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그만두면 임금 일부 반환" 근로계약... 퇴사한 임상병리사에 병원이 소송 냈는데
"5년 내 그만두면 임금 일부 반환" 근로계약... 퇴사한 임상병리사에 병원이 소송 냈는데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0.03.23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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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근로계약 불이행 위약금 계약 금지'... 법원 "임금 반환 안 해도 돼"

▲유재광 앵커= 오늘(23일)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에선 ‘임금’ 얘기 해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들어볼까요.

▲기자= 지난 2012년 1월부터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임상병리사로 근무하던 전모씨 얘기입니다.

전씨는 2015년 2월 둘째 아이 출산 휴가를 앞두고 퇴사 의사를 밝혔는데 병원 원장이 퇴사를 만류하며 ‘추가금’을 줄 테니 일을 더 해달라고 붙잡았다고 합니다.

▲앵커= 추가금이 뭔가요.

▲기자= 말 그대로 임금 외에 추가로 돈을 더 지급해 실수령액이 300만원이 되도록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건데요. 예를 들어 임금이 230만원이면 70만원을, 임금이 240만원이면 60만원을 추가금으로 지급해 실수령액을 300만원으로 맞춰주는 식입니다.

단 단서조항이 있는데요. 최소 5년간 근무해야 하고 5년 이내 그만둘 경우 추가금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서를 썼습니다. 다만 양측이 합의할 경우 추가금을 돌려주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2016년 5월부터 2020년 3월까지 5년간 근무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전씨가 그 중간인 2017년 1월 그만두면서 분쟁이 시작됐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가 됐나요.

▲기자= 일단 병원에서는 계약서대로 추가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반면 전씨는 병원이 추가금을 임금으로 보지 않고 추가금을 빼고 퇴직금과 미사용 연차수당을 산출해 지급했는데, 추가금을 임금에 포함해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소송을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서 냈습니다.

덜 받은 퇴직금이 600만원 좀 넘는다는 게 전씨 주장인데 소송은 별건으로 각각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이와 별도로 해당 병원장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죄로 기소돼서 1심에서 벌금 5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선 병원장이 추가금을 임금으로 여기지 않아 퇴직금을 고의로 미지급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무죄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앵커= 그러면 민사소송도 병원장이 이긴 건가요, 어떻게 된 건가요.

▲기자= 일단 공단 측은 재판에서 위 형사사건상 범죄의 고의가 없는 것과는 별개로 해당 금품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만큼 ‘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반면 병원 측은 ‘추가금’은 5년 계속 근무를 조건으로 약정한 금원이지, 근로의 대가로 지불한 임금이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공단은 이에 다시 5년 계속 근무는 퇴직하지 않고 계속 근무하도록 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급한 ‘임금’이지 5년 조건이 걸렸다고 임금이 임금이 아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고요.

병원 측은 5년 이상 계속 근무하기로 한 약정을 깬 것은 전씨니만큼 신의성실 원칙 위반으로 되돌려 받아야 하는 돈으로 되돌려 받아야 할 돈을 퇴직금 계산에 산정하는 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재반박하는 등 치열하게 맞섰습니다.

▲앵커= 주장이 팽팽한데 법원은 누구 손을 들어줬나요.

▲기자= 법원은 전씨 손을 들어줘 추가금도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추가금은 피고(병원장)가 업무상 원고(전씨)의 근로를 필요로 하고 그에 대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해 지급하기로 한 이상 명목이 추가금이거나, 계속 근로를 하지 않은 경우 반환한다는 약정이 있더라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금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이에 병원장이 전씨에게 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앵커= 병원 측에서 추가금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은 어떻게 됐나요.

▲기자= 이 또한 1·2심에서 모두 병원 측이 졌고 전씨가 이겼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조항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병원장과 전씨가 맺은 추가금 반환 계약은 이 ‘위약 예정의 금지’ 조항 위반으로 무효이고 따라서 추가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 1·2심의 공통된 판단입니다.

사건을 수행한 고흥규 공익법무관은 “형사사건에선 지급된 추가금이 단순히 근로의 대가인지 아니면 5년간 전속 근무의 대가인지 불분명했는데, 일정 기간 계속 근무를 조건으로 한 금원의 법적 성격 및 계속 근무조건을 준수하지 못하면 추가금을 반환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이번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앵커= 고용주 주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법원 판결이 합리적으로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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