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원 올해 등록금 평균 1425만원... 5년 동결에도 여전히 부담
"은행대출담당 연락처 돌아"... 흙수저는 장학금 받아도 '역부족'

[법률방송뉴스]

▲앵커= 한 해가 마무리되고 가족이나 지인, 혹은 내가 새 학기 준비하는 분들 계실 겁니다.

이제 청소년은 청년이자 새내기 대학생으로서 배울 준비를, 또 옛 시절 배움의 열망이 그리워 직장인에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는 분도 계실 텐데요.

학교 가려는 분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돈'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법조인을 양성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은 여느 대학원보다 비용이 수 배로 들어 법조인의 길을 좌절시키기도 한다는데, 법조인이 되는 길, 여정은 험난하고 비용은 가혹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석대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국립대 법학전문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전세련 씨.

2011년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 10년 만에 모교로 돌아왔습니다.

[전세련 / 법전원 2학년]
"저는 연구원 출신이어서 항상 보고서 쓰고, 보고서 읽고 하는 게 제 일이었는데 그것과는 다르게 법학은 굉장히 다른 영역의 학문이더라고요. (학업과정 마친 후) 다시 연구원이나, 세종시에 부처나 국책연구기관에서도 변호사가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그쪽에 다시 돌아가고 싶기도 해요."

세련 씨는 현재 전세보증금으로 학자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전세련 / 법전원 2학년]
"보통 학생들은 조금 부담스러울 거 같아요. 왜냐하면 부모님의 도움이나 아니면 장학금을 받는다고 해도 반액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래서 따로 대출받는 친구들도 많고요."

올해 전국 25개 법전원 등록금은 평균 1425만원.

대학 등록금 평균의 두 배가 넘고, 고가의 장비를 쓰는 의대 보다도 많습니다.

교육부는 2016년 국립대 등록금 동결, 사립대엔 인하를 명령했고 대부분 학교는 지금까지 기조를 유지 중입니다.

한때 등록금을 2000만원 넘게 받았던 학교도 있었던 걸 생각하면 평균치는 과도기 때보다 15% 내지 줄었지만, 학생에겐 여전히 부담입니다.

1425만원, 시급 1만원을 번다고 가정해도 1425시간.

60일을 꼬박 일해야 마련할 수 있는 돈입니다.

노동자 월급으로 따졌을 땐 한 푼도 안 쓰고 넉 달을 일해야 합니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법전원 입학을 앞두고 있는 학생 사이에선 은행 대출담당직원 이름과 연락처가 공유됩니다.

법전원 학생에 빌려주는 돈은 은행 최대 2000만원, 한국장학재단은 학기당 생활비 150만원.

학교에선 장학금으로 대출부터 갚으라고 권유하지만, 현실 반영은 어렵습니다.

[전세련 / 법전원 2학년]
"장학금을 줄 때 학교에서는 학자금 대출 갚으라고 하거든요. 근데 보통 안 갚고 이걸 이중으로 쓰죠. 거의 빚더미에 다 앉은 채로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법전원 제도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입학생 대부분은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진학한 경우입니다.

특히 올해 입학생 현황을 보면 입학생 중 28세 이하가 83%에 달하고, 35세 이상은 1.8%에 불과합니다.

일부 지방은 전입신고 시 소득 없는 1인가구 청년에게 지원금을 주는데, 그마나 월세를 충당할 정도.

법전원은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금수저 자녀만 진학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인데, 실제 올해 재학생 중 고소득층 비율은 45%로,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장학금 지급율, 법전원 제도를 처음 도입한 2009년 46.79%에서 현재는 34%까지 12%포인트 넘게 떨어졌습니다.

앞서 미국은 한국보다 심각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지난 2014년 미국 내 로스쿨 진학생은 3만7900명, 미국 내 로스쿨 수가 53개에 불과했던 197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로스쿨 입학생 규모가 정점에 달했던 2010년과 비교하면 5년도 안 돼 30%포인트나 줄었고, 학교들은 반값 등록금도 내걸기도 했지만, 회복까진 상당 시간 걸렸습니다.

특히 재력 있는 집안이 아니라면 졸업생은 많게는 30만달러, 한화로 3억원 넘는 빚을 지고 나오는데 미국 법률상 학자금은 파산을 선고해도 절대 청산할 수 없도록 규정합니다.

지나치게 비싼 등록금에 비해 취업률이 낮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대두됐는데, 한국도 이런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 우려가 나옵니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난 2월 11일)
"지금 로스쿨 때문에 일정 대학원까지, 로스쿨까지 나오지 않으면 변호사 자격을 딸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중에 일부만이라도 사법시험 체제 이걸 부활하자고 하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한 의견이 어떠십니까."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난 2월 11일)
"야간 로스쿨이라든지 또는 로스쿨의 직업·생업에 종사하다가 특별전형이라든지, 그리고 장학금 제도라든가 이렇게 해서 기회의 문을 넓히는 게..."

대선 당시 '서민 로스쿨' 공약을 언급했던 윤석열 대통령.

교육부는 최근 전국 법전원 관계자를 소집해 전체 학생 중 학사 졸업 후 사회 경험이 있는 학생 비율 등을 조사했습니다.

이런 행보는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것이란 기대감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정부는 일단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입니다.

'현대판 음서제' 비판은 꾸준하지만, 학교는 나름의 고충을 토로합니다.

법전원별 재정 결손은 매년 평균 15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설치 인가 구조부터가 고비용이라는 것을 지적합니다.

특히 학생 대비 교원 수가 늘고, 실무 경험이 많은 법조인을 채용하니 인건비는 가장 큰 문제로 작용합니다.

현행법상 로스쿨은 전임교원을 20명 이상 두고 있어야 하는데, 교수 중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비율은 2020년 처음으로 전체 중 30%를 돌파했습니다.

초기 법전원이 실무 교수 영입에 힘썼다면, 현재는 법조 일선에서 학교로 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평가입니다.

로스쿨 제도 15년.

무한경쟁 속 법전원은 '변시학원'이 됐고, 이제는 사법시험으로 돌아가려 해도 완전히 돌이키기 쉽지 않은 상황.

돈이 없으면 배우지 못하는 괴리적 현실을 타파하고, 학교는 전문가 양성이라는 역할을 감당할 돌파구가 절실합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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