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만 좋은 'IT 강국'... '공중선'에 포획된 도심 주택가, 지중화 안 하나 못하나
허울만 좋은 'IT 강국'... '공중선'에 포획된 도심 주택가, 지중화 안 하나 못하나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8.08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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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선 민원 2018년 1만5천건 넘어, 4년만에 5배 급증
"상하수도 등 지하시설 포화... 지중화 사업 어려워"
"공중선 통합 관리 법령도 없어, 제도부터 마련해야"

[법률방송뉴스] 저희 법률방송에서는 어제 도심 주택가 이면도로 전신주에 어지럽게 걸려있는 전선과 통신선 등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한 지 오래인 전신주 선 실태를 보도해 드렸는데요.

업계에선 이렇게 전신주에서 뻗어 나가는 이런저런 선들을 '공중선'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LAW 투데이에선 오늘(8일)도 어제에 이어 도심 속 흉물, 공중선 얘기 집중 보도해 드립니다.

어쩌다 이렇게 공중선들이 도심 속 흉물이 됐는지, 개선할 방법은 진짜 없는 것인지 등을 취재했습니다. 'LAW 투데이 현장기획'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역 인근 주택가 골목입니다.

도대체 저 많은 선들은 다 무엇이며 다 어디로 연결되는지 궁금할 정도로 전신주 하나에 엄청나게 많은 선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인근의 한 연립주택 뒷면 벽입니다.

가스계량기와 가스 배관, 통신선 등이 어지럽게 교차하며 벽면을 덮고 있습니다.

마치 연립주택이 통신선에 포승줄로 묶인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아예 가스관에 통신선 뭉치를 묶어놓은 곳이 있는가 하면 보일러 연통에 이런저런 공중선들이 얽혀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나마 팽팽하게 고정돼 있지 못하고 헐거워져 너덜대는 선들도 도처에서 보이고, IPTV 분배기나 초고속 인터넷 선처럼 보이는 선들의 분배 장치는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전선과 초고속 인터넷 등 통신선, IPTV선 등 이런저런 공중선에 누전이나 불꽃이라도 튀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윤창국 / 서울 강남구]
"도시 미관상 당연히 보기가 흉하죠. 흉할 뿐만이 아니라 또 위험요소도 굉장히 많이 있다고 봅니다.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노출이 되게 한다면 케이블로 보호를 한다든지..."

전신주에서 쏟아져 내리는 통신선들이 마치 폭포수를 연상시킬 정도로 무자비하게 선들이 걸려 있는가 하면 통신선과 전선의 무게를 못 이겨 기울어진 전신주도 있습니다.

리모델링 공사 중인 한 빌딩은 공사 발판으로 쓰이는 비계를 아예 전신주에 함께 묶어 놓았습니다.

비계가 자칫 무게를 못 이겨 붕괴할 경우 전신주까지 그대로 같이 넘어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작업자 앞으로 온갖 전선과 통신선 등이 그대로 지나가는 게 한눈에 보기에도 위험천만합니다.

마치 주택가 골목 전체가 거대한 거미줄에 포획된 모습처럼 보일 정도로 공중선들은 도시 뒷골목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급속한 초고속 인터넷 도입 등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성장한  IT 산업의 그림자가 '통신선에 의한 도시 포획'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관계자]
"지하에 (통신) 인프라가 없이 조속하게 인프라를 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공중선이 된 것이고 지금 있는 이면도로 같은 경우는 건물이 생긴 다음에 나중에 통신이 들어갔기 때문에 방법이 없는 거죠."

이처럼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키며 늘어만 가는 통신선 등 공중선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안전 문제 등을 야기하면서 관련 민원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매년 국민신문고나 구청 등을 통해 들어오는 공중선 민원 건수를 취합하고 있습니다.

2014년 3천431건이었던 공중선 민원은 2015년 5천336건, 2016년 8천398건, 2017년 1만788건, 작년엔 1만5천694건으로 불과 4년 만에 5배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공중선 민원이 이렇게 급증한 건 역설적으로 지난 2013년부터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측에서 공중선 정비 작업을 시작한 것과 연관돼 있습니다.

그 전엔 공중선이 아무리 지저분해도 그냥 그러려니 자포자기했던 시민들이 정비사업이 시작되자 관련 민원들을 쏟아내기 시작한 겁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관계자]
"지자체 수요 받아서 어지럽게 늘어진 공중케이블에 대해서 권역별로 정비를 하다 보니까 '어, 저기는 정비하네. 우리는 왜 안 해주세요' 그래서 여기저기 한 번에 다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같은 공중선 정비 민원 수요 폭증에도 도시 이면도로 주택가 공중선 정비엔 한계가 큽니다.

근본적으론 전신주와 통신선 등을 땅속에 묻는 이른바 지중화 사업이 대안인데 이 또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서초구청 관계자]
"이면도로에는 보도 폭이 좁잖아요. 보도·차도도 구분이 안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중화 사업을 했을 경우에 주민 통행이라든가 차량 통행이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서울시에서도 이면도로 지중화를 지금 거의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민 민원도 민원이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도심 주택가 이면도로 땅속엔 상하수도 시설과 가스 등 이미 지하시설이 거의 포화상태라는 점입니다.

전신주와 전선, 통신선을 땅속에 묻을래야 묻을 공간 자체가 부족한 겁니다.

[서초구청 관계자]
"지금 기술력으로는 이것을 아예 땅속에 집어넣어야 되는데 이것은 기술적으로 그러면 지하에 넣으면 되겠구나 생각할 수 있는데 지하 매설량이 많습니다. 계획도시이지 않고서는 쉽지가 않아요. 애초에 처음부터 계획도시로 잡지 않으면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그나마 전선과 통신선 등 공중선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관련 법령 자체도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일단 어지럽게 난립하고 있는 공중선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비 근거와 기준 등에 대한 관련 법제도 마련부터 시급히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김찬오 한국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그러니까 전주 하나당 통신선 갖다가 몇 가닥 정도를 설치할 수 있느냐 하는 기준을 만들어 놨는데 그렇게 (한전) 자체적인 기준이 있는데 그것은 법적인 기준은 아니죠. 제대로 관리가 안 돼 가지고 그런 면에 있어서..."

IT 강대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는 통신 난개발, 이제라도 관련 법제도 제정과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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