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투명성·책임성 확보할 제도적 장치 마련"
재계 반대 "기업경영 자율성 침해, 책임경영 어려워... 경제와 국민에 피해"

▲유재광 앵커= 오늘(2일) ‘LAW 인사이드’에서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고 하는데 어떤 토론회인가요.

▲기자= 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와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기업 지배구조개선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환영사에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시대적 과제로 부각됐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하다“며 ”이런 제도적 장치를 상법 개정을 통해 마련하고자 한다“고 오늘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습니다.

토론회 발제는 민변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가 맡았고요. 법무부와 참여연대, 장덕조 서강대 로스쿨 교수,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앵커= 뭐가 문제가 있으니 개선을 하자는 것일 텐데, 뭐가 문제라는 건가요.

▲기자= 대기업집단 이사회가 건강한 견제와 균형 원리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 주주가 아닌 오너의 이익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일종의 '거수기' 역할밖에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발제를 맡은 김남근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례를 들었는데요. 이 합병이 당시 박근혜 정권과의 정경유착을 통한 부당합병인 사실이 법정에서 확인이 됐고, 주주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임에도 이사회 차원에선 진상규명 등 관련 논의나 대책 마련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한마디로 누구를, 무엇을 위한 이사회냐는 게 김 변호사의 문제의식입니다.

▲앵커=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요.

▲기자= 그동안 여러 차례 논의되긴 했는데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비롯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습니다.

먼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현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먼저 선출한 다음 여기서 감사위원을 뽑는 시스템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기존 이사들이 감사위원을 겸임하는 것과 내용적으로 다를 게 없으니, 감사위원은 이사와 분리해 별도로 선임해서 ‘그 밥에 그 나물’이 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 다음으로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특정 이사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제도인데요. 이게 도입되면 소액주주들이 미는 후보가 사내이사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져 이사회에서 쓴소리를 낼 수 있을 걸로 기대됩니다. 전자투표 의무화도 이와 비슷한 취지이고요.

또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가 아닌 자회사나 손자회사 대주주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모회사 소액주주들이 자회사나 손자회사 대주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입니다. 이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등 지배회사 대주주나 경영진의 부당한 사익 추구를 차단하자는 취지입니다.

참가자들은 나아가 국민연금공단의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 즉 주주권 행사를 강조했는데요. 기관투자자의 공적책임을 강조한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 국민연금공단이 주총이나 이사회 등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앵커= 대기업들 입장에선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하자는데 대놓고 반발하진 못해도 못마땅하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장 오늘 토론회만 해도 박용진 의원이 “대기업 입장을 듣겠다”며 전국경제연연합회에 참석을 요청했지만 전경련 측은 “참석이 부담된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단 재계의 기본 입장은 그런 제도들이 도입되면 “정부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해당 제도들이 시행되면 오너나 CEO의 경영권이 흔들려 책임경영이 어렵게 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와 국민들이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논리입니다.

▲앵커= 토론회를 주최한 박용진 의원이나 정부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네.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한 법안은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관련법이 여러 건 발의된 바 있지만 여야 대립과 재계의 반발 등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회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이와 관련 박용진 의원은 "부적격 사내이사를 제재하거나 해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상법 개정을 통해 마련하겠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고견을 함께 담아 좀 더 보완된 상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하겠다“고 말해 관련 제도 도입을 위한 상법 개정안 발의를 기정사실화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축사를 통해 “오늘 토론회에서 나오는 논의를 경청하여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하고 정의로운 지배구조 정착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관련 상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내놓을 수도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며 “기업 지배구조의 질적 개선 및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상법 개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앵커= 177석 슈퍼 여당 민주당이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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