수 있다. 북한의 재산에 대해서는 북한 밖에 있기만 하면 다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지적재산권 관련해서 국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북한 조선중앙TV 등에 지급할 저작권료 등 20억원이 지금 법원에 공탁이 돼있다. 그것에 대해서 우리가 추징명령을 법원에 신청해서 받을 생각이다." (경문협은 2004년 1월 남북한 민간교류협력을 위해 설립됐고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이사장으로 있다. 경문협은 북한 내각 산하 저작권사무국과 협약을 맺고 북한 출판물, 방송물 등의 국내 저작권을 위임받아 그것을 사용한 방송사 등으로부터 대신 징수한 저작권료를 북측에 송금했으나,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대북 제재로 송금이 어려워지자 이듬해 5월부터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오고 있다.)

- 소송을 진행한 계기는.

"2010년부터 물망초 활동을 해왔고, 초대 국군포로송환위원장이었다. 국군포로 문제를 잘 알고 있었다. 2016년에 국군포로 두 분하고 '강제노역을 한 것에 대해서 북한 상대로 소송을 해보자' 이렇게 얘기가 돼서 2016년에 소송을 하게 됐다. 3년 동안 거의 진전이 없었는데 작년에 재판장이 관심을 특히 많이 가지고 이 소송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북한에 대한 송달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그것을 공시송달 하기로 재판장이 허락하면서부터 소송이 급진전을 보였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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