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흉물, 난마처럼 얽힌 전신주 통신선... "이통3사 과열경쟁, 무단 설치도 불사"
도심 속 흉물, 난마처럼 얽힌 전신주 통신선... "이통3사 과열경쟁, 무단 설치도 불사"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8.07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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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에 임대료 내고 전신주 사용... 한전 규정 안 지키고 무허가 설치"
최근 5년간 한전 적발 무허가 통신선 124만개... 위약금만 1천700억원

[법률방송뉴스] 길 다니다 전신주를 보면 도대체 '무슨 전선줄들이 저렇게 많이 걸려 있는 걸까' 생각해보신 적 한 번쯤은 있으실 것 같은데요. 정말 도대체 무슨 선들이 그리 많이 걸려 있는 걸까요.

IT 강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어지러운 전신주 케이블 선들,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LAW 투데이 현장기획'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이면도로입니다.

주택과 사무실 빌딩이 늘어서 있는 사이로 전신주에서 뻗어 나온 선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습니다.

전신주 하나에 저렇게 많은 선들이 걸려 있어도 괜찮은 건가 싶을 정도로 어지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전신주에 의지해 걸려 있지만 보이는 선들이 다 전선은 아닙니다.

오히려 통신 케이블 등 전선 외에 다른 선들이 훨씬 더 많이 걸려 있습니다.

일단 네모난 모양의 주상변압기를 기준으로 전신주 제일 상층부엔 2만2천900V의 특고압 전선 3개가 지나갑니다.

그리고 주상변압기 아래로는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로 들어가는 220V 또는 380V의 저압선이 걸려 있고, 저압선 아래로 '조가선'이라고 불리는 전선 외 각종 통신선 등을 설치할 수 있는 일종의 지지선이 두 개 설치돼 있습니다.

특고압선 3개와 저압선 1개 등 전선 4줄과 조가선 두 줄이 전신주에 걸려 있는 기본선들입니다.

문제는 이 조가선 두 줄에 지나치게 많은 통신선들이 주렁주렁 말 그대로 '난마'처럼 얽혀서 걸려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모든 전신주는 한전 소유로 SKT와 KT, LG U플러스 통신 3사들은 한전에 일종의 전신주 사용료를 지불하고 조가선을 빌려 자사 통신과 IPTV 등에 필요한 선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지역 케이블TV SO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 필요한 초고속 인터넷이나 TV 등은 모두 한전 전신주에 의지해 설치됩니다.

관련해서 한전의 '배전설비 공가업무 처리지침'에 따르면 조가선 1개당 연결할 수 있는 통신선은 24개로 제한됩니다.

그러나 이런 지침은 있으나 마나, 한 눈에 보기에도 24개는 훨씬 넘어 보이는 선들이 조가선에 덕지덕지 걸려 있습니다.

조가선 사이 위아래 30cm를 이격해야 한다는 한전 규정도 역시 있으나 마나, 조가선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각종 통신선 등에 묻혀 있습니다.

미관상 보기 안 좋은 것은 둘째 치고 저러다 툭 끊어져 떨어져 내리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이중돈 / 서울 강남구]
"항상 불안하죠. 여기에 (높은 차가) 걸릴 수도 있고 하기 때문에 항상 불안한데 주변을 지나갈 때마다 끊어져서 내리지 않을까 항상 불안합니다. 넘어질까 봐, 떨어질까 봐..."

이처럼 도심 흉물로 전락한 어지러운 전신주 선들은 상당 부분 통신사들의 과열 경쟁 때문입니다.

IPTV나 초고속 인터넷 변경, 신규 가입 등 새로운 수요가 있을 때마다 한전 지침이나 규정을 무시하고 일단 전신주에 통신선부터 설치하고 보는 '배째라' 식 영업을 하는 겁니다.

실제 한전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한전에 적발된 무허가 통신선은 무려 124만 가닥이 넘습니다.

추징된 위약금만 1천700억원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통신사간 고객 유치 과열 경쟁으로 위약금을 물더라도 일단 전신주에 이런저런 선을 설치부터 하고 보는 '관행 아닌 관행'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홍규 전 한국전기공사협회 변호사 / 법무법인 해랑]
"국민의 안전, 미관상 문제 등을 고려해 무분별하게 방치되어온 전선, 케이블 등을 관리하기 위해 도로법 시행령을 개정하려 했으나 업계의 반발로 수차례 무산됐고..."

규정을 넘어서는 과도한 선들이 걸려 있는 전신주는 언제든 보행자 등 시민의 안전에 치명적인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실제 과도한 선 무게와 지반 침하 등이 겹치며 직각으로 서 있어야 할 전신주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위태한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명예교수]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어서 미관상도 그렇고 관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서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죠. 현재도. 설치하고서는 그냥 끊어놓고 늘어뜨려 놓고 또 계속 굉장히 많은 숫자로 거기에다가 공가를 시켜놓고 해서 전주에 부담을 주고..."

한전은 매년 수십억원을 들여 어지럽게 얽힌 전신주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 오늘(7일)도 시민들은 어지럽게 얽힌 전선주 선들을 머리 위에 두고 그 아래를 무심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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