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사법농단 문제를 집권여당 가려고 '이력'처럼 내세워"
현직 판사들 "법원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 송두리째 흔들어"
"사법개혁 원해도 '법복 정치인' 손 빌리는 개혁 달갑지 않다"

이수진(오른쪽)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발표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수진(오른쪽)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발표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사법농단을 폭로했던 전직 부장판사가 27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이수진(50)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다.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판사 출신이 집권여당에 입당한 것은 이탄희(42) 전 판사에 이어 두번째다. 법원 내부와 법조계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27일 "4·15 총선을 앞두고 13번째 영입 인사로 양승태 사법부 사법농단 관련 의혹을 폭로했던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보도자료에서 이 전 판사에 대해 "법관 출신 인사로는 이탄희 전 판사에 이어 2번째며, 부장판사급 중진 법관 중에서는 첫 영입 케이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전 판사는 양승태 체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법관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대법원 사법농단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이라며 "양승태 대법원이 추진했던 상고법원에 반대하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하는 등 법원 내 사법개혁에 앞장서 온 소신파 판사였다"고 말했다.

이 전 판사는 수원지법 부장판사로 있다 지난 3일 사표를 내고 4·15 총선 출마 계획을 밝혔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지역구에 나가 국민의 심판을 받고 싶다"며 "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집요하게 출마를 요청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판사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2년 사법연수원을 31기로 수료했다. 인천지법을 시작으로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서울남부지법에서 근무했다.

이 전 판사는 2016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재직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를 비판하는 토론회 개최를 막으라는 법원행정처 지시를 거부하는 등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고, 2018년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 지연 의혹을 폭로했다. 법원 내 진보 성향 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창립부터 활동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입당식에서 이 전 판사는 "개혁 대상인 법원이 스스로 개혁안을 만들고 폐부를 도려내기란 쉽지 않다"며 "법원 내부 의견을 존중하면서 동반자적 관계로 협의할 수는 있지만 결국 외부에서 건강한 동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 특히 법원 내부에서는 일부 판사들이 사법농단 폭로나 법원 내부고발을 '이력'처럼 내세워 정치권, 더구나 여당에 들어가려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인천지법 대표로 참여했던 이연진 판사는 지난 22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글을 올려, 민주당에 입당한 이탄희 전 판사가 "법원 내부게시판 등에 나를 비판하는 글보다 지지하는 글이 많다"고 말한 데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법복을 벗은 후에도 여전히 법복을 들고 다니는 정치인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판사는 "법복을 들고 다니며 정치를 하려는 모습은, 법원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송두리째 흔든다"며 "사법개혁 임무를 맡을 만한 적임자라고 정치 입문의 정당성을 제공하는 양 부풀려진 외관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정욱도 대전지법 홍성지원 판사는 앞서 지난 17일 코트넷에 '법복 정치인 비판'이라는 글을 올려 "그분들은 자신이 법복을 벗고 나서야 비로소 정치인이 되었다고 말하겠지만, 법복을 벗자 드러난 몸이 정치인인 이상 그 직전까지는 정치인이 아니었다고 아무리 주장한들 믿어줄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 판사는 "그것은 남은 법관들, 특히 같은 대의를 따르던 다른 법관들에게까지 법복 정치인의 혐의를 씌우는 일"이라며 "사법신뢰의 회복에도 도움이 되기 힘들다. 사법개혁을 바라는 입장이지만 법복 정치인의 손을 빌려 이루어질 개혁은 달갑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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