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서 탑승장 떠났다가 "땅콩 서비스 불만" 이유 리턴
'항로변경죄' 해석 두고 1, 2심 판단 엇갈려... 대법 "항로는 하늘길" 최종 판단
한국 상류층 '갑질', 세계적 '조롱거리' 돼... 마카다미아 판매상 '반사 이익'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 전해드렸듯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오늘(21일) 나왔습니다.

‘이슈 플러스’, 이철규 기자 우선 사건 전말부터 되짚어 봐야겠습니다.

[기자] 사건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2014년 12월 5일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벌어졌습니다.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던 대한항공 KE086편 A380 여객기가 승객 탑승을 마치고 활주로로 가기 위해 토잉카라고 불리는 항공기견인차에 의해 후진을 하던 중, 갑자기 다시 탑승구로 되돌아 갑니다.

공항 관제소는 출발한 비행기가 다시 들어오니 무슨 큰일이 생겼나 난리가 났는데, 알고보니 비행기가 되돌아온 이유가 바로 ‘땅콩 기내 서비스’ 때문이었다는 게 밝혀집니다.

[앵커]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지금은 전 부사장인데요, 기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었다는 거죠.

[기자] 정확합니다. 승객들이 비행기에 모두 탑승한 후 기내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당연하겠죠, 퍼스트클래스에 타고 있었는데, 승무원이 봉지에 들어있는 땅콩, 정확하게는 마카다미아를 건넸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그러자 ‘왜 접시에 담지도 않고 봉지째로 간식을 주냐’며 승무원에게 소리를 질렀고, 기내 책임자인 박창진 사무장이 오자 기내서비스 매뉴얼 책자를 들어 박 사무장과 승무원을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러고도 분이 안풀렸는지 탑승구를 벗어나 움직이던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을 내리라고 지시합니다. 결국 비행기는 탑승장으로 되돌아가서 사무장을 내려놓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앵커] 사건이 알려지면서 당시 소위 ‘갑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했었죠. 조 전 부사장은 결국 구속됐는데, 검찰 조사 과정은 어땠나요.

[기자] 이 사건은 한국뿐 아니라 외신들도 주요 뉴스로 보도하는 등 한동안 세계적인 ‘토픽’이 됐습니다.

검찰도 즉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 위반과 강요, 업무방해 등 혐의가 적용됐는데, 앞선 국토부의 사건 조사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과 국토부 직원의 공무집행방해 혐의까지 드러나 추가로 기소됐습니다.

[앵커] 1심과 2심이 법리 판단을 다르게 해서 오늘 대법원까지 온 거잖아요. 쟁점이 어떤 건가요.

[기자] 1심과 2심의 판단이 갈린 건 항공보안법 제42조 항로변경죄에 대한 해석 차이였습니다. 법 규정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여...’ 라고 돼있는데요, 같은 법 2조는 ‘운항 중’에 대한 정의를 ‘항공기의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1심 법원은 문제의 비행기가 22초간 17미터를 움직였고 활주로로 진입은 못했다 하더라도 이 상황을 운항 중인 것으로 봤습니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2심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는데, 어떻게 해석이 바뀐 건가요.

[기자]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항로변경 혐의는 무죄라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합니다.

재판부는 “항로에 대해서 법령에 정의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상 계류장에서의 이동은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지상 이동을 항로 변경으로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상고했고, 대법원은 2015년 사건을 2부에 배당했는데, 의견이 엇갈리면서 전원합의체까지 오게 됐습니다.

[앵커] 오늘 판결이 항공기 항로변경죄에 대한 첫 대법원 판례라고 하는데, 이 사건이 남긴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자] 일단 이번 사건으로 가장 유명해진 건 바로 ‘마카다미아’일 겁니다. 인터넷에서는 마카다미아를 ‘둘이 먹다 하나 내려도 모를 맛’이라고 마케팅을 하는가 하면, 이벤트 제목에 ‘비행기도 리턴시킬’, ‘땅콩리턴은 없다’ 이런 풍자가 나오기도 했구요. 사건 이후 마카데미아 판매량이 2.5배 이상 급증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땅콩회항 사건은 그 1년 전 발생한 ‘라면상무 사건’과 연결되면서, 한국 상류층 갑질의 정점을 찍은 사건으로,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 기록으로 남게 됐습니다.

[앵커] 그 당시를 돌아보면 참 ‘희대의 촌극’이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오늘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되긴 했지만요. 잘 들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