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액 산정, 약관보다 우체국 내부 규정이 먼저라고?... 보험인 듯 보험 아닌 '유사보험'
연금액 산정, 약관보다 우체국 내부 규정이 먼저라고?... 보험인 듯 보험 아닌 '유사보험'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0.03.10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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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수협·신협·새마을금고 보험, 보험업법 적용 안 받는 '유사보험'
금융당국 관리감독 사각지대, 부지급 비율 훨씬 높아... 제도 개선 필요

▲유재광 앵커= 오늘(10일)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에선 우체국 연금보험 얘기 해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먼저 들어볼까요.

▲기자= 78살 정모씨 사연입니다. 정씨는 지난 1994년 종신연금형, 체증형 우체국 보험 상품에 가입해 2000년부터 매년 연금을 받아왔는데 연금액을 두고 우체국과 갈등을 벌인 내용입니다.

▲앵커= 종신연금형은 알겠는데 체증형은 뭔가요.

▲기자= 체증, 말 그대로 점차 늘어간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씨가 가입한 상품은 2000년부터 10년 간은 직전연도 연금액에 체증률 10%를 곱한 금액을 지급하고, 이후에는 10년차 연금액과 동일한 액수를 지급하도록 하는 상품입니다.

쉽게 말해 첫해 나온 연금액에서 매년 10%씩 더해 지급을 하다 10년 치 연금 증가가 끝난 시점의 연금액을 종신으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앵커= 그런데 뭐가 문제가 된 건가요.

▲기자= 일단 체증률이 약관에 명시된 10%가 아닌 매년 정기예금 금리 변동을 반영한 4.84~9.37% 사이에서 결정돼 왔습니다. 또한 11년차 이후엔 10년차에 확정된 연금액을 지급해야 하는데 매년 정기예금 금리 변동을 반영한 연금액 산출식을 적용해 직전 연도보다 7.12~14% 감소한 금액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즉 정씨 입장에선 연금액이 늘어나는 건 더 적게 늘어나고, 줄어들지 않아야 되는데 줄어든 셈이 된 것입니다. 이에 정씨는 우체국을 상대로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얻어 소송을 냈습니다.

▲앵커= 약관이 있는데 우체국은 뭐를 근거로 약관에 나와 있는 연금액이 아닌 다른 연금액을 산정해서 지급을 한 건가요.

▲기자= 한 마디로 우체국이 보험계약 모집 당시 고객에게 제공한 약관과 다른 자체 연금액 산출 기준을 적용해 연금을 지급해 온 건데요. 재판에서도 우체국은 내부적으로,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왔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체증률이 10%이긴 하지만 이거는 기준일 뿐 여기에 정기예금 변동금리를 적용해 연금액을 산정해 왔고 이 정기예금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연금액 체증률이 10%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우체국 입장입니다.

즉, 연금 지급 개시 시점 이후 전년도보다 정기예금금리가 올라갔으면 체증률도 10%보다 더 높게 나왔을 텐데 지속적으로 금리가 떨어져 결과적으로 연금액이 줄게 됐다는 게 우체국 설명입니다.

이에 맞서 공단은 “우체국 연금보험 약관상 정씨가 가입한 보험은 10년 보증부 체증형일 뿐, 이 체증율에 다시 어떤 수치를 곱한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하며 ”애초 약정한 체증률 대로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앵커= 우체국 주장도 아무 허무맹랑하진 않은 것 같은데 법원은 누구 손을 들어줬나요.

▲기자= 법원은 정씨의 손을 들어 우체국에 정씨가 덜 받은 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가입자와의 약속인 약관은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설정한 셈법보다 우선한다”는 것이 재판부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체국이 먼저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앵커= 재판부 말대로 이게 정씨 1명 사례가 아닐 텐데 금감위나 금감원은 이런 사실을 그동안 알지 못했던 건가요.

▲기자= 그게 애매한 게 이렇게 우체국이나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 공제 등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을 ‘유사보험’이라고 하는데요. 일반 소비자에겐 일반보험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보험업법 적용을 받지 않아 금융당국 관리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우체국 보험의 경우 우정관리본부 소속으로 ‘우체국예금보험법’ 규제를 받고, 새마을금고 등 공제 상품은 새마을금고법 등 '공제법' 영향을 받는데, 앞서 말했듯이 우체국이 ‘자체 셈법’으로 연금액을 계산해 지불해 온 관행도 이런 구조와 무관치 않습니다.

공시 의무도 없는 등 일종의 관리 규제 사각지대고 실제 보험금 부지급 비율도 민간보험의 몇 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그러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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