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 일하지도 않은 남편에 월급 줬는데 "횡령 아냐"... 법원의 '황당한' 무죄 판결
어린이집 원장, 일하지도 않은 남편에 월급 줬는데 "횡령 아냐"... 법원의 '황당한' 무죄 판결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8.11.08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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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어린이집 보육료, 목적과 용도 한정된 자금 아냐"
"자금 명목 특정 안 돼"... 횡령죄 유죄 원심 깨고 파기환송
"어린이집 자금 유용 처벌 근거 국회가 입법으로 풀어야"

[법률방송뉴스] 황당한 법률용어 얘기,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황당한 판결 얘기 하나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어린이집 원장 42살 김모씨라고 하는데 남편이 어린이집 운전기사인 것처럼 꾸며 보육료로 월급을 주는 등 영유아보육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합니다.

2011년 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이렇게 어린이집 계좌로 남편에서 1천 510만원을 지급했고, 남편의 4대 보험료 명목으로 377만원을 지출했다고 합니다. 아들 휴대전화 요금 95만원도 어린이집 계좌로 지불했습니다.

남편은 어린이집 운전기사로 일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심 법원은 그러나 "보육료는 구체적으로 어느 항목에 사용할 것인지 용도가 특정된 금원으로 볼 수 없다"며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은 하지만 "보육료는 어린이집 설치·운영에 필요한 범위로 목적과 용도를 한정해 위탁받은 금원"이라며 횡령죄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나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습니다.

대법원 3부는 "김씨가 어린이집 계좌의 자금 일부를 개인적으로 썼지만, 목적과 용도가 한정된 자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지난 7월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김 씨의 어린이집 계좌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기본 보육료, 어린이집 원생 부모들로부터 받은 보육료, 차입금 등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남편 월급 등으로 지급한 돈이 어느 명목의 돈에서 나간 것인지 특정이 안 돼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더 나아가 “원생 부모들로부터 받은 보육료는 김씨 소유이면서 목적과 용도를 한정해 위탁한 자금이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창원지법 형사2부(이완형 부장판사)는 오늘 “대법원 판결취지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며 김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통장에 돈만 섞어 놓으면 일하지도 않은 남편에게 어린이집 계좌에서 월급을 줘도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법리가 그렇다고 합니다. 이해는 가지만 선뜻 납득은 안 됩니다.

어린이집·유치원 비리가 만연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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