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일했는데 150만원 지급... "최저임금 미지급" 노동청 진정
노동청 "공부가 주된 목적, 부수적으로 근로 제공... 근로자 아냐"
법원 "업무내용 상대방이 지정·지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해당"

▲유재광 앵커= 취업이나 자격증 준비생들 사이에 이른바 ‘꿀 알바’로 통하는 일이 있습니다. ‘독서실 총무’인데요. 독서실 총무도 ‘근로자’에 해당할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들어볼까요.

▲기자= 2015년 1월 20대 김모씨는 구직광고를 보다가 이모씨가 운영하는 독서실 총무에 지원을 하게 돼 채용된 뒤 약 5개월 정도 독서실 총무로 일했다고 합니다.

이 기간 김씨는 독서실에서 공부하며 매일 오전 8시부터 평균 9.5시간 정도 청소, 내부 온도 조절 등 독서실 운영과 관련된 일을 했고 수고비 조로 매달 35만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뭐가 문제가 된 건가요.

▲기자= 최저임금이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시간당 최저시급은 5천580원으로 이를 5개월로 계산하면 856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실제로 지급받은 금액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150만원을 받은 겁니다.

이에 김씨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면서 노동청에 진정을 냈습니다.

▲앵커= 노동청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기자=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려면 김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 노동청은 독서실 총무는 근로자가 아니라며 김씨가 낸 진정을 기각했습니다.

“공부에 주된 목적을 가지고 부수적으로 근로를 제공했기 때문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노동청 판단이었습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나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도 노동청 결정이 거의 그대로 인용되면서 전부 패소했고, 김씨는 이에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항소했습니다.

▲앵커= 1심에서 전부 패소했으면 쉽지 않았을 텐데 항소심에선 어떤 주장을 펼쳤나요.

▲기자= 공단은 항소심에서 이른바 ‘근로자성’을 강조했는데요.

구체적으로 공단은 먼저 독서실 총무라고 해도 업무 내용이 상대방에 의해 정해진다는 점, 업무수행 과정에 상대방으로부터 개별적인 지휘를 받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공단은 또 근무시간과 장소도 상대가 지정하고 이에 구속을 받았으며 특별히 허락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리를 비우기 힘들 정도로 근무장소가 구속되었던 점, 김씨가 스스로 다른 사람을 고용하거나 시켜서 자신이 맡은 업무를 대행케 할 수 없었다는 점 등도 더불어 강조했습니다.

즉, 김씨는 업무에 있어 이씨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고 근로자에 해당하는 만큼 최저임금을 주지 않은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앵커= 독서실 쪽에선 뭐라고 주장을 했나요.

▲기자= 독서실 쪽에선 주된 계약체결 목적이 노동의 제공이 아닌 학업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독서실 총무로 한 일은 독서실 운영에 있어 극히 경미하고 부수적인 수준의 잡무로 ‘근로’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독서실 측에선 또 김씨가 독서실에 안 나오거나 외출을 하더라도 별도를 이를 계산해 월 정액 수고비에서 공제하지 않은 점, 김씨가 독서실에 있는 동안에도 자유롭게 공부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점 등을 들며 김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맞섰습니다.

이와 함께 독서실에 있던 시간 전체를 근무시간이나 대기시간으로 평가하는 것도 무리가 있고 받을 때는 가만있다가 나중에 소송을 청구한 것도 부당하다는 등의 주장도 함께 개진했습니다.

▲앵커= 양쪽 주장이 나름 논리들이 있는데 항소심 판단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법원은 김씨의 손을 들어줘 독서실 총무도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이 지난 부분을 제외한 미지금 입금 512만원과 이애 대한 지연손해금을 합친 총 600만원을 지급하라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습니다.

양쪽 모두 이의신청을 내지 않아 이 결정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소송을 맡은 공단 강상용 변호사는 “독서실 총무로 일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일정한 보상을 이유로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사례들이 많은데, 고시원 총무처럼 독서실 총무 역시 사업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대법원 판례가 요구하는 근로자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이번 판결 의의를 밝혔습니다.

▲앵커= 네,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과 고정관념을 깨는 판결인데 고시원이나 독서실에서 아예 총무를 안 쓰는 부작용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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