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석재판, 재판부가 형 깎아주는 '작량감경' 불가 등 통상 피고인에 불리
"박 전 대통령, 궐석재판 '정당성' 문제 삼아 대법원 상고 등 염두 장기 포석"
"정치 세력 결집 의도도... 재판정에 나와 실체적 진실 규명에 협조해야"

[앵커] 어제 이어 오늘(28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본인 재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 법률', 궐석 재판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남 변호사님, 궁금한 게 박 전 대통령이 지금 구치소에 있는데 교도관이 법정에 인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네, 인치할 수 있습니다. 인치하면 되는데요. 그러자고 구속해 놓은 것이긴 한데, 구치소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전 대통령 신분을 감안해서 강제로 인치하는 것은 곤란하다, 정확하게는 곤란한 사유가 있다, 그래서 불가능하다, 이렇게 의견을 밝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네. 박 전 대통령 궐석재판, 통상 궐석재판을 재판부가 선언하면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어제 말씀드린 요건을 갖추었다는 전제하에 궐석재판을 하겠다면 재판부는 검사와 변호인에게 의견을 물어봅니다.

검사와 변호인의 의견을 들은 뒤에 반드시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견을 물어보고요.

의견을 물은 뒤 궐석재판으로 진행하겠다, 하면 그때부터는 피고인만 없을 뿐 완전히 동일한 절차가 그대로 진행됩니다.

 

[앵커] 피고인 입장에서는 본인을 변호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게 돼서 어쨌든 본인한테 불리한 것 아닌가요.

[남승한 변호사] 재판부가 출석한 피고인에게 항상 하는 말이 출석하지 않으면 궐석재판을 할 수 있고 그 경우 피고인에게 불리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원론적으로만 따지면 피고인에게 형을 가중하거나 이럴 순 없으니까 원론적으로 딱히 불리하다 할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실무적으로는 불리합니다.

왜냐하면 재판부로서는 재판부에서 형을 감경해주는 '작량감경'이라는 것을 하는데요. 그런 것을 할 수 없고 또 쉽게 말해 재판에 협조하지 않는 피고인이 썩 좋아보이지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아주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하게 됩니다.

 

[앵커] 쉽게 말하면 재판부에 미운 털이 박힌다 그런 말씀이시네요. (네, 그렇습니다.)

박 전 대통령도 이런 점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텐데, 그럼에도 어쨌든 이런 상황을 지금 본인이 자초하고 있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유나 배경이 어떻게 될까요.

[남승한 변호사] 박 전 대통령 본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당연히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불리하게 돌아가는 이유는 아까 얘기한 대로 본인이 나와서 법정에서 본인을 스스로 변호하지 않으니까 재판부로서는 무슨 사정이 있는지 잘 살피지 못하는 것도 있고, 법률적으로 작량감경 못하는 것 있고, 또 약간 재판부에 미운털이 보이는 점, 이런 점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는 이유는 어제 말씀드린 바와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그까짓 것 조금 더 양형에 불리해봐야 큰 틀에서 영향이 없다, 이런 생각인 것 같고요.

그리고 지금 이미 이 재판의 공정성에 시비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면 나중에, 나는 궐석인 상태에서 재판을 했기 때문에 원심 재판부가 상세하게 사정을 살피지 못한 점이 있다, 이런 점도 들려고 할 것 같고요.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 경우에는 2심을 거쳐서 대법원에 올라가면 이른바 법리 오해 이런 걸 가지고 다툴 여지가 더 생기게 되나요.

[남승한 변호사] 일단 궐석재판의 사유가 있었는가와 관한 항소이유와 상고이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궐석재판 관련 사유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상고 이유가 됩니다. 법률적 쟁점에 관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쟁점 자체가 지금 워낙 많아서 항소심 이후에 상고심에 갈 수 있는 법률적 쟁점은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소위 바둑 둘 때 ‘팻감을 만든다’ 하는 어떤 거리를 하나 만드는 것일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 전략적 판단을 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궐석재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은 분명합니다.

 

[앵커] 총론적으로 박 전 대통령 궐석재판, 어떻게 진행되고 결과를 전망해본다면 어떨까요.

[남승한 변호사] 이 상태로 재판이 진행되면 구속 만기 전에 판결을 선고할 것 같습니다. 다만 대통령까지 지내신 분이 이런 방식으로 재판을 하는 것은 상당히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 대통령이 재판에 임하는 자세라면 당연히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사법부의 사법권능에 협조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사법부로서는 이런 사법부를 무시하는 절차에 대해서도 지금 불쾌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아주 작은 문제로 보면 재판을 이렇게 지연하거나 불출석함으로써 재판일정이  굉장히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제 같은 경우에도 증인으로 출석했던 증인들이 그대로 돌아갔고요. 그런 경우에 재판부가 그 증인들을 바로 다시 불러서 재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재판 일정이 촘촘히 잡혀있기 때문에 그 증인들을 나중에 다시 불러서 소환해야 되는데 재판부로서는 증인들에게도 미안한 일이고요.

그리고 그렇게 일정이 지연되면 마찬가지로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공범인 피고인들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두 가지 측면에서 크게 잘못을 하고 있다고 보이는 건데요.

하나는 아주 대의적인 측면에서 이런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이런 것에 협조하지 않는 문제가 있는 것이고, 작은 문제로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지금 굉장히 희생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재판에 관여하는 재판관, 참여하는 속기사 이런 분뿐만 아니라 변호인, 증인 등 재판 관여자가 모두 일정을 포기하거나 이런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 뇌물 혐의 재판을 객관적 사실이나 법리다툼이 아닌 일종의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서 법률 문제가 아닌 정치 문제로 치환해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왠지 '자승자박' 네 글자가 떠오르네요. 남 변호사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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