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어제도 불 났어"... 주택가 화재 60%는 이면도로 '거미줄 공중선'이 원인
"남대문시장 어제도 불 났어"... 주택가 화재 60%는 이면도로 '거미줄 공중선'이 원인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8.09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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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노후 전선, 단순한 미관상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공중선 정비, 당장 시작해야 한다

[법률방송뉴스] 저희 법률방송에선 그제와 어제, 전선과 통신선 등 공중선 문제점들을 집중 보도해 드리고 있는데요.

오늘(9일)은 무질서한데다 낡고 노후화된 공중선으로 인한 화재 등 안전 문제에 대해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장한지 기자가 그 실태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강원도를 집어삼킨 고성 산불.

생계 터전을 잃고 수만을 이재민을 양산하며 피해액만 582억원에 달했던 거대한 화마의 시작은 전신주의 끊어진 전선이었습니다.

끊어진 전선에서 튄 불티가 마른 낙엽에 옮겨붙으며 대화재로 이어진 겁니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입니다.

명동 등 시내 대표 관광지와 밀접해 있어 관광안내소 측에 따르면 하루 평균 유동인구만 40만명에 달하는 서울의 명소입니다.

외국인들도 관광 삼아 많이 찾는 곳인데 시장 안에서 고개를 조금만 들어 위를 보면 전선 등 공중선들이 어지럽고 너저분하게 얽혀 지나가는 것이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원래 무슨 용도로 썼는지 잘린 채 널부러져 있는 폐선들이 여기저기 있고, 고압 변압기 주변으로 무수히 많은 전선들이 교차해 지나가고 있습니다.

상가 차양 바로 위 전신주엔 피복이 벗겨졌는지 절연테이프로 둘둘 감아놓은 전선들 사이로 바싹 마른 나뭇잎이 떨어져 있는 게 행여 불꽃이 튀면 불이라도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합니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문제는 그게 미관상 굉장히 보기에 좋지가 않고, 또 설치를 했다가 끊어놓고서 축축 늘어뜨려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굉장한 위협을 주고, 그런 경우가 굉장히 위험성이 높아져요. 결국 전력선과 접촉을 할 가능성도 커지고..."

이런 화재 위험은 단순히 가능성에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당장 바로 어제만 해도 남대문시장에선 전선 문제로 불이 나 한바탕 난리가 났다는 것이 상인들의 말입니다.

[남대문시장 상인 A씨]
"(저쪽으로 다 불 났었고...) 쥐가 건드려가지고 불 났지. 안에 내부에서 쥐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전기선을 갉아 먹어가지고. 그래서 불났지. 옥상에서 연기가 나서 소방서에서 어제 얼마나 많이 왔는데..."

문제는 이런 화재가 하루이틀 일이 아니고, 계속 되풀이되고 있고,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남대문시장 상인 B씨]
"(남대문에서 화재 난 적이 있었나요?) 자주 나죠. (어떤 이유로?) 전선 합선되어 가지고. 어제도 저쪽에 마을금고 쪽에서..."

[남대문시장 상인 A씨]
"쥐도 다니고 고양이도 사이사이 이런 데 간판 사이사이 고양이들이 지나다니고 거기서 먹고 싸고 그러니까 지나다니면서 건드리니까 합선이 돼서 불이 나는 것이죠. 군데군데 (불이) 났지. 여기도 나고 여기 저 끝에 마을금고 거기도 나고 저 앞에 건물도 작년 여름에 불났지."

특히 눈비라도 내리거나 태풍이라도 올라치면 낡고 어지러운 전선 때문에 불이 또 나지 않을까 불안감은 더 가중됩니다.

[남대문시장 상인 B씨]
"오래돼서 남대문이. 이런 거 다 겁나. 조금 무섭긴 해요. 비 오는 날 겁나긴 하더라고요. 번개 치고 이럴 때. 남대문(시장)이 오래됐잖아요. 이런 게 전부 다."

대대적인 정비를 하려 해도 시장공간 자체가 협소한데다 땅속엔 이미 상하수도시설 등이 들어차 있어 전신주를 땅속에 묻는 지중화 사업도 여의치않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남대문시장 상인 C씨]
"(전선 정비하는 거 예산이 나왔었어요?) 2~3년 전에 나왔었어. 그런데 공간이 없어가지고 안 되는 것으로..."

더 큰 문제는 이런 화재 등 전선 안전문제가 남대문시장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건설노조의 지난 4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봇대가 부러지거나 전선이 끊어질 위기에 놓인 배전 현장이 30~50%에 이른다는 답변이 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기노동자 3명 가운데 1명은 전체 현장 가운데 최대 절반은 배전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전기공사협회 관계자]
"전선이 노출돼 배관이 되게 되면 햇빛에 의해서 경화되거나 강도가 약해지는 경우가 생겨요. 그런 부분으로 인해가지고 합선이나 이런 사례들은 사실상 많이 나와 있어요."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총 4만2천337건의 화재 가운데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화재는 1만471건으로, 25%에 달했습니다.

누전이나 합선 등 화재가 모두 전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노후 전선의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이 소방청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특히 전선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이면도로 주택가 화재의 경우 노후 전선 폐해가 통계로도 심각하게 드러납니다.

2017년 기준 일반주택 화재 10건 가운데 6건은 전선 노후화가 원인이라는 것이 한국전기안전공사 통계입니다. 

[한국전기연구원 관계자]
"전선도 '병목현상'이 일어나서 열이 나요. 전류가 옛날에는 10밖에 안 필요해서 그 정도 전선을 했는데 갑자기 에어컨도 또 설치하고 뭐도 설치하고 갑자기 사람들이 했단 말이에요. 그러면 전선에 열이 나서 불이 나요."

한전은 전국 230여개 사업소를 통해 상시 전선 점검을 벌이고 있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건설노조 설문에 답변한 전기노동자의 절대다수인 98.6%는 지난해부터 배전선로 유지보수 공사가 줄었다고 답변했습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전선 등 공중선 정비사업, 당장 어렵고 힘든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다고 해서 지레 포기하거나 손을 놓을 사안은 절대 아니고, 거꾸로 어렵고 힘든 만큼 체계적이고도 근본적인 정비 계획 마련과 실천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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